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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 선발주자 유럽의 교훈…"탄소중립, 에너지 빈곤층 기반약화 우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8.30 08:16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에너지 비용 상승 가능성"

우슬라

▲우르슬라 폰 더 레엔 유럽집행위원회의 의장이 지난달 벨기에 브뤼셀에서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책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정부의 탄소중립 추진 등 에너지 전환이 에너지 빈곤층 확대 또는 생활기반 약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목표 달성 과정에서도 빈틈 없는 에너지 빈곤층 대책을 서둘러 세워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같은 우려와 지적은 탄소중립에 선두주자로 나선 유럽 국가들의 에너지전환 비용 부담이 높아지고 있는데 따른 교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30일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에서 "유럽 각국에서 에너지 관련 비용 부담 상승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발표했다.

유럽 연합(EU)은 지난달 ‘Fit for 55’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도로수송·건물부분에 별도의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Fit for 55’ 패키지란 EU가 상향조정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인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에 맞춰 기존의 제도 와 정책을 수정한 것이다. 지난달 14일 발표된 ‘Fit for 55’ 패키지로 총 11개 법률이 제·개정됐으며 1개의 신규 정책이 제시됐다.

‘Fit for 55’ 패키지에 따라 별도로 마련되는 도로수송·건물부문의 배출권거래제는 도로수송과 난방용 연료에 적용될 것으로 예고돼 있다.

그러나 현재 유럽의 국가들이 이를 당장 시행할 수 있는 행정력이나 제도, 비용 등을 갖추고 있지 않아 오히려 에너지 빈곤층에 부담이 몰릴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됐다.

연료에 직접 배출권거래제가 적용될 경우 연료공급업체가 규제대상이 되기 때문에 연료비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에경연 분석이다.

에경연은 "EU가 지난 7월 발표한 ‘Fit for 55’ 패키지를 통해 도로수송·건물부문에 별도의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제도를 시행할 경우 연료비가 올라 에너지빈곤층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U는 연료비 상승으로 발생하는 부정적인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사회적 기후기금’(Social Climate Fund)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 기금은 도로수송·건물부문 배출권거래제로 생기는 수입이나 EU 예산을 활용해 운영될 예정이며 에너지효율 향상과 신규 냉난방시스템 도입 등 에너지빈곤계층의 청정에너지 이용에 활용될 계획이다.

그러나 에경연에 따르면 일부 EU 회원국들은 ‘사회적 기후기금’이 에너지비용을 상쇄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올해부터 도로수송·난방 부문에 별도 탄소가격제를 도입했다. 연료에 직접 부과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현재까지 부과 금액은 난방유 기준으로 리터당 7유로센트 수준에 불과하다.

영국은 "탄소중립 정책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비용증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여론의 압박에 따라 ‘오는 2035년 이후 신규 가정용 가스보일러 판매를 금지한다’는 조치를 철회할 것으로 관측됐다.

영국의 경우 건물부문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량이 전체 배출량의 21%를 차지한다. 이에 영국 기후변화위원회에서는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오는 2033년까지 모든 가스보일러를 금지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가정용 가스보일러 대체품으로 저탄소 난방수단인 히트펌프가 거론되고 있지만 교체 비용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히트펌프는 수소보일러와 마찬가지로 교체할 때 평균 1만파운드 (한화로 1603만6000원)이상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에경연에 따르면 현재 영국의 가정 난방 온실가스 감축 계획은 정책 미흡으로 진행이 매우 더딘 상황이다. 올해 초에는 건물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Green Homes Grant 바우처 사업’도 행정력 미비로 인해 철회되기도 했다.

이에 영국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주택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리모델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스위스에서는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마련한 탄소세법 개정안이 부결됨에 따라 완화된 법안을 마련할 전망이다.

당초 개정안은 상향된 스위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맞춰 마련됐다. 스위스의 기존 NDC 목표는 오는 2030년까지 1990년 수준보다 37.5% 감축하는 내용이었지만 50% 감축으로 강화됐다.

이에 부합해 마련된 탄소세법 개정안에는 자동차 연료에 대한 세금 인상과 항공요금에 탄소세 부과 등이 포함돼 있다.

개정안에는 스위스에서 이륙하는 항공편에 30~120프랑(한화 3만8244∼15만2975원) 추가 요금을 부과하고, 휘발유·경유에 대한 세금을 리터당 0.05~0.12프랑(한화 64∼153원) 인상하는 안 등이 담겼다.

에경연에 따르면 스위스 정부는 당초 제시했던 법안이 지나친 수준이었을 수 있다고 간주한 뒤 새로운 초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laudia@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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