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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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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피까지 파는 16분할 장기적출 지옥에 수천명이...대만 ‘발칵’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8.25 08:05
Taiwan US

▲차이잉원 대만 총통.AP/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대만인을 동남아로 유인해 장기까지 적출해 판매한 대규모 인신매매 조직이 적발돼 대만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달 초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방문 이후 중국 무력 시위 등으로 대만이 혼란한 가운데, 이번 사건이 차이잉원 정권에 정치적 대형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4일 연합뉴스가 TVBS방송 등 대만 언론을 인용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그간 인신매매 조직에 속아 캄보디아와 미얀마 등지로 출국한 대만인 수는 최대 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 인신매매단은 주로 SNS를 통해 캄보디아와 미얀마 등지에서 일할 18∼35세 인재를 대규모 모집한다는 구인광고를 내 범죄 대상자를 물색했다.

이들은 "중국어 사용 지역에서 근무하게 되는데 무경험자도 상관없고 기본적으로 PC를 다룰 줄 알고 타자만 칠 줄 알면 된다. 급여는 최소 2500달러(한화 약 336만원)"라는 식의 허위광고로 일자리가 필요한 청년들을 유인했다.

대만 언론은 피해자들이 현지에 도착하고 나서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만 그때는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TVBS는 미얀마 카렌족 자치구 내 ‘KK단지’라는 곳은 겉보기에 평범한 아파트 단지 같지만 실상은 한번 들어가면 살아 나오기 어려운 ‘인간 연옥’ 같은 곳이라고 전했다.

인신매매 사기단은 카렌족 군벌과 결탁해 KK단지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4m 높이 담장으로 둘러싸인 단지 외곽을 무장한 카렌족들이 지키고 있어 탈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곳으로 전해졌다.

감금된 대만인들은 주로 본국 대만인 대상 무작위 이메일을 발송하거나 전화를 걸어 동남아 좋은 일자리로 유인하는 일을 맡았다.

생존자들은 매달 15~20명을 유인하는 업무가 할당되는데 실적을 못 채우면 별도 건물로 끌려가 몽둥이로 폭행을 당하는 등 가혹한 형벌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대만 언론은 최악의 경우 KK단지나 캄보디아 시아누크빌로 끌려가 산채로 장기 적출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대만 CTi뉴스는 캄보디아와 미얀마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인신매매단이 사람의 신체를 16개 부분으로 세분화한 뒤 일일이 가격을 매겨 거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인신매매단은 심장 11만 9000달러, 간 15만 7000달러, 두피 607달러 등으로 신체 부위별로 가격을 매겨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현지에 물건이 얼마든지 있으니 언제든지 문의하라"고 홍보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한 대만인 약 4000명이 이런 잔혹한 범죄 희생자는 아닐까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캄보디아는 중국 일대일로의 동남아 지역 거점이다. 대만 대표처가 1997년 철수한 뒤 현지 외교 거점이 없는 점도 사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번 인신매매 사건처럼 대만인이 캄보디아에서 범죄 피해를 봐도 외교채널을 통해 해결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대만 정부는 사건이 알려진 직후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대대적인 조사해 착수해 납치됐던 자국민 일부를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 300명 이상 피해자가 현지에 감금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펠로시 의장 대만 방문 이후 커진 중국 안보 위협으로 정치력을 시험받던 차이잉원 정부는 이번 사건으로 더 궁지에 몰렸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많은 대만인이 피해자가 된 대규모 인신매매 사건이 대만 내에서 정치적 이슈로까지 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야당인 국민당이 집권 민진당 정부 무대책을 맹비난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차이잉원 정부가 그간 신남방정책을 표방해 동남아 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오던 터라 야당 비판 목소리가 거세다.

커원저(柯文哲) 타이베이 시장은 "화가 난다기보다는 할 말을 잃었다"며 "일자리가 없어 해외로 나간 국민이 납치돼 장기가 적출되고 물고기밥이 된 데 대해 차이잉원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캄보디아에서 3000달러 몸값을 주고 겨우 탈출한 한 젊은 커플은 언론에 총통부에 구해달라는 서신을 보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3일(현지시간) 대만 경찰이 지금까지 인신매매 조직과 연루된 최소 67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또 약 대만인 370명이 인신매매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했지만 대만 당국은 캄보디아로 여행한 뒤 귀국하지 않은 대만인이 거의 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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