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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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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소비자물가 급등에 금융시장도 흔들...바이든 "물가안정 최우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1.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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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한 소비자가 식품을 고르고 있다(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1년만 최고치인 6.2%를 기록하자 워싱턴에 비상이 걸렸다. 물가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자 금리인상을 비롯한 긴축정책이 더 빨리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로 금융시장의 불안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직접 성명을 내면서 물가상승을 뒤집는 것이 자신의 최우선 사안이라고 밝혔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의 10월 CPI는 전년 동월보다 6.2% 올라 지난 1990년 12월 이후 거의 31년만에 최대폭 급등을 기록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예상치인 5.9%를 웃돈 수준이기도 하다.

전월 대비 CPI 상승률도 0.9% 올라 시장 전망치인 0.6%를 상회했다. 전월대비 CPI 상승은 0.9%을 기록한 지난 6월 이후 7월 0.5%, 8월 0.3%, 9월 0.4%로 낮아졌다가 다시 상승폭이 커졌다.

급등한 에너지 물가가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가격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에너지 가격은 전년 대비 30% 상승했고 휘발유와 연료유가 같은 기간 각각 49.6%, 59% 각각 폭등했다. 이로 인해 중고차 가격은 1년 만에 26.4% 올랐고 식음료(5.3%), 신차(9.8%), 주거비(3.5%) 등의 상승폭도 심상치 않았다. 에너지 가격은 전달 대비 4.8% 올랐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도 전년 동월보다 4.6%, 전월보다 0.6% 각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들어 소비자 수요가 회복되는 가운데 전방위적인 공급망 차질과 인력 부족으로 기업들이 소비자 가격을 꾸준히 올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예상을 뛰어넘는 10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 발표는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호언장담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게 큰 고민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주로 참고하는 물가지표는 CPI가 아닌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지만, 이 역시 최신 통계인 9월 기준으로 4.4% 올랐다.

연준은 지난 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결정했지만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들에 의해 초래됐다는 견해를 굽히지 않으면서 금리인상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성명을 내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프라예산법안 의회 가결이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물가가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CPI 발표 직후 성명을 내 물가상승 추세를 뒤집는 것이 자신의 "최우선 사안"이라며 즉각 진화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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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급등으로 10월 휘발유 가격이 작년 동기대비 49.6% 올랐다(사진=로이터/연합)

 

10월 물가에 놀란 금융시장...인플레이션 전망 ‘의견분분’ 

 


금융시장은 인플레이션 심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263.84%(1.66%) 떨어진 15,622.71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각각 0.66%, 0.82% 떨어져 시장의 우려를 반영했다.

높은 물가 상승률 때문에 연준이 조기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0.409%에서 0.503%로, 10년물 국채 금리는 1.431%에서 1.553%로 각각 올랐다.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여겨지는 국제 금값도 이날 CPI 발표에 1848.30달러까지 오르면서 6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향후 물가 상승률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미 금융회사 PNC 파이낸셜 서비스는 발틱운임지수(BDI)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10월 CPI가 고점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BDI는 석탄, 철광석과 같은 원자재 등을 운반하는 벌크선의 시황을 파악하는데 사용되는 지수다.

거스 파우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BDI의 하락은 일부 경제의 과열 부문이 반전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며 적어도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상품과 수입 인플레이션 상승의 최악은 끝났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BDI는 올해 1월 2000에서 지난 10월 7일 5650까지 급등했지만 그 이후 50% 가량 떨어져 6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반대 의견도 있다. 웰스파고의 사라 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상황이 내년 봄까지 악화된 후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다음달 FOMC에서 (긴축정책) 시간표가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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