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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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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전력난 우려 속 태양광 발전 역할론 논란…"피크 대응 한계·계통 운영 복병 가능성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7.2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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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설치된 비계량 태양광 설비의 모습.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27일 비계량 태양광 전력량을 제대로 파악하라는 지시를 계기로 전력피크 시간대 태양광 발전의 역할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하루 최대 전력 수요가 매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상황에서 전력피크 때 태양광의 전력 기여도가 고작 1% 정도에 그쳐 무용지물이라는 주장이 최근 또다시 제기됐다.

28일 전력거래소가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에 최근 제출한 ‘피크시간대 발전원별 발전량’ 자료에 따르면, 이달 1~15일 보름 동안 하루 중 전력 소비가 가장 많은 시간대(보통 오후 4~5시 사이)에 태양광의 실제 발전량이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한 비율은 1.4%에 불과했다. 지난 1월 기록적인 한파 때에 이어 최근 폭염 지속에 따른 전력수요 최고치 기록 경신행진이 연일 계속되면서 태양광 발전의 역할론이 대선 정국에서 정치 이슈로까지 떠오른 것이다.

(참조기사 : ‘재생E, 겨울철 전력 피크 때 무용지물…태양광 기여도 미미’)

이에 대해 그간 에너지전환을 강조해온 집권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무소속 양이원영 의원을 중심으로 여름 피크 시간이 오후 2~3시에서 오후 4~5시 이동할 만큼 태양광이 폭염 피크시간 대 기여한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이 논란에 본격적인 불을 당겼다.

양측 주장은 업계에서 모두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어느 쪽 주장도 전력시스템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는데 한계를 갖는 단편적인 주장이란 평가다. 전력피크 때 기여도가 1%라는 주장은 가정용이나 자가용 등 비계량 태양광 발전량을 태양광 발전량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태양광이 피크시간을 이동시켜 폭염기간 대 전력피크 대응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해가 지기 시작해 비계량 태양광이 발전을 멈춰서 나타나는 오후 5시 피크시간 때 전력계통시스템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다만 비계량 항목으로 추정되는 가정용 또는 자가용 태양광의 경우 설비용량은 현재 대체로 파악되고 있으나 실제 발전량은 아직 전력시장에 포함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히 측정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 지시는 바로 이 비계량 태양발 발전량을 정확히 파악하라는 것이다. 앞으로 비계량 태양광 발전량을 얼마나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지가 태양광 보급과 안정적인 전력시스템 확보에도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등은 비계량 태양광 발전량을 알아내기 위해선 계측장비를 비계량 태양광에 보급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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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기준 실시간 전력수급 그래프. 이날 오후 4시 55분 하루 최대 전력 수요가 9만 542MW를 기록했다. 전력거래소

 

추측으로 알 수밖에 없는 비계량 태양광 발전량 

 


비계량 태양광은 한국전력과 전력구매계약(PPA)를 하거나 자체 생산한 전력을 직접 소비하는 태양광 발전설비를 말한다. 발전사업용으로 전력을 판매하지 않기에 비계량 태양광에서 생산한 전력은 전력시장에서 집계되지 않는다. 전력거래소 통계에 비계량 태양광 발전량이 잡히지 않는 이유다. 또한 한전과 PPA 계약은 한 달을 기준으로 상계를 하기에 한 달 동안 사용한 발전량 파악은 가능하더라도 일별, 시간대별 발전량 계산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다만 비계량 태양광이 얼마나 설치돼 있는지는 파악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보급된 비계량 태양광 설비용량은 15GW로 파악된다.

