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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원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16일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기자와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후배 백모 기자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작년 8월 기소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이 전 기자는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철(56)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위협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 비리 정보를 말하게 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작년 2∼3월 이 전 대표가 수감된 구치소에 다섯 차례 편지를 보내고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인 지모 씨를 세 차례 만났다.
서신에는 ‘추가 수사로 형이 더해진다면 대표님이 75살에 출소하실지, 80에 나오실지도 모를 일’, ‘가족의 재산까지, 먼지 하나까지 탈탈 털어서 모두 빼앗을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 등이 있었다.
검찰은 이 전 기자가 여권 인사들의 비리 정보를 진술하지 않으면 이 전 대표와 가족들이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 협박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전 기자가 자신이 검찰 고위층과 연결돼 있다고 암시했다는 것이다.
반면 이 전 기자는 "공익 목적으로 취재한 것이고 유시민 등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이 전 대표의 대리인으로 나선 지씨가 MBC 기자와 미리 함정을 파고 자신에게 접근했다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전 기자가 이 대표에게 다섯 차례 보낸 서신의 내용이나 이 전 대표 대리인 지모 씨를 세 차례 만나 한 말들이 강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강요죄가 인정되려면 피해자에게 구체적인 해악을 끼치겠다고 알린 점이 인정돼야 하는데, 이 전 기자가 서신에 담은 내용 등은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 전 기자가 ‘신라젠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 등의 내용을 언급했지만, 이것만으로 검찰과 구체적으로 연결돼있다거나 신라젠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피해자에게 인식하게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기자에게 "공신력 있는 언론사 기자가 특종 욕심으로 수감 중인 피해자를 압박하고 가족 처벌 가능성을 언급하며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 했고, 선처 가능성을 거론하며 회유하려 했다"며 관련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명백한 취재윤리 위반이고 도덕적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언론의 자유는 우리 사회의 최후 보루인 만큼 취재 행위를 형사 처벌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잘못을 정당화하거나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피고인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진실과 정의를 쫓는 참된 언론인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우선 항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서울중앙지검은 판결 선고 직후 입장문에서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항소 제기 여부 등을 검토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사건은 한동훈 검사장이 이 전 기자와 공모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검언유착 사건’으로도 불렸다.
그러나 검찰은 이 전 기자를 기소하면서 한 검사장과의 공모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