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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91세로 별세 "지칠 줄 모르는 평화 옹호자를 잃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8.31 10:42
고르바초프 전 소련대통령

▲고르바초프 전 소련대통령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옛 소비에트 연방(소련) 마지막 지도자로 냉전 체제에 마침표를 찍은 주역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향년 91세로 별세했다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연합뉴스가 타스, 스푸트니크 통신 등을 인용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 임상병원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오랜 투병 끝에 이날 저녁 사망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국립대 법대를 졸업한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젊은 시절부터 공산당에서 활동하면서 출세 가도를 달렸다. 그는 1985년 54세 나이에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되면서 권력 정점에 섰다.

과거 소련은 미국과 국력을 견줄 만한 강국이었지만, 고인은 소련 정치·경제 체제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집권 이후 전제주의적 사회주의 체계를 바꾸려는 의도로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을 추진했다.

집권 첫해에는 곧바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로널드 레이건 미국 전 대통령과 만났다.

그는 미국과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체결하고,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던 군대를 철수하는 등 군비 감축에 나섰다.

이어 1989년 민주화 시위가 동유럽 공산주의권 국가를 휩쓸 때 이들 국가에 대한 무력 개입을 정당화한 브레즈네프 독트린을 폐기했다. 그해 11월 9일 베를린 장벽 붕괴와 이듬해 동서독 통일을 사실상 용인했다.

특히 그해 12월 몰타에서는 조지 H.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과 역사적 담판을 거쳐 반세기 가까이 지속된 냉전 종식을 공식 선언했다.

앞서 소련이 주축이 된 동구권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부터 40여 년간 체제 경쟁을 벌여왔다.

이듬해에는 미국 워싱턴DC에서 다시 만나 장거리 핵미사일과 화학무기 등을 감축하는 데 합의했다.

그는 소련 정상 최초로 1990년 5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 정상과도 만났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추진한 북방정책에 호응한 것이다. 그해 9월에는 한국과 수교를 단행했다.

이런 활동으로 그는 서방에서 냉전 해체 주역이자 평화 구축, 동구권 민주화에 기여한 인물로 높이 평가 받아 199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다만 정작 고국 러시아에서는 소련 해체를 초래한 장본인이자 동구권을 서방에 넘겨준 ‘배신자’로 불리기도 했다. 준비되지 않은 급진적 개혁을 밀어붙여 민족 갈등과 소련 붕괴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경제 침체에 체르노빌 원전 사태까지 겹친 상황에서 섣불리 시장경제를 도입했으나 물가 급등과 심각한 마이너스 성장을 막지 못한 것도 몰락 요인으로 지적됐다.

그는 결국 1991년 8월 보수파 쿠데타 이후 정상 자리를 지키는 데 실패했다. 이후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소련 해체를 주도하자 그해 12월 사임을 발표했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그는 이후 다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으나 득표율은 미미했다. 최근에는 모스크바 외곽의 다차(러시아 시골 저택)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명하며 유가족에 조의 전문을 보내기로 했다.

소련 해체와 냉전 종식 당시 주요국 지도자였거나 요직을 맡았던 인사들도 잇따라 애도의 뜻을 전했다.

세계각국 지도자들 역시 냉전 종식에 기여한 고인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신뢰받고 존경받는 지도자였다. 그는 냉전을 끝내고 철의 장막을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그것은 자유로운 유럽을 위한 길을 열었고, 그 유산을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유엔 홈페이지에 올린 애도사에서 "세계는 한 명의 뛰어난 글로벌 지도자이자 헌신적인 다자주의자, 지칠 줄 모르는 평화 옹호자를 잃었다"고 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트위터에서 "고르바초프의 죽음을 전해 듣고 슬펐다. 나는 냉전을 평화로운 결말로 이끈 그가 보여준 용기와 진실함에 항상 감탄했다"고 애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죽음을 애도한다. 그는 러시아인을 위해 자유의 길을 여는 선택을 한 평화로운 사람이었다"면서 "유럽의 평화를 위한 그의 헌신은 우리의 역사를 바꿨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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