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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은행 예대금리차 공시의 한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9.05 15:04

송두리 금융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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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부터 시작된 은행 예대금리차 매달 공시 의무화 제도에 대해 금융당국이 보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대금리차 공시에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의 높은 금리가 적용돼 이 상품을 많이 취급할 수록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 대출금리와 평균 저축성 수신금리를 활용해 생기는 평균의 함정도 문제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중저신용자 대상의 중금리 대출을 많이 취급할 수록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커지게 된다. 당국은 신용평가사 기준 신용점수 구간별 대출금리와 예대금리차를 함께 공시하도록 했다는 입장이지만, 공시 화면에서 직관적으로 보이는 것은 평균 예대금리차와 평균 가계예대금리차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예대금리차를 줄이기 위해 서민금융상품이나 중저신용자 대상 상품을 기피하고 대출 금리가 낮은 고소득·고신용자 위주의 대출을 선호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예대금리차 공시는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대선 후보 때부터 내세웠던 공약이다. 예대금리차 공시가 금융소비자들이 은행별 예대금리차를 한눈에 확인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은행을 잘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적이지만 지금의 모습은 그 목적이 변질된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은행이 과도한 이자장사를 한다는 명분으로 은행을 비난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이 이자장사를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사실인데 잘못된 방식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이 억울하다는 은행권 반응도 나온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은행마다 적용하는 대출 금리는 공시되는 신용평가사의 신용점수 기준이 아닌, 은행이 자체 평가한 신용등급과 그동안의 이용 실적 등에 따른 우대 항목 등을 적용해 정해지기 때문이다. 또 평균 대출, 수신금리와 예대금리차를 비교해보면 은행의 금리 수준이 예대금리차 수준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7월 평균 가계예대금리차는 1.4%포인트로 5대 은행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하는데, 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3.94%로 유일하게 3%대로 낮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4%대다.

예대금리차 공시 시작으로 은행권의 줄세우기가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예대금리차 1등, 2등, 꼴지 은행까지 등수를 매겨 공개적으로 알려지자, 은행들은 등수 비난을 피하는 것에 급급해지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은행별 상품 특징도 다르고 대출금리도 천차만별이지만 예대금리차 하나로 모든 게 집중되는 분위기다. 예대금리차 공시 이후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 공시도 시작되며 은행들은 등수 경쟁에 매몰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경쟁을 통해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는 바람직하더라도 정부 개입에 따른 은행권 줄세우기가 지속되면 관치금융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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