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06일(월)
에너지경제 포토

오세영

claudia@ekn.kr

오세영기자 기사모음




"아직 갈 길 먼 수소·전기차 시장…환경부, 기반구축 노력 않고 규제만 남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3.23 17:19
2021032301001094800046761

▲현대차가 최근 공개한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현대차그룹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충전기 구축·위험 문제 해결 등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은 전기·수소차 산업에 정부의 육성책보다는 규제부터 쏟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무공해자동차를 포함해 저공해자동차 보급 목표 등을 국내 판매 자동차업체에 제시하고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벌금(기여금)을 때리겠다는 정부의 발상부터가 관료 편의적이라는 비판이다.

정부는 이같은 정책 취지로 국내 전기·수소차 보급을 늘려 관련 시장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자동차 등 업계에서는 전기·수소차 시장을 키우기 위해 기업에 판매 목표 이행 의무 부과 등 부담을 주면서 팔을 비틀기보다는 우선 관련 인프라나 지원을 확대하는 등 인센티브를 줘 정책 방향으로 유인하는 게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아직 이익이 창출되지 않는 시장인 만큼 규제보다는 지원책 등을 펼쳐 소비자가 전기·수소차를 선택하게끔 장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정부가 할 일을 먼저 한 뒤 기업이나 시장이 이를 따라 오게 하고 이게 제대로 안돼 시장 실패 등 공익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규제에 나서는 게 순서라는 것이다.

전기·수소차 시장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충전기 인프라 구축이나 배터리 화재 문제 해결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부는 이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전기·수소차를 값싸게 사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운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업계와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를 낸다.

아무리 그린뉴딜·탄소중립이 시급하고 국정 우선 순위에 있다고 해서 전기·수소차 판매량을 자동차업체에 강제 할당하는 형식의 인위적인 조치로는 정책의 효과를 낼 수 없고 오히려 시장에서 역효과를 부를 뿐이라고 꼬집는다.

특히 이런 규제를 환경부가 나서서 하는 것에 대해서도 따가운 비판이 쏟아진다. 산업 육성 정책은 엄연히 산업통상자원부에 있는데도 환경부가 대기환경 정책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전기·수소차 보급 목표제를 시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런 정책이 필요하다면 산업부가 할 일이지 왜 환경부가 나서느냐는 얘기다. 전기·수소차가 산업의 중심으로 점차 떠오르면서 환경부가 이에 숟가락을 얹고 있다는 혹평까지 나온다.

전문가들도 전기·수소차 시장이 활성화 되려면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초기 시장인 만큼 이익이 창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충분히 해서 대중화·활성화까지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은 23일 "민간 차원에서 전기·수소차 시장을 활성화 할 수 있게끔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며 "여러 지원책 등을 펼치면서 소비자나 공급자들이 이중 과세 등 불필요하게 부담하는 비용은 없는지를 살펴서 소비자들이 억울하지 않고도 전기·수소차를 구매해 사용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강철구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어떤 산업이든 초기에는 민간의 힘으로 이익을 창출하기 어렵다. 전기·수소차 시장도 앞으로 10년 동안 꾸준히 산업이 발전해야 여러 인프라가 갖춰질 것"이라며 "그 때까지는 정부가 나서서 기술 개발이나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날 올해 및 내년 저공해차 보급 목표를 설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2020년 연간 저공해자동차 보급목표 일부 개정 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저공해자동차 보급목표제는 자동차 회사들이 판매량의 일정 비율을 저공해차로 채우지 못하면 기여금(벌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기여금은 오는 2023년부터 부과된다.

저공해차는 전기·수소차 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와 저공해차 배출허용기준을 만족하는 가스·휘발유 자동차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 가운데 저공해차 1종인 전기·수소차만 무공해차로 분류된다.

환경부가 세워 둔 저공해차 보급 목표는 국내 자동차 보급량 대비 저공해차 비율을 올해 18%까지, 내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무공해차 보급 목표도 새로 제시됐다. 무공해차인 전기·수소차 보급 목표는 올해 10%, 내년 12%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전기·수소차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이나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세워진 목표라는 지적이다.

현재 전기·수소차 시장은 안전문제나 열악한 충전소 상황 등 보급을 확산하기 전 해결해야 할 장애물들이 많다.

업계 내에서 언급되는 가장 큰 문제는 부족한 충전기 시스템 현실이다. 전기·수소차를 내연기관차보다 많이 사용하려면 충전이 쉽고 편해야 하는데 아직 충전기 인프라가 자동차 보급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전기차 충전기는 6만4188대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대비 4.3배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5.5배 불어난 전기차 증가세보다 뒤쳐졌다.

수소 충전소는 현재 전국 56곳 가운데 운영정지 3곳을 제외한 53곳에서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수소차가 1만대를 돌파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다.

충전기 한 기당 담당대수도 적정 기준을 넘어섰다. 공용 급속 전기차 충전기 1기당 전기차 담당대수는 16.9대로서 적정 담당대수 10대 보다 6.9대가 높다. 특히 서울과 대구, 대전, 부산 등 대도시 도심지를 중심으로 전기차 보급대수에 비해 공용 급속 충전기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소충전소 1개소당 수소차 담당대수를 보면 △한국 232대 △중국 215대 △미국 130대 △일본 30대 △독일 9.4대로 한국이 수소차 보급에 비해 수소충전소가 가장 부족하다.

또 다른 문제는 안전 문제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코나EV’는 출시 첫 해부터 수차례 화재가 발생해 배터리 전량 교체 리콜 조치에 들어갔다. 리콜 대상인 코나 대수만 7만5680대에 달하며 리콜 비용은 1조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리콜이다.

삼성SDI가 공급한 BMW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포드 쿠가 PHEV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테슬라 전기차 ‘모델X’의 충돌과 화재 등으로 전기차 구매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claudia@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