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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이 좋다"…비건, 식품업계 아이콘으로 부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8.18 17:58

MZ세대 가치소비로 '별종' 아닌 '일상 먹거리' 자리매김
식품사들 "시장 선점하라"…신제품·매장 잇따라 선보여
소비인구 늘고 비건페스타도 성황…'채식 불모지' 탈피

지구식단

▲18일 풀무원이 정식 론칭한 지속가능식품 전문 브랜드 ‘지구식단’ 제품들. 사진=풀무원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소수의 베지테리안(vegetarian, 채식주의자) 전유물로 여겨지던 채식이 일상의 먹거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개인의 기호와 상황에 맞춰 소비 투자를 아끼지 않는 MZ세대의 ‘가치소비’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식품시장의 대세로 부상했다. 이같은 채식문화의 발흥에 식품업계도 MZ세대를 겨냥해 비건(식물성 대체육) 제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비건 전문 식당의 출점을 늘리고 있다.

◇떠오르는 비건 식품…업계, 신사업 공들이기

18일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은 최근 지속가능식품 전문 브랜드인 ‘지구식단’을 선보이며 미래 먹거리 사업 토대를 쌓는데 열 올리고 있다. 지난해 ‘식물성 지향 식품 선도기업’을 선언한 만큼 소비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하고, 시장 성장을 주도하겠다는 차원이다.

‘지구식단’은 식물성 원료만 사용하는 ‘식물성 지구식단’, 동물복지 원료를 활용한 제품을 기반으로 한 ‘동물복지 지구식단’까지 총 2개 하위 브랜드로 구성된다. 올 하반기 풀무원은 지구식단 브랜드를 통해 여러 식물성 제품을 새롭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콩에서 추출한 ‘식물성조직단백(TVP)’ 소재를 적용한 대체육 제품뿐 아니라 식물성 만두와 볶음밥, 짜장면, 떡볶이 등 가정간편식(HMR) 등도 내놓는다. 또, 최근 시작한 밀키트 사업에서 100% 식물성 원료만 사용한 제품 출시도 검토하고 있다.

인기 비건 제품인 두부면도 ‘식물성 지구식단’으로 리뉴얼해 라인업·판매채널 강화에 나선다. 두부면은 지난 12일 기준 누적 판매량 1300만개를 돌파할 만큼 풀무원의 대표 히트 제품으로 꼽힌다. 특히, ‘노출의 계절’인 올 7~8월 여름철 동안 하루 평균 판매량만 약 1만8000개를 기록했다는 회사 측의 설명이다.

두부면(건강을 제면한 두부면)의 인기는 100g 기준 160Kcal 수준의 저칼로리 제품인 데다, 불용성 단백질 성분인 글루텐(Gluten-Free)을 사용하지 않아 MZ세대에게 건강관리 식품으로 관심을 모은 것이 주효했다. 기세에 힘입어 풀무원은 연내 탄수화물 섭취를 저감하는 콘셉트의 두부면 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판매 호조에 다른 식품업체들도 비건을 포함한 식물성 식품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오는 2025년까지 식물성 식품 사업 규모를 2000억원까지 늘린다는 목표이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식물성 식품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정식 선보이고, 비건 만두인 ‘비비고 플랜테이블 왕교자’와 ‘비비고 플랜테이블 김치’를 출시하기도 했다. 만두 제품은 국내 출시 두 달 만에 28만봉 이상 판매되는 성과도 거뒀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급증하는 채식주의 흐름에 따라 빠르게 제품을 상용화해 판매 호조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세계푸드도 대안육을 앞세우며 식물성 식품 사업 성장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기존 스타벅스 등 기업 간 거래(B2B) 위주던 사업 영역을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까지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달 말 선보인 ‘식물성 캔 햄’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비건 식품이 큰 장이 되면서 성장 가능성이 높아지자 각 업체들은 자체 식물성 식품 전용 오프라인 매장을 구축하는 등 신사업 키우기에 공들이고 있다.

지난 5월 농심과 풀무원이 각각 내놓은 ‘포리스트 키친’과 ‘플랜튜드’가 그 주인공이다. 포리스트 키친은 코스요리를 내건 ‘프리미엄 파인다이닝 콘셉트’를 표방하는 반면, 플랜튜드는 가성비와 대중성을 내세우고 있다.

콘셉트에서 서로 차이를 보이지만 두 매장 모두 출시 이후 꾸준하게 호응을 얻고 있다. ‘플랜튜드’의 경우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메뉴 누적 판매량 2만800여개를 달성했다. 누적 고객수로 환산하면 약1만6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포리스트 키친 역시 주말 예약률 100%를 자랑할뿐 아니라 지난달 누적 방문객 수만 2000명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시장 규모에 소비자 선택권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과거 먹을 수 있는 제품이 한정된 탓에 음식 선택에 제한을 받았던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골라먹을 수 있단 이유에서다.

이만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비건 규모 시장 확대로 기업들이 대체육 등 관련 제품 출시하며 파이를 키우는 것은 시장 성장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가공식품 위주 제품군에서 나아가 지속가능한 시장 성장을 위해 두부 등 자연식물식품까지 폭 넓게 아우르는 기업·소비자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채식 인구 증가에 비건 전문 페어도 ‘성황’

비건페스타_제5회

▲지난 2월 18~20일 사흘간 서울 강남구 SETEC에서 열린 ‘제5회 베지노믹스 비건페스타’ 전시장 앞에서 관계자들이 행사 캐릭터 ‘비거니’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베지노믹스 비건페스타

비건 시장이 각광받으면서 채식 불모지였던 한국에 비건·채식인과 비채식인 모두 한 데 어울릴 수 있는 있는 행사도 속속 마련돼 눈길을 끈다. 오는 19∼21일 서울 양재aT센터에서 열리는 ‘제6회 베지노믹스 페어 비건페스타’가 대표사례다.

2019년 첫 선보인 비건페스타는 엑스컴인터내셔널이 주최하고 에너지경제신문사, 한국비건인증원 등이 후원하는 국내 첫 비건 전문 페어다. 지난 2월 상반기 행사에만 약 1만8000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한 바 있다.

하반기 행사는 비건 식품에서 나아가 패션·뷰티, 생활용품, 반려동물 제품 등 여러 카테고리에 걸쳐 채식 산업의 모든 것을 총망라해 선보인다. 특히, 올해 새로 출시했거나 출시 예정인 친환경·비건 브랜드를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신제품 특별관’도 준비해 큰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주최 측은 기대하고 있다.

한편, 비건 식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변화되면서 소비 인구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채식비건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지난 2008년 15만명에서 지난해 250만명까지 급증했다.

같은 기간 국내 비건 인증 민관기관인 ‘한국비건인증원’에서 ‘비건 인증’을 받은 누적 식품수도 612개에 이른다. 특히, 2019년 199개 업체 대비 지난해에만 286개 업체가 신규 인증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동물복지와 기후 변화 등 사회환경 문제에 따른 위기 의식으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앞으로도 비건 식품에 대한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 대표는 "예컨대 생산, 유통을 거쳐 섭취하기까지 쇠고기 스테이크가 콩나물 국밥보다 90∼100배 높은 탄소배출량을 배출한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음식을 먹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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