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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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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배터리시장, 2040년엔 87조원…'글로벌 격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2.27 13:16

K배터리 3사는 물론 중국 CATL 최대 5.9조원 투자계획



완성차업계선 BMW·혼다·르노에 테슬라까지 참전 양상

수산화리튬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배터리에서 추출한 수산화리튬을 살펴보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다 쓴 전기자동차 배터리에서 원료를 추출하는 ‘배터리 재활용’ 시장에서 미래산업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는 물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까지 배터리 재활용에 나서면서다.

배터리 재활용은 니켈과 코발트 등 주요 원료값이 급등하면서 원가경쟁력을 얻을 수 있고, 환경파괴를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K배터리’ 3사는 주요 원료에 대한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수급을 안정화하는 차원에서 관련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2025년 3조→2040년 87조원


27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오는 2025년 3조원 규모에서 2030년 12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전기차 대중화가 본격화되는 2040년 시점에는 87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된다.

‘배터리 재활용’은 다 쓰거나 사고로 버려진 배터리에서 주요 원료인 니켈과 코발트 등을 추출해 이를 새 배터리에 탑재할 원자재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말한다. 폐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전기차 충전소에 탑재하는 ‘재사용’과는 다른 개념이다.

이미 시장에는 원료를 다루는 전문 업체뿐만 아니라 완성차 회사와 배터리 기업들까지 경쟁이 치열한 모양새다. 주요 국내 업체로는 성일하이텍과 에코프로비엠이 꼽힌다. 여기에 미국 리-사이클(Li-Cycle), 중국 화유코발트 등이 참전한 상태다. 폭스바겐과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등 자동차 업체는 전문 기업과 협력을 넓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재활용이 지나치게 높은 원료 해외 의존도를 낮출 방안으로 꼽는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배터리 4대 소재 시장은 올해 282억달러(약 34조원)에서 2030년 1232억달러(약 147조원)규모로 성장할 전망이지만 국내 소재 업계는 존재감이 크지 않다.

점유율을 높여가는 배터리 완제품 시장에서와 달리 소재 분야에서는 경쟁력은 일본과 중국에 뒤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배터리 양극재 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은 9%로 중국 72.4%와 일본 13%에 밀렸다. 전해액과 분리막, 음극재 등에서도 한국이 한 자릿수 점유율을 유지하는 동안 중국과 일본은 기본 두 자릿수 점유율을 확보한 상태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가 추정한 수치다.

배터리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양극재는 국내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비엠 등이 생산량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 니치아 등에서 수입하는 양이 여전히 많다.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는 80% 이상 중국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음극재 분야에선 상황이 더 안 좋다. 국내에서 유의미한 수준으로 음극재를 양산하는 기업은 포스코케미칼 정도로 손에 꼽는다.


◇ 완성차·배터리 업체 등도 관심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완성차 업체부터 소재 기업까지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완성차 회사는 전문기업과 손잡고 폐차 회수부터 부품 분해 및 분쇄 등을 진행한다. 혼다와 BMW, 르노 등에 더해 테슬라까지 시장에 진출했다.

테슬라는 지난 8월 ‘임팩트 리포트’를 통해 자체 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소개했다. 이를 통해 배터리셀 원료 92%를 회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에서 재활용 서비스를 출시했다.

배터리 제조사 중에서는 국내 기업 최대 경쟁사인 중국 CATL(닝더스자이) 행보가 눈에 띈다. CATL은 이달 계열사 광둥방푸와 후베이이화그룹이 합작사를 설립해 중국에 배터리 재활용 시설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최대 320억 위안(약 5조 9000억원)을 투자한다.

국내 배터리 3사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업체 ‘라이-사이클’에 600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했다.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최근 전담 조직을 설립했다.

삼성SDI 역시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피엠그로우’에 지분을 투자했다. 또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 선두 기업인 성일하이텍과 협력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니켈과 코발트 등은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높은 편이라 재활용을 거치면 이를 크게 낮출 수 있다"며 "탄소 중립 차원에서 재생원료 확보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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