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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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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의 덫' 걸린 태양광 산업] 1조 넘는 부품 수입시장 대부분 중국산 장악…"국산 확대에는 상당한 비용 소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7.18 10:47
태양광패널

▲태양광 발전소의 모습.

'과속의 덫'에 걸린 태양광산업 글 싣는 순서

①지원금에만 의존하는 산업
②장마·태풍 올 때마다 불안
③한 탕 노린 사기·편법 기승
④中업체 배 불리는 수입 부품
⑤돌발 발전 정지 빈발 우려
⑥뾰족한 정책 대안 없는가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 등으로 최근 국내 태양광 발전 설비가 크게 늘어난 것은 ‘빛 좋은 개살구’로 지적받는다.

국내 태양광 발전이 제대로 산업 생태계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과속 성장하다 보니 값싼 중국산 등 부품에 지나치게 의존, 정부의 태양광 확대 정책이 결국 중국 배만 불린다는 것이다.

18일 정부 및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동안 국내 신규 태양광 설치량은 설비용량 1GW를 넘었고 지난해에는 3.5GW를 돌파했다. 정부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따라 앞으로도 신규 태양광 설치량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국내 태양광 시장을 만드는 데 중국산 태양광 원자재를 많이 활용했다. 현재 태양광 산업 관련 전체 수입액 규모는 약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시장의 대부분을 중국산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 산업의 최종 제품인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셀 등에 중국산 수입품 의존도가 높다. 웨이퍼 같은 경우는 현재 전량 중국산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 보급된 셀은 22%가 국산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중국산이다.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보니 국내 태양광 산업도 중국 의존도가 높게 나온다. 전 세계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80%를 넘는다.

태양광 업계서는 중국산 원자재를 사용하기에 모듈도 중국산이라는 비판에는 강하게 반박한다. 원자재는 중국산을 사용하더라도 국내 기술을 활용해 모듈을 제조하는 기술을 갖췄기에 모듈은 국산이라고 강조한다. 모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셀이 모듈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안 되는 정도로 모듈 생산 과정이 셀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국내 태양광을 늘리면 늘릴수록 부품산업의 높은 중국 의존도만 높일 것이란 비판이 계속 나온다.

이에 업계서는 태양광 부품의 국산화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말 만으로 국산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태양광 부품산업이 저렴한 중국산 부품 없이는 태양광 모듈 생산을 할 수는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산화 확대를 위한 지원 정책으로 국산 사용만을 강요하다 보면 대규모 태양광 확대에 나서는 발전공기업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국민이 부담할 몫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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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태양광 수요량. (단위:GW) 자료:BNEF

 

전 세계 수요 증가로 급상승하는 태양광 부품 가격 

 


한국수출입은행의 ‘2021년 2분기 신재생에너지 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태양광 수요는 기후환경 이슈에 따라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전 세계 태양광 설치용량은 지난 2019년 118GW 대비 22%(26GW) 증가한 144GW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올해 태양광 설치용량이 180GW를 넘기고 2022년에는 200GW를 돌파한다고 봤다.

그 결과 태양광 관련 원자재 가격들도 대폭 상승했다. 올해에만 기본 태양광 원자재 가격은 두 배 넘게 상승했으며 최종 완성품인 모듈 가격도 최대 22% 상승했다.

태양광 모듈을 만드는 과정은 폴리실리콘에서 웨이퍼로 웨이퍼에서 셀을 만들고 셀을 조합해 태양광 모듈을 제조한다.

태양광 모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가장 기본 원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 1월 kg당 11달러에서 지난달 kg당 28.6달러로 두 배 넘게 상승했다.

폴리실리콘을 이용해 다음 단계로 웨이퍼를 만드는 데 지난달 기준 단결정 실리콘 웨이퍼 가격은 개당 0.697 달러로 올해 1월 0.441달러 대비 58.4%(0.256달러) 상승했다.

셀을 이루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셀 가격도 올랐다. 지난달 기준 단결정 및 다결정 태양전지 가격은 각각 W당 0.145달러, 0.114달러였다. 올해 1월 가격대비 단결정은 13%, 다결정 56% 상승했다.

태양광 제조에 최종 단계인 모듈 값도 지난달 기준 단결정 및 다결정 모듈 가격은 각각 W당 0.244달러 W당 0.213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1월 가격 대비 단결정 모듈은 12%, 다결정 모듈은 22% 상승했다. 원자재 가격은 두 배 넘게 상승했지만 모듈 가격은 그만큼 오르지는 않았다. 모듈 생산 과정에도 꽤 많은 기술과 공정 과정이 투입돼 원자재 가격 상승분 반영이 다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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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부품 가격 급상승하는 데 수입품 중 중국산 의존도 높아 

 


태양광 원자재 가격은 급상승하고 있지만 각 원자재별로 중국산 의존도는 높게 나타난다. 태양광 원자재 시장 대부분을 중국이 잡고 있어서다. 지난해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셀, 모듈 전체 수입액은 약 9억8570만달러(1조1239억원)이다. 중국이 태양광 시장을 꽉 잡고 있다 보니 태양광 관련 수입액에 대부분은 중국산이 차지한다.

수출입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기준 전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용량 59만톤 중 중국이 71.2%(42만톤)을 차지하고 있다. 웨이퍼는 전세계 생산용량은 270GW로 중국에서 생산되는 용량은 259GW이다. 중국이 웨이퍼 시장에서 95.9%를 차지하고 있다. 모듈의 경우도 올해 전 세계 생산용량은 340GW로 중국은 이 중 83.2%(283GW)를 점유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웨이퍼 공급은 전량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셀은 올해 1월부터 5월 기준으로 수입액 1억6870만 달러 중 1억5570만 달러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해 전체 수입액의 92.3%를 중국산이 차지한다. 모듈은 같은 기간 1억2640만 달러 중 1억2550만 달러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해 99.3%가 중국산이다.

 

국내 벨류체인 확보 필요 하지만 결국 비용이 문제 

 


지난 5월 한국에너지공단이 국민의힘 한무경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 보급된 태양광 셀 용량 3967MW 중 국산은 22.2% (877MW)였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국내에 보급된 모듈 중 국내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78.4%였다. 셀과 모듈의 국산 비중이 크게 차이가 난다. 일각에서는 국산 셀을 사용하지 않기에 모듈도 국산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태양광 업계에는 모듈에서 원자재나 셀 비용이 차지하는 건 일부로 국산 기술을 활용해 모듈을 생산했다면 모듈을 국산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셀을 이용해 고효율 모듈은 만드는 것도 업체나 국가별로 다른 기술이 활용된다는 것이다.

모듈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데 셀을 쪼개고 다시 붙이면서 발전효율을 최대한 높이는 기술 등이 들어간다"며 "셀이 같더라도 다 같은 모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태양광 벨류체인의 국산화가 필요하고 이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온다.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고 셀 가격도 이에 영향을 받고 있다.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이 점점 커짐에 따라 국내 산업 경쟁력 확보와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태양광 중국산 부품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정부 지원 없이는 국내산 부품 활용이 거의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결국 국산 태양광 부품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태양광 사업을 하는 발전공기업이 이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 사기업에는 국내산 태양광 부품 활용을 강요하기 어려워서다.

한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현재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에 따라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확대하는 데도 수천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여기에 태양광이든 풍력은 국산화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압박이 있어 비용이 훨씬 더 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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