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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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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원전 생태계 복원서 우선해야 할 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7.27 10:41

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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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식화하고 지난달 ‘원전 중소기업 지원방안’과 ‘원전산업 협력업체 지원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아직 원전산업 현장은 탈원전 한파에 갇혀 있다. 최근 언론에 실린 인터뷰에서 한 원전 중소업체 대표는 "여전히 존폐기로에 있다"는 하소연을 했다.

현재 국내 원전산업 경쟁력은 탈원전 정책 시행 이전 대비 65% 수준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원자력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할 설문조사에서 응답 기업들은 원전 생태계 복구에 약 3.9년이 소요될 것이라 예상했다. 탈원전 정책 폐해로 ‘사업성 저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54.8%), ‘인력 이탈로 인한 전문성 약화’(29.0%), ‘기술개발 중단 및 기술수준 저하’(9.7%), ‘밸류체인 경쟁력 악화’(3.2%) 등을 꼽았다. 원전 생태계 회복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조속한 일감 공급’(46.9%)이라고 응답했다.

원전 중소기업의 일감 가뭄을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는 요원하다. 환경영향평가 등 현행 법령에 따른 절차 때문에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는 1년 반 뒤에나 가능하다. 지금도 한계 상황에 몰려있는 원전기업들이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도 이달 중순 열린 산업통상부 업무보고에서 "원전 생태계룰 조속히 복원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원전은 200 만개 이상의 부품으로 이뤄진다. 원전 건설이나 운전을 위해서는 이들 부품이 적시에 공급돼야 한다. 우리 원전 중소기업이 하나 둘 사라지면, 부품 조달이 힘들어진다. 이는 국내 원전의 원활한 운영, 나아가 전력수급 차질로 이어진다.

외국에서 사 온다고 해도, 제때 부품이 조달될지는 불확실하다. 구매 비용도 훨씬 비싸 발전(發電)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또 원전기업들이 뒤를 든든히 받쳐줘야 우리 원전이 최상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으로 세계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다. 이처럼 원전 산업생태계 붕괴는 그 영향이 원전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력수급은 물론 국민경제에까지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조속한 원전산업 생태계 복원을 위해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의 지난 6월 대책의 성패는 대책의 효력이 풀뿌리 현장까지 얼마나 빨리 퍼지느냐에 달려있다. 응급환자는 응급처치 후 치료를 하듯이, 지금은 생사기로에 놓인 원전기업 회생에 초점을 맞출 때다. 그 후 이들 기업의 자생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관행이나 전례를 핑계 삼지 말고, 합법적 선례를 만들면 된다는 비상한 각오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앞당길 과감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원전 안전에 직접 영향이 없는 절차나 업무를 간소화하거나 과감히 생략하는 특별법 제정 추진이 그 대책의 일례다.

원전산업 생태계 복원에 원전 대기업의 동참을 끌어내야 한다. 우리 원전산업은 분야별로 소수의 대기업이 있다. 이들 기업은 주로 공기업이다. 이들도 탈원전 피해를 봤지만, 원전 중소기업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미미한 편이다.

원전 생태계 복원은 그간 사라진 기업을 대체할 신규기업을 발굴·육성하고, 인력 이탈 등으로 조직과 사업역량이 쪼그라든 기업의 사업수행 역량과 기술 수준을 복원시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직접 할 수 없다. 현 상황에서는 원전 대기업만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원전 대기업에 자체 사업이나 정부 연구개발사업 등을 통해 중소기업을 육성하도록 주문하고, 이를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일례로 원전 대기업이 정부 연구개발사업에 주관기관으로 참여하는 것을 꺼리게 하는 과도한 대응자금 부담 규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원전 정책의 안정적 추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이 원전산업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선행투자가 필요하다. 또 원전기업, 특히 민간기업이 인재를 채용하고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원전산업의 사업성과 지속성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5년 주기로 원전 정책이 정반대로 바뀌게 되면, 단타 매매에 능한 투기세력을 제외한 어떤 원전기업도 미래 투자와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수행하기 어렵게 된다. 인재도 모이지 않는다.

앞으로 원전 정책은 합리적 미세 조정은 있어도 핵심은 꾸준히 추진된다는 것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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