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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일반토의 첫날 유엔본부 총회장(사진=AFP/연합) |
연합뉴스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일반토의 첫날 연설에서 "우리가 2월 24일(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일)부터 목격한 것은 제국주의와 식민 시대의 복귀"라며 "프랑스는 이를 거부하며 평화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국당 주어진 연설시간은 15분이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이보다 두 배인 30분을 활용해 강하게 질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침략과 영토 병합 행위를 통해 우리의 집단 안보를 깨뜨렸다"면서 "러시아가 패권국이 아니라면 누가 패권국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러시아를 겨냥해 "오늘은 유럽에서, 아마도 내일은 아시아 또는 아프리카 또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영토 병합을 위한 다른 전쟁을 준비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전쟁에 대해 중립을 지키는 나라들을 가리켜 "오늘날 침묵을 지키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신제국주의에 공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첫 유엔 일반토의 연설에 나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제국주의의 귀환은 유럽뿐 아니라 글로벌 평화 질서 전체에 대한 재앙"이라며 러시아를 겨냥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러시아가 민간인을 살해하고 자포리자 원전을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비판하면서 "오늘의 희생자는 우크라이나지만, 러시아 제국주의가 성공한다면 내일은 세계 어떤 나라라도 희생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잔혹하고 정당한 이유 없는 침공을 용납하거나 정상적인 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의 대통령들도 "정당한 이유 없는 불법적인 전쟁"이라고 비난하며 평화적 해결과 철군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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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AFP/연합) |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쟁에는 결코 승자가 없고, 공정한 평화 절차에는 결코 패자가 없을 것"이라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이 위기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품위 있는 길을 제시하기 위해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외교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 P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침략당한 땅을 우크라이나에 반환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주요국 정상들도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유엔 정상외교 무대에 데뷔한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날 국제사회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과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인권의 집단적 유린으로 또다시 세계 시민의 자유와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나라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와 중국 등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 헌장의 철학과 원칙을 짓밟는 행위로 결코 용인해서는 안 된다"며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행위를 근거로 안보리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은 독일 등과 함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제3세계 국가들은 서방에 비해 중립적인 태도를 보였다. 회원국 정상 중 맨 처음 연단에 오른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일방적이고 선별적인 제재 채택이 분쟁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의 상황은 우리 모두를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에서 멀어지게 할 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를 더러운 에너지원으로 돌아서게 한다"고 말했다.
다른 중남미 국가들도 대부분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언급을 삼갔다.
아프리카연합(AU) 의장인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도 아프리카 대륙 지도자들이 한쪽을 선택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며 아프리카는 신냉전의 온상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유엔총회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된 이후 3년 만에 완전 오프라인 행사로 복귀했다.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년 사실상 원격 화상회의로 열렸던 유엔총회 일반토의는 지난해에도 대면 연설과 화상 연설을 모두 허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치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