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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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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상승이 세계 경제성장 발목 잡을까?..."배럴당 85달러까지 올라야 부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7.1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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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올 들어 국제유가가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세계 경제가 유가 상승으로 인해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현 수준의 유가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4.10달러를 기록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9월물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75.4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올해 WTI와 브렌트유는 각각 52%, 48% 가량 올랐다.

이처럼 국제유가 급등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거론될 수 있다. 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유가가 꾸준히 상승한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가계 구매력 감소와 기업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 급등은 필연적으로 금리 인상을 불러옴으로 기업이나 가계 등의 연쇄 도산을 불러 경제 위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일축하는 분위기다.

최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가는 아직 선진국의 경기 반등을 지연시킬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원유 비용의 비중인 ‘원유 부담’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유 부담은 원유시장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거론되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평균 75달러에 머무를 경우 원유 부담이 세계 GDP의 2.8% 가량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작년보다 증가한 수치지만 장기 평균인 3.2%를 밑돌 것이란 설명이다. 이를 고려했을 때 앞으로 유가가 배럴당 85달러까지 급등해야 원유 부담 수준이 장기 평균치에 근접할 것으로 예측됐다.

즉 유가가 연초대비 50% 가량 뛰어도 포스트 코로나 경제회복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PNC 파이낸셜 서비스 그룹의 거스 파우처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큰 그림으로 봤을 때 유가 상승이 차지하는 비중은 꽤 작다"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3%에서 4.8%로 상향 조정했다. 1분기 경제활동이 예상보다 활발했고 2분기 들어서도 관광업계를 중심으로 서비스업이 정상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유럽 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보인다면서 내년에도 강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또 집행위는 에너지와 상품 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이 올해 물가 압력을 가중하고 있다고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그동안 소비자들의 억눌린 수요가 원유 부담을 상쇄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블룸버그의 마에바 커즌과 지아드 다오드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성장에 대한 유가 상승의 압력은 코로나19 사태에 벗어나면서 동반된 회복의 맥락에서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유가 상승이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은 선진국에만 해당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인도의 경우에도 현재 수준의 유가로 수요가 위축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모건스탠리의 마틴 랫츠 수석 석유 애널리스트는 이달 초 미 경제매체 CNBC에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할 경우 인도에서 수요가 꽤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산업계가 원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원유 수요가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경제성장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들어 코로나19 델타 변이에 대한 우려가 유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루이스 딕슨 원유 시장 담당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적인 원유 공급 긴축에도 트레이더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의 확산에 다시 초점을 두고 있으며 새로운 변이 확산에 따른 글로벌 우려가 가격에 압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존스홉킨스대 집계 기준으로 미국의 지난 일주일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1만 9455명으로 이는 전주 대비 47% 늘어났다.

미국에서는 전체 인구의 48%가 완전히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가운데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산유국들의 산유량 협상 불확실성도 지속되고 있다. 시장은 OPEC+ 합의가 완전히 무산될 경우 산유국들이 점유율 확보를 위해 앞다퉈 시중에 원유 공급을 늘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PVM의 스티븐 브레녹은 CNBC에 "OPEC+의 교착 상태가 앞다퉈 시장에 원유 공급을 늘리는 시나리오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이 약간 부정적이다"라며 "이는 더 많은 원유가 잠재적으로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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