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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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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데이터로 본 코로나 전후의 생활변화]맛집 검색 확 줄었다...밀키트 판매도 급증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2.25 17:20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마다 급변

가정간편식 마켓컬리 152% , CJ제일제당 쿡킷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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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검색량 추이를 분석한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기 때마다 ‘맛집’ 검색량이 크게 줄어드는 등 급변의 현상을 보였다. 2019년까지 높은 검색 지수를 보였던 ‘맛집’이 코로나의 확산세가 컸던 시기마다 내려앉은 것이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지침으로 외출과 식당 이용 시간이 줄어들면서 외식은 감소한 탓으로 분석된다.

25일 에너지경제신문이 구글 트렌드 서비스를 이용해 검색 데이터 추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맛집 검색량이 큰 변화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여름 가장 검색량이 많아 100(지수)을 기록했던 맛집 검색은 2020년 2월 23일~29일 32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후 조금씩 증가하다가 지난해 8월 30일~9월 12일까지 다시 한번 32로 급감했다. 또 지난해 12월 중순에도 검색량 최저치를 찍었다. 모두 코로나 1·2·3차 대유행 시기와 맞물린다. 수치는 특정 기간을 기준으로 차트에서 가장 높은 지점 대비 검색 관심도로, 상대값이다.

외식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면서 ‘맛집’ 검색량이 눈에 띄게 감소한 대신 온라인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배달’ 비중이 크게 늘었다. 맛집 검색량이 급감했던 코로나 초기인 지난해 2월 말 15를 기록했던 배달은 지난해 8월 23~29일 21로 증가했으며 같은 해 11월29일~ 12월5일에는 25로 늘었다.

지난 15일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식품시장 거래액은 43조4000억원으로 전년에 견줘 62.4% 증가했다. 또 지난해 11월 온라인 쇼핑 동향에서도 전년 같은 달보다 음식 배달 서비스는 60.6%, 음·식료품 주문은 47.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가정간편식 제품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정간편식은 HMR(Home Meal Replacement)로도 불리며 별도 조리 없이 그대로 또는 단순조리과정을 거쳐 섭취할 수 있도록 제조, 가공, 포장한 완전, 반조리 형태의 제품을 의미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지난해 가공식품 소비자 태도조사 주요 결과를 발표한 결과에서도 이러한 추세가 나타났는데, 지난해 많이 구입한 품목으로 간편식을 꼽은 가구 비율이 전년보다 크게 증가했으며 구입 상위 가공식품으로 ‘간편식’ 응답가구 비율 역시 2019년 7.8%에서 지난해 13.1%로 68% 가량 늘었다.

농식품부 측은 간편식 구입행태에 대한 조사 결과에 대해 품질·영양·다양성·편리성 등 전반적으로 항목별 만족도가 상승했으며 향후 1년간 간편식 구입이 증가할 것(30.1%)이라는 응답이 감소할 것(1.1%)이라는 응답보다 많아 간편식 소비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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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 홈페이지의 [앙트레] 찹스테이크 밀키트 상품 소개.

◇ ‘가정간편식·밀키트’ 판매 급증

# "대파와 고추는 화면처럼 신경 안 써도 됩니다. 대충 써시면 됩니다. 좀 커도 되고 작아도 되고. 가는 건... 안돼요. 칼질 너무 예쁘게 하려고 하지 말고, 일단 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친구와 함께 살고 있는 김희서 씨(27)는 요즘 유튜브와 인터넷 포털에서 조리법을 검색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하루의 낙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으로 외출은 물론이고 만남을 자제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외식이 줄었다. 그렇다고 매 끼니 배달 음식을 먹으니 체중만 느는 기분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직접 요리하기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 배달 음식을 주로 찾는 1인 가구 김다영 씨(28)는 손님이 집으로 방문하면 밀키트를 애용한다. 식당이나 카페 등을 가지 못하다 보니 집에서 밀키트로 간편하게 요리하는데 1, 2차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씨는 "손님이 오면 대접하는 느낌을 주고 싶은데 배달은 성의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직접 요리하기에는 맛이 없을 것 같은데다가 재료를 다 사기에도 부담스럽다"며 "하란대로 하면 모양도 예쁘고 맛도 좋고 실패 확률이 거의 없는 밀키트를 애용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구글의 맛집 검색량이 하향세를 보인 가운데 1차, 2차, 3차 대유행 시기엔 내림폭이 더 컸다. 외출 자제로 외식 이용객 수가 감소한 탓으로 보여진다. 반면 가정간편식 시장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코로나19로 집에서 머무는 기간이 늘어나면서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빈도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가정간편식은 가정식 형태의 완전 조리 또는 반조리 제품으로 햇반, 카레, 냉동식품, 컵밥, 국·탕 요리를 통칭한다. 최근에 식재료와 양념 등을 세트로 제공하는 ‘밀키트(Meal Kit)’까지 다양한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정간편식 이용 증가는 이를 취급하는 식품업계의 실적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마켓컬리의 지난해 가정간편식 판매량은 전년 대비 152%나 뛰었다. 이 가운데 밀키트는 212% 급증했다. 마켓컬리 측은 특히 유명 맛집의 인기 메뉴를 담은 레스토랑 간편식(RMR)이 크게 인기를 끌었다며 간편식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봤다.

CJ제일제당 역시 대표 브랜드인 비비고 국물요리 제품의 판매가 무서울 정도로 뛰어오르고 있다. 2019년도 매출액 1670억원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에 2180억원으로 30.5% 가량 훌쩍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이 지난 2019년 4월에 처음 공개한 밀키트 브랜드 쿡킷의 매출 역시 당해 하반기보다 2020년 하반기에 크게 늘었다. 무려 3배 이상 증가율을 보인 것.

