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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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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View] 에너지전환 정책에 민간 기업 사업구조 개편 '불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7.21 15:44

두산중공업, 원전 제쳐두고 풍력 발전 강화 선언

▲신고리 5,6호기 원전 공사현장.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민간기업 사업구조 개편을 재촉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신재생 에너지인 해상풍력 발전 육성방안을 발표하자 국내 유일의 원자로 주기기 제작업체인 두산중공업이 해상풍력 발전 사업 강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정부의 탈원전 및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 방향에 따라 두산중공업이 주력사업 중 하나지만 최근 일감 축소로 어려움을 겪는 원전사업보다는 정부의 지원이 쏟아지는 해상풍력 발전사업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정부의 에너지정책 전환이 가속화할수록 그간 어렵사리 글로벌 경쟁력을 쌓아온 국내 원전산업의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6기의 신규원전 건설이 백지화되면서 10조원의 예상매출이 증발했다. 이에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순환휴직을 실시한데 이어 올해 초에는 구조조정을 검토하기도 했다. 협력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 전체 매출을 분석한 결과 원전 설비 제작·유지·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13~15%에 달한다. 결국 지난 5월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3조 6000억원을 빌렸다. 두산은 두산솔루스·두산건설 등 일부 계열사와 두산타워·클럽모우CC 등 자산을 팔아 일부 빚을 갚을 예정이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서남권 해상풍력단지 방문에 맞춰 2025년까지 해상풍력을 연 매출 1조원 사업으로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태양광 등을 더해 신재생에너지 사업 매출 비율을 30%까지 늘린다는 게 목표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전북 부안군의 풍력핵심기술연구센터를 찾아 두산중공업의 65.5m짜리 풍력발전기 블레이드(날개)를 보고선 "굉장히 칭찬받을 만한 개발 사례"라며 "포기하지 않고 오늘의 수준에 이르렀다.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다"고 격려했다.

◇ 정부, 국내 원전 건설 재개 언급 여전히 없어...수출도 감감 무소식

원전업계에서는 60만 국민서명을 받는 등 신한울 원전 3·4호기 재개를 꾸준히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는 응답을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에는 원전 건설을 재개해달라는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에게 "전기 비축률이 30%를 넘는 상황이어서 추가 원전 건설은 불필요해 보인다"며 "다만 원전 계약사인 두산중공업의 별도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국내에서 원전을 축소하더라도 해외 수출은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원전수주는 지난 2009년 UAE(아랍에미레이트연합) 바라카 원전 이후 아직까지 전무하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대통령께서는 원전수출 하겠다고 체코 등지를 방문해 우리 원전을 세일즈하는 듯했다. 우리 원전이 프랑스나 미국 원전 가격의 절반수준이고 UAE에 적기건설이라는 놀라운 실적이 있는데 수출이 안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국내에서는 신규원전 건설 중단으로 40년간 키워온 우리나라의 원전산업 생태계가 급격히 상실되고 있다. 원전생태계의 붕괴 그리고 원전수출 세일즈라는 어정쩡한 상황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라고 꼬집었다.

노동석 미래에너지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책에 따라 국내 유일의 원자로 주기기 제작업체인 두산중공업을 갑자기 풍력회사로 변모 시킨 꼴"이라며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협력사 경영이 정상화되기 위한 좋은 처방은 일감이 생기는 것"이라며 "건설 중단 중인 신한울 3·4호기와 해외 신규원전이 빠른 시일 내에 수주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원전 수출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빨라야 2023년 이후에야 건설이 시작될 것"이라며 "신한울 3,4의 건설 재개만이 원전 산업계의 수명을 4~5년 연장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동안 관련업계는 다른 길을 모색할 시간을 벌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두산중공업 "풍력, 원자력 모두 수익 창출 할 수 있도록 노력"

두산중공업은 풍력과 원전 등 다양한 사업 분야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신고리 5·6호기 공사와 기존 원전 유지보수(O&M)사업을 계속 수행하고 있으며 신한울 3·4호기의 경우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발주가 나오면 사업을 수행하는 회사다. 국내든 해외든 원전 분야 발주가 나오면 차질 없이 착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원전이든 풍력이든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화 되는 것이 당연히 좋다"며 "풍력과 원자력은 물론 석탄발전과 가스, ESS(에너지저장장치), 태양광EPC(설계조달시공 원스톱 제공 계약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풍력시장이 열린 만큼 국내는 물론 해외 수출까지 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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