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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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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블루오션’ 동남아 공략에 韓·中·日 삼국지…현지 기업들도 참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9.28 11:31
전기차

▲충전 중인 전기차(사진=EPA/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동남아시아가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업체들의 새로운 전장( 戰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동남아에서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인구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이면서 한국, 중국, 일본은 물론 현지 기업들도 점유율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를 계기로 동남아 자동차 시장의 강자로 오랜 기간동안 군림해온 일본의 왕좌가 무너질지도 관심이다.

동남아는 전기차 시장의 ‘불모지’로 꼽혀왔던 대표적인 지역이다. 2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660만 대의 전기차가 소비자들에게 인도됐는데 동남아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1만 6000대를 밑돌았다. 저렴한 자동차들이 동남아 자동차 시장의 주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남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규모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지난 2019년 판매된 승용차와 SUV 중 약 78%는 가격이 2만 달러 미만이었다. 나머지 13% 가량은 가격대가 2만 달러∼3만 달러 범위에 속했다. 일본이 현재 동남아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도요타, 혼다, 미쓰비시, 다이하쓰, 마즈다 등 일본 기업들이 저렴한 자동차를 제공하면서 자동차 시장을 휩쓸고 있다고 전했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서 일본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웃돈다.

이처럼 저렴한 자동차들이 동남아 시장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비싼 전기차들은 외면당할 수 밖에 없었다. 블룸버그는 "오늘날 거의 어떤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시장에 매력적인 가격대로 전기차를 제공하지 못했다"며 "동남아에서 충분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동남아를 놓치면 안되는 전기차 시장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인구 증가와 이에 따른 경제 성장으로 전기차를 구매할 여력이 있는 소비자들이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동남아 자동차 시장이 계속 성장해 2040년 연간 판매율이 현재 수준대비 2배 넘는 5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전기차 판매량은 작년 1만 6000대에서 2025년 8만 1000대로 5배 넘게 뛸 것으로 예측됐다.

동남아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친환경 정책도 전기차 시장의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3030 전기차 생산 정책’을 발표해 2030년까지 자국에서 생산되는 전치가 비중을 30%로 늘릴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또한 2030년까지 자국 내 전기차 비율을 25%로 늘리고 2050년에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한다.

이 같은 기류변화가 감지되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동남아 전기차 시장 공략에 총력을 가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장성기차, 상하이자동차그룹 등은 가격이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 수준의 전기차를 동남아에 이미 선보이고 있다. 우링의 초소형 저가 전기차인 홍광미니는 현재 인도네이사에서 1만 600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들은 이미 동남아 소비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 새차를 인도받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현대자동차그룹도 인도네이사를 중심으로 동남아에 승부를 걸기 위해 분주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준공한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전기차를 포함해 다양한 제품을 생산 중이며 아이오닉5는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는 이 지역에서 아이오닉 395대 등 454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전기차 시장 점유율 92%를 기록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지난 7월 한국을 방문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만나 전기차 분야를 포함한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동남아 토종 전기차 브랜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베트남의 유일한 자동차제조업체 빈패스트(Vinfast)는 내연기관차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전기차 부문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직접 제조한 전기차를 작년부터 현지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베트남의 테슬라’라고 불리는 빈패스트는 이를 기반으로 올해 말 유럽시장에 진출하고 2024년에는 미국에서 전기차 제조공장을 구축할 예정이다. 빈패스트는 또 내년 안에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일본 도요타, 혼다 등은 상대적으로 전기차 경쟁에 뒤쳐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일본의 기존 기업들은 동남아에서 새로운 전기차 모델 출시를 가속화하지 않는 이상 상당한 점유율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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