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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변화, Mixed Use]<상편> 손동필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 "사람 니즈가 공간 변화를 주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3.14 17:28

[인터뷰] 손동필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



IT 기술 발전으로 상품구매 위한 매장 방문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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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사람의 니즈(Needs)가 공간의 변화를 이끌었다."

손동필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업과 주거시설 등에서 보이는 공간 변화의 흐름을 두고 이같이 진단했다. 과거 오프라인 매장 방문의 목적이 상품 구매에 있었다면, 이제는 다양한 체험을 하고자 하는 개개인의 심리가 공간의 복합화를 이끌었다는 것. 기업들 역시 상품 판매 극대화 보단 소비자들의 ‘머무름’에 집중하고 있다. 주거 또한 마찬가지다. IT 기술의 발달과 디지털 혁신이 가속되면서 ‘쉬는 공간’에서 다양한 기능을 지닌 공간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손 연구위원은 지난 12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도시·설계 연구단 연구위원으로 범죄예방환경연구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도시계획과 도시재생, 범죄예방환경설계 등을 담당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최근 복합 용도 공간이 등장하고 있다. 시대적 흐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영향이 있는 것인가.

▲ 어느 것 하나 때문이라고 짚지 못한다. 코로나로 인한 변화가 있고 다른 하나는 메가 트렌드라고 해서 최근 세계적으로 도시나 공간이 변하는 추세가 있다. 이 두 흐름이 맞아떨어지면 가속화된 것이다. 트렌드와 환경의 방향성에 따라 공간이 변화하는데 요즘 같은 경우는 이 방향이 같아지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할 수 있다.


-주거 환경이 변화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홈코노미 흐름에 코로나로 밖에 나가지 않게 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집 규모의 확대를 원하거나 발코니를 둬야 하는 등 거주 공간을 바꾸려는 추세가 급증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코로나 때문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전부터 아이티 기술의 발달과 온라인쇼핑몰 등으로 거주 공간을 스스로 바꾸려는 시도는 있었다. 앞으로 재택 기간이 늘어나는 등 업무 환경도 바뀌고 있어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이 흐름은 계속될 것이다.


- 더현대 서울, 별마당 도서관. 길동채움 주유소 등 상업시설이 복합공간으로 바꾼 배경은.

▲ 트렌드다. 예전에 제인 제이콥스라는 미국 기자가 있었다. 이 사람이 도시 연구를 하면서 도시 계획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그가 저술한 책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이란 책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도시 계획은 다양한 용도의 복합과 모든 시간대에 걸쳐 사람 사이에 만남이 많아질 수록 도시가 활기차 진다’. 이 말이 요즘을 대변한다고 보면 된다.

과거엔 대규모 도시로 갈수록 용도를 구분해 두는 성향이 강했다. 상업시설은 상업지역에 주거시설은 주거지역에 있어야 했다. 그렇다 보니 업무 지역을 가려면 집에서 나와야 하고, 상업 시설을 이용하려고 해도 이동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결국 낮에 텅 빈 주거시설과 밤에 빈 상업시설의 등장을 야기했다. 이러한 형태는 안전하지도 않고 공간도 비효율적이란 결론을 도출해 냈다. 그렇게 나온 것이 ‘합치자’ 즉, 믹스트 유즈(Mixed use). 복합 용도로 탄생하게 된 것. 현재 전 세계적으로 도시와 건축, 공간이 합쳐지기 시작했다. 사람의 니즈에 반응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 예를 든다면.

▲ 대표적으로 최근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더현대 서울을 보자. 과거 백화점은 쇼핑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빈 공간이 많으면 상품 판매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공간 낭비로 생각해 물건을 채워 넣었다. 그러나 오늘 날엔 공간에 물건이 가득차 있고 미로로 돼 있으면 가지 않는다. 차도 마시고 사람도 만나는 등 편안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의 심리가 변하고, 사람의 니즈가 바뀌면서 공간 변화를 이끈 셈. 더현대 서울은 마침 코로나 시기랑 맞아 떨어진 경우다. 사실 오늘날엔 물건을 구매하려고 오프라인을 갈 필요가 없다. 제품 설명도 블로그나 유튜브 등에 상세히 나와있다. 스마트폰, 컴퓨터 클릭 한번으로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이 집 앞으로 배송되는 세상에서 정보의 바다에서 접근이 쉬어졌는데 상품 판매 만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단일 공간이 필요없는 셈이다. 지금 시대는 단일 공간이 기능을 하지 않는 시대다.


- 해외는 어떤 상황이며 이것이 우리 상업시설 변화에 미친 영향은.

▲ 이미 해외 도시에선 뉴어버니즘(New Urbanism)이란 흐름이 있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새로운 도시계획운동으로 미국은 과거 교외에 엄청난 부지의 주차장을 만들고 큰 매장을 지어 물건을 사고 팔았다. 그런데 단점이 기름의 낭비와 도로를 깔아야 하는 등 비용이 드는 것이다. 감당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결국 백화점 등 쇼핑몰이 도심 내부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복합화됐다. 이 시작이 80년대부터다.

지금 유럽을 봐도 상가 따로 집 따로 돼 있지 않다. 한 건물 안에 1층엔 까페가 2층엔 집이 있는 등 복합 용도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흐름이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을 자본으로 극대화된 것이 더현대 서울, 길동채움 등이다. 다시 말해 자본이 니즈에 빠르게 반응해 되레 선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 시대적·환경적 변화 외 다른 요인이 있다면.

▲ 사람의 심리도 고려해야 한다. 이제는 상품을 소비하기 보단 공간의 상징성을 소비하기 시작한 시대다. 굳이 서점에 책을 구매하러 갈 필요가 없는 시대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코엑스에 있는 별마당도서관을 가는 이유엔 책을 보기 위함 외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별마당이란 공간의 내부에서 이뤄지는 상징적 공간을 소비하고자 하는 것이다. 더현대 서울도 그 안의 분위기 등을 소비하고자 방문하는 이유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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