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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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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에너지 위기에 대처하는 두 갈래 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7.21 10:15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신동한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세계 경제가 심상치 않다. 연일 인플레이션과 경기하강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고 외환 위기에 몰린 개도국들의 소식이 우려를 더한다.

발단은 연초에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서방국가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국제 원유가격을 7년 만에 10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이어 각종 원자재 가격이 치솟았다.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 풀린 공적 자금에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급격한 물가상승을 불러왔고 미국은 금리 인상을 통해 대응에 나섰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자이언트 스텝’은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은 물론 환율의 상승을 불러왔다. 스리랑카는 지난 5월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졌다.

일련의 사태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급체계가 얼마나 취약한 상태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국제 유가의 변동은 그대로 국내 유가에 반영되었고 시민들은 휘발유 가격 2000원대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에너지 수입액은 지난해 약 1300억 달러에서 올해는 18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수입액의 약 30%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런 와중에 윤석열 정부는 이달초 국무회의에서 에너지 정책을 확정하여 발표하였다.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강화’, ‘에너지 신산업 창출을 통한 튼튼한 에너지 시스템 구현’이라는 비전은 유지되고 있다.

5대 정책 방향 중 첫 번째로 내세운 ‘실현가능하고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의 재정립’은 이전 정부와 차별화되는 윤 정부 에너지 정책의 특징이 가장 두드러진다. 윤 정부는 2030년 발전량의 23.9%가 목표였던 원전의 비중을 30%로 높이고 대신 30~35%로 늘리려던 재생에너지는 20%대로 조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 위기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우리 정책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 바로 유럽연합(EU)이다. EU가 지난 3월 ‘REPower EU’를 통해 밝힌 러시아 가스 대체방안을 보면 수입 국가 변경을 통해 60%를 대체하고 26%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14%는 에너지 효율 개선을 통해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입선 다변화 외에 추가 에너지로는 바로 재생에너지에 집중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EU는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를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벗어나면서 자립에너지를 확대하는 계기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한 것이다. 원전은 자립에너지가 아닐 뿐만 아니라 안전과 폐기물 처리 문제로 에너지 위기 대응 방안으로 고려 대상이 아니다.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유럽연합과 한국, 과연 미래에는 누가 웃게 될까.

이번 에너지 위기가 주는 교훈은 에너지 공급의 해외 의존, 특히 소수 국가에 편중된 공급 구조의 위험성을 일깨운다. EU가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 자립에너지인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려는 노력은 지극히 합리적인 방향 설정이다.

반면 윤 정부는 지금도 경제협력기구(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인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줄이려는 방향을 고집하고 있다. 99% 수준이었던 우리나라의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지난해 93%까지 내려온 것은 온전히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덕이다. 더구나 낮은 재생에너지 보급률은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 기업들이 RE100의 영향으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며, 탄소 국경세의 과녁이 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전은 에너지 자립에 기여하지 못한다. 우라늄광도 수입해야 하지만 핵연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농축을 해야 하는데 이는 미국과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핵무기 보유 국가들의 전유물이다. 즉 소수의 국가에 원료 의존을 해야 하는 취약한 에너지원이다. 차라리 석유라면 아무리 비싸도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물량은 확보할 수 있지만, 농축 우라늄은 핵무기보유국에 밉보이면 구할 수조차 없다.

위기는 잘 대처하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극복하지 못하면 고난의 반복일 뿐이다. 1970년대 석유파동 이래 수차례의 에너지 위기를 겪어오면서 우리는 무엇을 배웠는가. 왜 아직도 에너지 자립도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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