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이승주

lsj@ekn.kr

이승주기자 기사모음




포항제철소 가동중단 후폭풍…車·조선업계 초비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9.13 15:33

고로 정상화 됐지만 압연라인 등 재가동 시점 미지수

조선업계 후판조달 차질…장기화땐 車 강판가격 급등

포스코

▲포스코는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침수 피해를 당해 가동이 중단된 포항제철소 고로(용광로) 3기의 가동이 모두 재개됐다고 밝혔다. 포항제철소 2연주공장에서 철강반제품인 슬라브가 생산되고 있다. /포스코 제공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추석 전에 닥친 태풍 ‘힌남노’의 피해로 인한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가동 중단 쓰나미가 산업계를 덮치고 있다. 생산이 정상화되기까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내년을 넘길 수도 있다는 전망에 조선과 자동차 업계 등의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3일 포스코에 따르면 포항재철소 내 고로 3기와 일부 제강·연주 라인이 이날부터 정상 가동됐다. 그러나 침수 피해가 큰 압연 라인은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지하시설물 복구가 마무리돼야 정확한 피해규모 추산 및 복구·가동 계획을 수립할 수 있어 정상화 시점도 미지수다.

압연 과정은 열과 압력을 가해 용도에 맞게 철을 가공하는 후공정 작업이다. 주로 가전·자동차 강판으로 사용되는 냉연도금제품과 선박 제조용으로 쓰이는 후판 등을 생산한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철강 공장은 설비들이 거대하고 부품들도 많다"며 "일련의 과정들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복구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업종은 조선이다.

포항제철소의 연간 후판 생산량은 530만t 규모로, 국내 전체 후판 생산량규모인 1100만t의 절반 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복구 과정이 장기화될 시 조선업계는 선박 건조시 두께 6㎜ 이상의 철판인 ‘후판’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후판은 선박 건조 비용의 20%에 달할 정도로 그 중요도가 매우 크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의 상반기 강재 매입 규모만 해도 수천억 원대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상반기 강재 매입액은 6413억원으로 전체 원재료 중 33.6%에 이른다.

때문에 수주 랠리를 이어가는 조선업계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있다. 국내 조선업체들의 3분기 수주액은 7조6971억원으로 전년 동기 13% 증가했다. 이에 국내 조선 3사는 올해 연간 목표를 뛰어넘어 내년 흑자전환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업계는 포항제철소 압연 라인 복구 과정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후판 재고를 확보해놓은 상태라 당장은 문제가 없다"면서도 "복구 과정이 장기화되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공급망 다각화로 대응할 계획이다"라며 "현재 후판을 생산하고 있는 현대제철·동국제강 비중을 늘리거나, 일본과 중국 내 철강업체를 새로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강판으로 주로 사용되는 냉연도금제품 수급도 불투명하다.

포항제철소는 연간 291만t 규모의 냉연을 생산하며 현대·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특히 자동차 제조에 사용되는 전기강판, 전기아연도금강판 등은 타사에서 대체 불가능해 자동차 업계 타격은 불가피하다.

자동차 업계의 포스코 의존도는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상반기 1조4450억원 규모의 자동차 강판·페인트 등 원부자재를 매입했지만, 주요 매입처는 포스코가 아닌 현대제철과 KCC다. 쌍용자동차는 자동차 강판 전량을 포스코에서 공급받고 있지만, 모기업인 KG그룹의 철강사 KG스틸이 자동차 강판을 생산하고 있어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2∼3개월 분량의 재고를 가지고 있어 당장 큰 타격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복구 작업이 끝나고 정상적으로 제품이 출하되는 시기가 재고가 소진된 이후로 예상됨에 따라, 이후 자동차 강판 가격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자동차 강판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t당 5만원·12만원·15만원 인상된 바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재고 물량이 있어 당장 큰 영향이 발생하진 않지만, 추후 강판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상황을 주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lsj@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