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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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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민간임대 개편, 시장구조 파악부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6.09 10:00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

김덕례 주산연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

임대주택 등록제도는 서민 전월세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된 제도로 집값 급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2000년대초 노무현 정부에서도 활성화했던 제도다. 현 정부도 시작은 다르지 않았다. 2017년 12월에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해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생할 수 있는 정책방향을 마련했던 것이다.

그러나 1년도 지나지 않아 9.13대책(2018년), 12.16대책(2019년)을 발표하면서 임대등록 사업자에게 줬던 혜택을 축소했다. 집값 상승의 원인을 임대등록 사업자 때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7.10대책에서는 아파트매입 임대주택 등록제도 폐지를 공식화했고, 이는 지난달 27일 국회가 발표한 ‘매입임대 신규 등록 폐지 및 자진말소 정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민간임대주택시장이 술렁이자 이달 3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임대등록사업자 제도 개편은 시장영향, 세입자 보호 등을 고려하여 구체적인 세부방안을 마련하고, 종부세·양도세의 경우도 조속히 당정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어느 방향으로 결론을 내릴지 알 수 없지만, 민간임대주택시장에 불어 닥친 혼란을 조속히 거두어들이지 않으면 ‘임대차 3법’으로 야기된 전월세시장 불안이 더 확산될 수 있다.

2019년 기준으로 등록임대주택은 304만호다. 이 중에서 공공임대주택은 166만호다. 나머지 138만호가 민간등록 임대주택이다. 민간등록 임대주택 중 건설임대는 36만호에 불과하다. 매입등록임대가 102만호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정부가 건설임대는 유지하고 매입등록 임대주택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당장 매입등록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102만 가구가 불안해질 수 있다. 게다가 이미 아파트매입을 폐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아파트에 전월세가구로 살고 있는 약 190만 가구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주택시장은 크게 자가시장과 전월세시장, 그리고 무상가구로 구성된다. 2019년 주거실태조사를 분석해 보면, 자가 58%(1157만 가구), 전월세 38.1%(759만 가구), 무상 3.9%(78만 가구)다. 759만 전월세가구 중 86.5%(656만 가구)가 민간임대주택에 살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가구는 11.6%(88만 가구)에 불과하다. 전월세시장 안정을 위해 민간임대주택시장이 중요한 이유이다.

민간임대주택에는 전세가구 94.9%, 보증금이 있는 월세가구 77.8%, 보증금이 없는 월세가구 99.9%, 사글세 및 연세 99.3%, 일세 100%가 살고 있다. 즉 등록을 했던, 등록을 하지 않았던 민간임대주택시장의 균형이 깨지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계층은 보증금 없는 월세가구, 사글세, 연세, 일세가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민간임대주택시장에 대한 정책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민간임대주택은 다가구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이 49.2%로 절반을 차지한다. 아파트는 29%에 불과하다. 그 외에도 오피스텔, 고시원, 영업겸용단독주택, 상가·공장내 부속주택, 판잣집 등 유형이 매우 다양하다. 민간임대주택시장 규제로 아파트 값 급등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민간임대주택시장에서 공급되고 있는 주택은 79%가 비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전체 주택시장의 32.9%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임대주택시장에는 656만 가구가 살고 있다. 가구 증가와 가구분화에 따라 임차가구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이들은 등록임대사업자나 비등록 다주택자가 제공하는 다양한 거처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산다. 이러한 민간임대주택시장 특성을 이해한다면, 집값 상승 원인을 민간임대주택으로 지목하고 폐지·규제하는 현 상황을 멈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차적 피해는 임대사업자에게 돌아가겠지만, 그 피해의 끝은 비아파트에 살고 있는 전월세가구에게 미치기 때문이다.

지금의 사태는 전월세가구에게 필요한 임대주택을 모두 공공이 공급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기에 더욱 우려스럽다. 민간임대주택 시장구조를 다시 들여다보고 불합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임대주택제도 개편논의가 멈추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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