쿡킷 관계자는 "최근 외식보다는 가정에서 요리를 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한 영향과 함께 외식 음식을 손쉽게 만들고 싶은 이용자들도 늘어나면서 밀키트 판매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밀키트 전문 기업 프레시지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140% 가까이 뛴 17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가공식품 소비자 태도조사 주요 결과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간편식 구입 경험률은 2018년 75%에서 2019년 84.6%에 이어 2020년 86.1%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가정간편식과 밀키트 시장 급성장을 두고 전문가들은 ‘집밥 2.0 시대’가 도래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앞서 문정훈 서울대 교수가 ‘인간과 문화’ 포럼에서 ‘코로나 이후 식문화와 음식 소비 경향의 변화’를 주제로 한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집밥 2.0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진단했다. 문 교수는 "2015∼2016년에는 집밥 1.0시대로 간편하고 맛있는 간편식의 흐름을 보였고 2017∼2019년에는 미쉐린 레스토랑, 전통 노포, 전국 맛집 등 스타 셰프의 전성시대가 시작됐다"면서 "2020년부터는 간편하지만 ‘신선하고 건강한’ 간편식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밥 2.0의 주요 키워드 5가지 가운데 하나로 신선한 간편식인 밀키트를 꼽았다.

이어 문 교수는 "코로나19 초기에는 확산세가 금방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해 컵라면 등 보관성이 좋은 음식을 구매했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의 구매 행동과 섭취 행동이 바뀜에 따라 집밥 2.0시대가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하며 "여기에 주부들이 자녀의 매 끼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간편식 수요가 늘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간편식으로 요리를 하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주방 가전 제품의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쿠쿠의 가전 매출도 가파른 상승세를 탔는데 쿠쿠의 ‘100℃끓인 물 정수기’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판매량이 월평균 54% 증가했다.

쿠쿠 측은 간편식에서 사용 가능한 정수기와 압력 멀티쿠커, 에어프라이어 등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평소 요리를 하지 않았다는 조아나 씨(32)는 "지난해 에어프라이기와 믹서를 새로 장만했다"며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먹는 편인데 남은 피자나 치킨 등 배달음식을 데워 먹을 때도 유용하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가정간편식 수요 현상으로 시간 부족 현상 역시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서 교수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등 집안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으나 생활 경계가 사라지면서 역설적으로 시간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생각보다 가정 내에서 정성스럽게 요리를 해 먹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것은 환상일 뿐"이라며 "다른 업무로 식사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밀키트를 찾는 것이다. 이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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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의레시피 어플 화면

◇ 홈쿡 열풍에 ‘만개의레시피’ 요리등록 20% 껑충

‘저녁 메뉴 닭 한마리 칼국수 맛집 갈일 없어요’, ‘아귀찜 맛집 부럽지 않은 아귀찜 만드는 법’

최근 요리 레시피 어플 ‘만개의레시피’에 집에서도 맛집 메뉴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법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요리법을 게시하는 사람들은 해당 어플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이다. 이들은 자신만의 요리법을 공유하고 있다. 현재 등록돼 있는 총 요리법 가지수는 15만3697개. 총 쉐프수도 무려 2790명이다. 이 어플과 제휴 맺은 업체 규모 역시 502곳이며 앱 다운로드 수는 800만건 정도다. 지난해 등록된 요리법만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홈쿡’ 열풍을 드러내듯 꾸준히 이용자가 늘고 있는 것.

만개의레시피 운영자는 25일 에너지경제신문과 통화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외식과 외출 비중이 줄었다. 그간 요리를 못하는 사람들도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직접 요리를 시도하고 있다"며 "신규 이용자 유입과 함께 기존 이용자들의 이용 빈도도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특히 간편식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덧붙였는데 "사람들이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을 찾는 추세다. 특히 요리법이 간단한 것은 물론이고 에어프라이어 등을 가정 내 주방 기기로 만들 수 있는 요리 방법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개의레시피엔 이용자들이 공유하는 요리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앱 개발 측에서 직접 콘텐츠 제작에도 뛰어들었으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도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15만개의 방대한 요리법을 보유하고 있다. 만개의레시피 운영자는 이 점이 쿠캣, ‘백종원의 요리비책’ 유튜브 채널 등과 차별점이라고 꼽는다.

이 운영자는 "대중화된 요리법이 주를 이루는 타 업체와 달리 자사에선 직접 요리법을 만드는데 초점을 두기 보단 앱 이용자들 중심으로 올리게끔 하고 있다"며 "같은 메뉴라도 개개인마다 요리법이 다르다. 그 점이 차별 포인트"라고 짚었다.

일례로 단 맛이 좋은 사람은 일반 김치찌개가 아닌 단 맛을 더한 김치찌개를 찾을 수 있고, 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고등어나 꽁치를 활용한 김치찌개를 찾을 수 있는 등 자신에게 걸 맞은 조리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

만개의레시피 측은 최근 트렌드 변화에 맞춰 현재 운영하고 있는 자체 쇼핑몰 ‘만개스토어’에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만개스토어에선 신석식품 외 간편식 등 식품류와 주방용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1월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배로 훌쩍 뛴 것으로 나타났다.

만개의레시피 운영자는 "자취생이나 비건이나 키토 등 코로나 외에도 사회 흐름 따라서 식문화가 변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화되고 있다"면서 "그 흐름으로 앱과 쇼핑몰 이용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yumix@ekn.kr <기획취재팀=김아름 차장(팀장) 정희순·서예온·이나경·신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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