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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택시대란, 요금 인상이 능사 아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9.13 13:58
증명사진

▲윤소진 산업부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윤소진 기자] 지난 주말 11시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귀가하기 위해 택시 호출 앱을 켰다. 재호출을 몇 번 거듭하다 30분이 지나서야 겨우 택시 호출에 성공.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최근 몇 개월간 계속되는 수도권의 택시 대란은 택시 기사 감소 영향이 가장 크다.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완화로 승객은 늘었지만 택시 기사 수는 코로나 이전보다 5000명 가량 줄었다. 택시 기사 감소는 수입이 감소한 영향이다. 택시 기사 A씨는 "법인 택시 기사들이 한 달 내내 일해도 가져가는 돈은 220만원 남짓"이라며 "주변에서 대리운전이나 택배로 넘어가는 동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는 해결책으로 택시요금 인상안을 꺼내 들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우선 기본요금이 현행 3800원에서 1000원 오른 4800원으로 오른다. 또 심야할증 시간도 밤 10시부터 4시까지로 기존보다 두 시간 늘어난다. 20%였던 할증률도 밤 11시와 새벽 2시 사이에는 40%로 확대된다. 서울시는 이렇게되면 운행 1건당 평균 운임이 19.3% 올라 심야택시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가뜩이나 높은 물가에 택시 요금마저 오르면 서민들만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택시 대란 해결의 본질은 택시기사들이 택시 영업을 해서 돈을 더 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현재 법인 택시의 가동률은 30% 정도로 기사가 없어 차고에 서 있는 택시들이 많다. 업계에선 법인 택시를 개인이 빌려서 운영할 수 있는 ‘리스제’ 도입이나 ‘전액관리제’ 보완 등 기사 처우개선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전액관리제는 2년 전 사납금제도를 금지하며 대안으로 도입됐다.

기사들이 열심히 일할 인센티브가 사라진 셈이고, 그래서 이 ‘전액 관리제’가 기사들이 택시업계를 떠난 주요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에 지난 8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택시 대란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리스제 도입과 법인 택시의 월급제 개선을 제안하기도 했다.

교통 문제는 국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 문제다. 요금 인상으로 그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해선 안 된다. 택시요금 인상 후 호출비 등이 덩달아 오르면 자칫 택시회사나 플랫폼 업체만 배 불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정부와 택시업계는 장시간 저임금 구조를 개선하고 승객들이 합리적인 요금을 지불하고 택시 기사들이 합당한 수입을 온전히 가져갈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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