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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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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소 전면 폐기한다면서 탄소세 도입한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1.03 16:27

- 文 탄소중립 강행에 탄소세 도입 논의 급물살…석탄화력발전 폐쇄 여부가 관건

- 기재부, 올 연말 관계부처 합동 '탄소 가격 부과체계 개편방안' 연구용역 발표

- 에너지업계 "탄소배출 40% 차지하는 석탄발전 전면 폐쇄되면 무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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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탄소중립 실행 의지를 거듭강조하면서 탄소세 도입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탄소세 부과로 기업들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에너지업계에서는 실질적으로 전체 탄소배출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발전부문, 그 중에서도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탄화력발전을 2050년까지 전면폐쇄하겠다는 방침을 대통령이 밝힘에 따라 탄소세 도입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탄소세 도입이 아닌 발전업계의 사업 전환 계획수립과 정책적 지원이 더욱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연말 탄소세 부과 여부 발표 예정

탄소세는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 연료에 함유돼 있는 탄소함유량에 비례해 부과하는 조세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많이 활용되는 규제방식인 직접규제, 배출권거래제, 배출부과금 중 배출부과금에 해당한다. 배출량 당 일정 수준의 세금이나 수수료를 납부하게 함으로써 가격변수를 활용해 기업의 배출량 감축을 유도한다.

한국은행의 ‘기후변화 대응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탄소세를 부과할 경우 제조업의 생산 비용은 최대 4.5% 상승하는 등 생산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는 올해 3월 ‘탄소가격 부과체계 개편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환경연구원, 국토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이 탄소세를 부과했을 때 실제 탄소 배출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으며 오는 12월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한편 NDC 상향 목표와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발전사들의 역할이 막중한 상황이다. 정부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통해 발전 부문의 배출량을 2018년(2억6960만톤)보다 44.4%, 산업 부문의 배출량을 2018년(2억6050만톤)보다 14.5% 줄이기로 했다. 2018년 기준 발전 부문의 탄소 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37.1%인 총 2억6960만톤이다. 이번 상향한 목표안대로라면 남은 8년 동안 발전 부문은 2018년 해당부문 배출량의 44.4%(1억1970만톤)를 감축해야 한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산업별 탄소세 부담 추정을 보면, 시나리오에 따라 연간 7조3000억원에서 36조3000억원의 추가 비용 발생을 전망하고 있다. 최근 국회미래연구원이 발표한 ‘EU 탄소국경조정 전면도입 정책충격에 따른 국내 산업 총 부담액’은 8조2456억원 규모다.


◇발전업계 "정책 공감…석탄화력 퇴출, LNG·재생에너지 확대 따른 지원 절실"


발전업계는 탄소배출이 가장 많은 만큼 부담도 가장 크다는 입장이다. 석탄발전 상한제나 폐지, 탄소세 도입 등 현재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라는 것인데,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정부가 메꿔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등 발전 5사가 올해 국정감사 기간에 제출한 ‘2030년 NDC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데 대한 기관의 입장’을 보면 발전사들은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는 동의하지만 석탄화력발전을 줄여나가는 과정에서의 피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석탄화력 감축과정에서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사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추기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남부발전 측은 "석탄발전기 설계수명은 30년이지만 환경 설비 개선과 주기적인 설비 보강으로 설계수명 이후에도 실질적 운영이 가능하고, 잔존수명이 많이 남아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석탄·LNG발전기가 잔존수명보다 더 빠르게 폐쇄되면 불가피한 매몰비용 발생으로 발전사의 재무적 부담이 가중돼 재생에너지, 무탄소 전원 등 에너지 전환 추진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며 "해외 사례를 참고해 퇴출 대상 발전기의 실질적 잔존수명을 반영한 적정한 보상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른 발전사들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남동발전은 "NDC 목표 달성을 위해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정책과 연계해 단계적 에너지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다만 이러한 전환 과정에서 발생되는 수익 악화 및 자산 손실 우려, 지역 일자리 감소 등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중부발전은 "NDC가 40%로 상향 시 석탄화력발전소 이용률이 약 40% 정도로 낮아져 회사 재무 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므로 발전사 손실 보전을 위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동서발전은 "2030 NDC 상향 및 에너지 전환 정책의 방향성은 공감한다"며 "국가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LNG 전환,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부발전은 "탄소중립에 대한 국제적 기후 변화 트렌드 및 사회적 요구에 부합해 공기업으로서 감축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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