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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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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칼럼] 에너지전환과 기술빅데이터 활용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5.30 09:54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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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산불, 코로나, 홍수 등 우리 삶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재해가 기후변화와 관련되어 있고, 이를 완화하기 위해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축하자는 목표가 탄소중립이다. 최종에너지 소비기준으로 최소 70% 이상은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하는 탄소중립의 핵심은 에너지전환이다. 아직은 화석연료가 전세계 에너지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데, 구조를 급격하게 바꾸는 것도 어렵고 가능하더라도 혼란이 따른다.

그럼에도 엄중한 기후위기와 국제사회의 요구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나라는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글로벌 위기 속에서 에너지안보 및 경제안정을 유지함과 동시에 에너지전환을 속도감 있게 이행해야 하는 현실을 무겁게 마주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3월부터 시행된 탄소중립기본법에 구체적인 목표 수치까지 반영되어, 향후 에너지 기본계획이나 전력수급계획 등 후속 법정 계획에 반영 되고 목표달성 이행도 매년 점검될 예정이다.

에너지전환은 시간이 걸리는데 목표기한은 단기로 주어진 아이러니와 에너지자원은 부족한데 에너지 다소비 산업국가로 성장한 아이러니가 탄소중립이라는 난제를 맞닥뜨린 것이다.

전력을 예로 들면, 석탄발전을 가스발전으로 바꾸고 원자력발전원을 추가하는 등 발전원의 변경은 개발-투자-건설 등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 탄소중립의 1차 목표시한인 2030년까지 획기적 감축이 만만치 않다.

신재생에너지도 비용배분·계통확대·변동성완화·생태계영향 등이 병행 선결되어야 한다. 탄소중립에 가장 선도적인 영국도 5월 초 계통 접속허가를 받은 태양광 발전소의 접속 가능시기가 빨라야 2028년이라며, 계통망 투자와 비용배분합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종합목표인 탄소중립을 먼저 선언한 후 에너지전환의 개별수단들을 후속 추진한 결과다.

하지만 지금의 난제는 미래의 기회이고, 핵심은 기술 확보다. 작년 말 세계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락의 최고경영자(CEO)가 "다음에 등장할 1000개의 유망벤쳐는 정보기술(IT)이나 미디어회사가 아니고 다양한 친환경 기술 보유회사일 것"이라고 공식석상에서 언급한 이유이자, 빌 게이츠가 "(기술)혁신만이 탄소중립을 가능하게 만들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힌 배경이다.

한 글로벌 전략컨설팅 회사는 기후기술의 시장 규모가 2030년 90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4배가 넘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이는 원전 및 신재생에너지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분해 등 재활용기술, 수소환원 등 산업공정기술, 탄소포집저장 등 처리기술, 수요관리 등 효율기술 등 탄소중립 이행수단을 포괄한다.

기술확보를 위해서는 특허데이터가 유용하다. 유럽연합에 의하면, 전세계에 존재하는 기술 정보의 80%는 특허 데이터에서 파악된다고 한다. 기후변화 완화기술만 170만 건의 특허문헌이 있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지 않고 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시야를 80% 가리고 운전하는 것과 같다. 특허데이터를 중심으로 논문 및 전문가인터뷰를 추가한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하면, 기술사업전략 수립은 물론이고 유망기술분야/핵심기술 파악 및 인수대상회사 타케팅, 고객사나 경쟁사의 탄소중립 기술전략 벤치마킹도 수월해 진다.

우리 기업은 이미 탄소중립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사업 인프라 및 역량을 활용하여 시너지가 극대화되는 기술 분야를 선정하고 자력 개발 혹은 기술보유사 인수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기술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신사업전략을 보완한다면 글로벌 시장 선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해상풍력의 예를 들어 보면, 국내 기업은 이미 철강재, 해상구조물, 발전부품, 타워, 케이블 등의 경쟁력 있는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여기에 해상풍력 벨류체인 전반의 기술적 니즈를 데이터로 파악하여 자사 전략을 보완하는 것이다. ‘그린수소연계-발전효율향상-원격감시예지정비-발전량예측-제어시뮬레이션’ 등 벨류체인별 기술적 과제를 해결할 기술을 찾고 이를 추가로 확보한다면신사업 시너지 극대화는 자명하다.

지난 3월 전경련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기후기술 특허는 수소환원제철·탄소포집 및 활용저장 등 핵심 분야에서 경쟁력이 낮고, 에너지 생산·전송·배분 분야에 편중돼 있다고 지적됐다. 기술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기술을 선점하고 보완한다면, 우리나라에 불리한 아이러니가 유리한 기회로 전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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