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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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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FOMC...'장기채 매입' 놓고 美 연준의 선택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12.16 13:54
제롬파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16일(현지시간)까지 열리는 가운데 추가 금융완화조치에 대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움직임이 초미의 관심이다.

이번 FOMC에서 가장 크게 주목받는 부분은 연준이 채권매입 규모를 늘리고 매입하는 채권을 장기물 위주로 바꿀지에 대한 여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개발과 미국의 경기부양책 합의에 대한 기대감으로 글로벌 자금이 주식 등 위험자산 중심으로 유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의 채권매입 프로그램이 추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매입과 관련해 연준이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기보단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주춤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경기회복 생각보다 빨라...금리인상 전망도


16일 미 경제매체 CNBC는 "백신 개발로 인해 연준은 장기 경제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동시에 국채매입 프로그램에 변화를 줄 것으로 기대하는 일부 투자자들에겐 실망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CNBC는 이어 "연준이 단지 변화를 촉진하는 요인들에 대해서 많은 정보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방향에 그칠 것"이라며 "실질적인 정책변화는 나중을 위해 아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준의 장기채 매입은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양적 완화(QE)의 일환이다. 연준이 장기채를 대량으로 사들이면 장기금리가 낮아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주식이나 단기채권 등에 눈길을 돌리는 등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미국 경제가 회복기로 접어드는 시점이 앞당겨질 것을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이 이달 초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내년 1분기까지 성장 모멘텀이 빠지지만 그 이후에는 빠른 속도로 확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로이터통신은 "69명의 약 66%인 43명의 이코노미스트는 1년 이내 미국 GDP(국내총생산)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라며 "반면 21명은 2년 이내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고 5명은 회복하는데 2년 넘게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어 "그러나 이는 지난 8월 결과를 뒤엎었다"며 "당시 미 경제가 1년 이내 회복할 것으로 예측하는 이코노미스트는 단 한명도 없었고 60%는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고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경제 회복의 신호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준의 입장에선 장기채 매입을 통한 추가 부양에 나서야 할 이유가 줄어든 셈이다. 심지어 연준의 첫 번째 금리인상 시기를 2022년 12월로 내다보는 CNBC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는 지난 9월 조사 때보다 1분기 당겨진 결과다.


◇ "장기채 매입 없다"에 무게...일각선 "800억 → 1000억 달러로 늘린다" 시각도


이를 반영하듯 금융권에서는 연준이 12월 FOMC에서 장기채 매입비중을 늘리지 않을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시티그룹은 연준이 채권매입 프로그램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25%에 불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연준이 프로그램에 대한 표현을 바꾸더라도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BoA는 "연준이 금리와 자산매입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번 회의의 초점은 연준이 이를 두고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있다"라며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완화정책을 보장할 정도로 경제나 금융환경이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회계법인 그랜트 손튼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연준이 변화를 주지 않고 화약을 아낄 것"이라며 "다만 연준이 어떤 요인으로 움직일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금융권에서도 이와 비슷한 의견이다. 유진투자증권 이상재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연준이 자산매입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본다"며 "대신에 매입자산 듀레이션의 장기화 조치 또는 자산매입 프로그램과 관련한 구체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가이던스만 제시할 경우 시장은 실망할 가능성이 있어 위험자산선호가 주춤거릴 수 있다"며 "미 달러지수 하락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따라 국내 코스피지수가 그동안의 달러화의 약세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FOMC 결과에 따른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채권매입 만기를 연장하는 조치가 나올 것이란 의견도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바이러스의 기록적인 확산세는 연준이 움직이게 만드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며 "아슬아슬한 결정이겠지만 연장을 하지 않을 가능성보다 할 가능성이 살짝 더 높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번이 아니더라도 연준이 언젠가는 장기채 매입을 확대할 것이란 시각도 제기됐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릭 라이더 글로벌 채권 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은 결국 비둘기(통화 완화 주의) 성향을 보일 것"이라며 "비둘기파냐 초비둘기파냐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라이더 CIO는 이어 "채권매입 연장 결정을 이번 회의나 혹은 다음에 할지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엔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라이더 CIO는 연준이 채권의 만기를 조정할 뿐만 아니라 국채 매입 규모를 현행 월 800억 달러에서 1000억 달러로 확대하고, 현재 400억 달러어치의 모기지 채권 매입규모는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 1분기에는 추가 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재무부의 채권 발행을 늘리기 때문에 연준은 이를 주시할 수 밖에 없다"며 "우리는 더 많은 재정부양책, 더 많은 차입과 더 많은 연준의 참여라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FOMC 회의 결과는 한국시간 기준 17일 새벽 4시에 발표되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30분 뒤인 새벽 4시 반에 기자회견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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