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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선이 끝난 지 6개월이 지난 현재, 금융사들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 정치적 논리와 다투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달 처음으로 시작된 예대금리차 공시, 금리인하요구권 공시가 대표적이다. 이 중 예대금리차 공시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금리 인상으로 소비자의 금융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평균 대출금리에서 저축성 수신금리를 뺀 값인 ‘예대금리차’를 투명하게 공시해 은행들의 과도한 이자장사를 막겠다는 취지다. 은행, 카드, 보험, 저축은행 등 각 업권별로 금리인하요구권 현황을 공개하도록 한 것도 금융사 간에 금리인하요구권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세부적인 항목은 차치하고서라도 예대금리차가 높고,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건수 및 감면액이 낮은 금융사들은 지나치게 탐욕을 부린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다.
은행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특정 누군가에게는 정치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오는 18일 총파업을 앞둔 전국금융산업노조가 대표적이다.
금융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임금 6.1% 인상, 주 36시간 4.5일제 실시 등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개선 등을 요구했지만, 사용자 측 단체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이러한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양 측은 일주일에 1~2차례 실무교섭을 진행 중이나, 아직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 상태라면 오는 16일 금융노조는 전면파업(총파업)이 불가피하다. 이 중 2019~2021년 임금 인상 폭이 2.4%에 그쳤던 만큼 올해는 물가상승률을 임금 인상에 반영해달라는 노조 측의 주장은, 국민적 공감대라는 보이지 않는 원칙에 막혀 좀처럼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사측이 노조와의 협상에서 조금 더 우위에 설 수 있는 것은, 은행원을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액 연봉을 받는 은행원들이, 임금 인상은 물론 근무 시간 단축까지 요구한다는 일부의 비판적 시각을, 사측 입장에서는 교묘하게 ‘협상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최근 종영한 한 드라마에서는 "이 세상 모든 것은 다 정치적이야"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 세상 모든 것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2022년 대한민국의 금융 산업은, 누군가의 정치적 셈법 속에서 성장통 아닌 성장통을 겪고 있는 듯하다. 10월 국정감사가 다가올 수록 금융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누군가의 속내는 더욱 노골화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정치적 논리에 따라 시행되는 제도가 금융소비자의 편의성 제고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정치적 셈법이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어느 상황에서건 금융에서 파생된 정치적 논리가 ‘금융소비자 보호, 소비자 편의성 제고, 대한민국 금융 산업 발전’이라는 큰 원칙보다 앞서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곧 당국, 금융사, 금융업 종사자, 금융소비자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