전력거래소에서는 비계량 태양광 설비용량에 태양광 발전의 이용률을 반영해 시간대별 태양광 발전량을 추정한다. 예컨대 설비용량 15GW 태양광 발전설비에 이용률이 50%라면 발전량은 7.5GWh로 나오는 식이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비계량 태양광 사업자들이 어느 지역에 얼마 정도 용량이 있는지는 다 파악하고 있다"며 "그 지역에 시장에 들어온 발전기 이용률을 환산·보정을 해서 비계량 태양광의 발전량을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추측한 발전량이 수요를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확실한 수치로 계량되지는 않았기에 피크시간에 태양광의 기여도가 높다는 주장에는 여전히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더 나아가 정부가 지난해 말 9차 전력수급계획을 세울 때 제기된 전력수요량 축소 의혹 논란을 다시 촉발할 수 있다. 정부의 전력수요 축소 의혹은 원전업계 등을 중심으로 탈원전과 탈석탄 정책 역풍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전력수요를 고의로 줄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비계량 태양광 발전량에 따라 실제 정부의 전력수요 예측량은 달라질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전력수요는 경제성장률이나 인구와 날씨 등 거시적 지표로 예측하기에 개념이 좀 다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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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 간 전력 최대 수요가 9만MW를 넘었던 기간 그래프.( 단위:MW) 자료= 전력거래소

 

비계량 태양광 전력 계통 문제 ‘복병’ 가능성 

 


피크시간 이동이 태양광 덕분이더라도 새 피크시간대인 오후 4~5시에 태양광이 제 역할을 못하게 되면서 태양광 발전의 피크시간 기여도에는 마찬가지로 여전히 한계가 있다. 태양광 발전의 변동성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태양광 발전이 해가 쨍쨍할 때 급속히 늘었다가 해가 지면서 빠르게 줄어들어 출력 변화가 커지면 전력 계통의 안정적 운영에 부담을 주게 된다. 피크 시간 이동도 불과 2시간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다. 전력계통 시스템에서는 일정 전압을 유지를 위해 전력 수요와 공급이 일정 수준을 크게 벗어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일어난 미국 캘리포니아 정전사태가 그랬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지난 1월 8일자 '세계원전시장 인사이트'에서는 캘리포니아 정전사태를 태양광이 발전을 멈추는 저녁 시간 때 예비전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서 발생했다고 분석한다.

당시 기록적인 폭염으로 해가 진 저녁에도 에어컨 가동이 늘어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예비 전력을 투입하지 못했고 대규모 정전을 막기 위해 순환 정전을 하게 됐다.

아직 국내에서 비계량 태양광 등이 많이 보급되지 않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태양광 보급이 늘어날수록 폭염시 오후 5시 피크타임 때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비계량 태양광이 많아질수록 해가 쨍쨍한 오후 2시와 5시 간의 전력수요량 격차가 더욱 커질 수 있어서다. 단순히 전력 피크타임을 늦췄다는 게 태양광이 전력계통에서 장점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계측장비 보급이 관건이지만 현실은 쉽지 않아" 

 


문 대통령의 비계량 태양광 전력량 파악 지시는 반드시 필요했다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전력계통은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이 아닌 실시간 매 시간별로 파악할 수 있어야 문제에 대비할 수 있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비계량 태양광 전력량 파악을 위해서는 계측장비의 보급이 관건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이걸 보급할 경우 그 비용 등에서 만만치 않은 부담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특히 설비용량 100kW급 자가용 PPA로 발전하면 자신의 발전량 향상을 위해서나 발전소 고장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계측장비를 갖추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보다 작은 설비용량 30kW 미만 자가 발전용 태양광은 계측장비를 굳이 추가 비용을 들여서까지 설치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달 전기료 2만∼3만원을 절약하고자 자가 발전용 태양광을 이용하는 데 몇십만원을 들여 계측장비를 설치할 이유가 없어서다.

업계관계자는 "발전 사업용은 사업자들이 발전소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전기료를 아끼려는 목적 정도로 설치하는 태양광 발전소는 계측기까지 잘 설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국 업계서는 정부 보조사업 없이는 비계량 태양광 설비에 계측기를 설치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정부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최근 가정용 등 태양광 설비 지원을 줄여나가고 있는 가운데 계측기까지 달도록 하면 재정 부담이 만만찮을 수 있어 그 실효성에 의문이 나온다.

비계량 태양광에 계측장비를 달도록 하는 시도는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소형태양광고정가격계약(FIT)에 참여하는 태양광 발전소에는 계측장비들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자 하고 있다. 자가용 PPA 같은 경우 조건에 맞으면 FIT에 참여할 수 있다. FIT 혜택을 보고자 하려면 계측장비들을 설치해서 발전량을 실시간으로 확인받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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