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전문가들은 MMORPG에 쏠린 ‘장르 편중’ 현상이 게임업계 전반적 생태계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선 MMORPG에 대한 유저들의 선호도가 높지만, 글로벌 게임시장 전체로 보면 타 장르에 대한 수요도 많은 상황이다. 실제 국산 게임은 MMORPG를 제외한 다른 장르에서 중국산 게임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고공 성장’의 단맛을 본 주요 게임사들은 올해도 모바일 MMORPG로 매출 상승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신작으로는 엔씨소프트의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소울2’을 비롯해 넥슨의 ‘마비노기 모바일’, 넷마블의 ‘제2의 나라’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등이 있다. 지난해 모바일 MMORPG ‘미르4’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한 위메이드는 ‘미르M‘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올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낸 카카오게임즈도 ’오딘:발할라라이징‘으로 모바일 MMORPG를 통한 수익화에 나선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RPG(역할수행게임) 장르는 이용자 간 경쟁 심리를 자극해 수익성을 높이기 용이하다고 보고 있다"라며 "일각에서는 주요 게임사들이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수익을 내야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일단 MMORPG를 내야한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넥슨이 출시한 캐주얼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나 선데이토즈의 퍼즐게임 ‘애니팡4’의 성과는 주목할 만한 사례다. 게임성만 훌륭하다면 ‘캐주얼’ 장르로도 얼마든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실제 넥슨의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MMORPG가 대세로 자리잡은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캐주얼 레이싱이라는 장르적 차별화와 재미를 제공하며 글로벌 누적 이용자수 2000만명을 돌파하며 ‘국민게임’ 반열에 올랐다. 특히 이 게임은 넥슨의 IP 비즈니스 사업 확장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선데이토즈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71%가량 상승했는데, 그 배경에는 애니팡4를 통한 광고매출 증가가 있다. 선데이토즈 관계자는 "기존 라이브게임들의 견조한 실적에 애니팡4의 수익이 더해지며 높은 성장을 이뤘다"라며 "특히 애니팡4의 광고매출이 타 게임 대비 1.5배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주요 게임사들이 신규 IP 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업 입장에서는 일단 어느 정도 인지도가 보장된 ‘히트 IP’를 기반으로 한 작품의 흥행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새로운 IP가 등장하지 않아 장기적으로는 게임 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게임 빅3 실적에 크게 기여한 작품 중 신규 IP인 작품은 넥슨의 V4가 유일하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은 격화되고 있으나 한국 메이저 게임사의 신규 IP 개발이나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는 퇴색해 가고 있다"라며 "최근의 메이저 게임사의 양태를 보면 삼성전자나 LG전자, 현대차와 같은 전통적인 제조업보다 더 보수적이고 현상유지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기 IP를 활용한 게임을 만들 경우 투자 대비 성공할 확률이 높지만 어느 순간 한계점이 오는 만큼, 새로운 아이디어의 게임을 발굴하는데 집중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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