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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4차 에기본 ‘패싱’…곧바로 ‘탈원전 폐기’ 10차 전기본 세운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7.03 09:50

- 에기본 법적 근거 사라져...여소야대로 에너지법 개정안 통과 막혀

- 연말 10차 전기본 수립 위해 정책 방향 국무회의 의결로 추진

- 일각선 "절차 하자 있던 '탈원전'처럼 논란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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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윤석열 정부가 4차 에너지기본계획(이하 에기본) 없이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10차 전기본)을 수립한다.

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5일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실상의 4차 에기본이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로드맵’ 처럼 이번에도 국무회의 의결을 통한 로드맵 성격이다. 지난 3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 폐지되면서 에기본의 근거법이 상실된 상황에서 산업부가 에너지법 개정안에 에기본을 포함시키려했지만 국회가 여소야대 정국인데다 원구성도 되지 않은데 따른 궁여지책이다.

산업부가 이처럼 서두르는 이유는 법안 통과가 안될 경우 연말까지 신한울 3·4호기 확대 등 세부계획을 수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거기에 에기본에 대한 법적 근거가 담기고 그 다음에 각종 국가계획이 작성이 돼야 되는데 국회에서 논의조차 안되고 있다"며 "빨라야 9월로 넘어가고 12월은 돼야 법안이 통과될 텐데 그러면 새 정부가 5월 초에 출범한 뒤 12월까지 아무 것도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대로라면 연말까지 수립해야하는 10차 전기본에 차질이 불가피 한 만큼 당장은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의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에만 산업부가 의견수렴을 위해 10차례에 가깝게 국회와 에너지전환포럼, 대한상공회의소,자원경제학회 등과 토론회와 세미나를 가진 배경이다. 5일 정책방향이 발표되면 7월에 국무회의에서 의결이 될 예정이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인수위 당시 계획 대로 상반기까지 에기본을 수립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다 보니 절차적 정당성,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것이다. 전체를 대상으로 공청회, 현 정부와 가까운 단체, 에너지전환포럼 등 이번 정부와 반대쪽에 있는 단체와도 공청회를 가진 이유"라며 "지난 정부의 탈원전 강행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정책 방향을 만들었는데 의견 수렴을 안했다고 비판을 받을 걸 피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지난 정부의 성급한 탈원전 정책에 따른 부작용이 되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정부 내내 논란이 된 ‘탈(脫)원전’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바로 ‘법적근거 없이 추진했다’는 점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상위계획인 2차 에기본의 내용 수정 없이 하위계획인 8차 전기본에 탈원전 정책을 반영한 것이 문제가 됐다. 결국 감사원이 이의 위법성 여부를 감사하기까지 했다. 2차 에기본의 2035년 원전 설비비중은 29%이었으나 8차 전기본의 2031년 비중은 11.7%(정격용량 기준)로 축소된 바 있다.

노동석 서울대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는 지난 정부에서 여소야대로 법을 못 만드니 갑자기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했고 이를 근거로 에너지 전환 로드맵이라는 걸 만들어서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그걸 일종의 상위 계획으로 해서 제8차 전기본을 수립했다"며 "이것이 탈원전과 관련된 유일한 공식적 행정행위였다. 그런데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훈령에는 원전 축소와 관련된 조항이 없었다. 그런데도 국회 입법 과정이나 별도의 국민 의견 수렴 없이 탈원전을 강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박사는 "산업부로서는 피하고 싶었던 시나리오일 것"이라며 "지난 정부 때 이 로드맵을 갖고 온갖 걸 해도 되느냐 하고 감사원이 감사도 했는데 막상 비판해놓고는 똑같이 하고 있다는 모양새로 보일 수 있다. 다만 당시에는 법적 근거가 있었는데 이를 무시했던 것이고 이번에는 법적 근거가 없어진 상황인 점은 참작돼야 한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이대로 시간을 지연하면 신한울 3·4호기 재개, 그 다음 원전 강국 10기 수명 연장 등이 있는데 아무것도 진행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산업부는 7월 중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원전 확대 관련 후속 조치들이 진행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 정부는 에너지전환 로드맵 발표 10일 이후 국무회의에서 의결을 거쳤다"며 "이번에도 5일 정책 방향 발표 후 보름 정도는 숙고 과정을 거쳐 국무회의에서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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