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과 맞물려 정체 불명의 지라시가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돌아다녔다. 내용인즉슨 이 부회장이 복권 이후 삼성을 새롭게 탈바꿈하고자 과거 미래전략실에 버금가는 컨트롤타워를 신설하는 등 대대적인 개편에 나선다는 게 골자다. 이외에도 개편이 이뤄질 시점과 인력 감축 규모, 본사 이전 등 꽤 구체적인 정보가 담겼다.
하지만 믿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큰 비용을 들여 본사를 옮기고 인력을 감축하는데 이에 대한 근거가 명확되지 않은데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 사실상 올인하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해당 사업 부문을 축소한다는 둥 회사가 밝힌 사업전략과 배치되는 내용이 쓰여있었기 때문이다. 삼성 측에서도 공식적으로 대응하지는 않았지만 취재 결과 사실무근이며 황당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대체로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물론 정말로 거짓에 불과한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뜬소문이 확산한 이유는 있다. 약 5년 가량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이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가 사면된 이유는 ‘경제 활성화’다. 이 부회장도 사면 복권 이후 입장문을 통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며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고,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 배려에 보답하겠다"고 했다.
지라시는 이 부회장 복귀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선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 이 부회장이 회사를 고치는 범위와 강도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말로 유명한 지난 1993년 ‘신경영’보다 강할 것이라고 짚으면서다. ‘삼성 제2 창업’을 선언하며 회사를 세계 1위로 도약한 이 회장처럼, 여론이 이 부회장에게 과감한 결단을 기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재용의 삼성은 무엇을 보여줄 수 있냐는 질문이다.
이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게 됐지만 ‘재벌 특별 사면’이라는 꼬리표를 지우긴 어려울 것이다. 이제는 600만 명에 육박하는 소액주주뿐만 아니라 전체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경제 위기 극복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이재용의 삼성이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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