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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소재 임대주택 1층 분리수거대 앞에 쓰레기들이 분리배출되지 않고 쌓여있다.(사진=신준혁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청년 매입임대주택이 관리 주체의 운영 소홀과 입주자들의 이기심으로 쓰레기더미에 파묻혔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성북구 석관동 소재 청년 매입임대주택에서 쓰레기가 분리배출이 되지 않고 쌓이고 있다.
실제 기자가 주변을 살펴본 결과 해당 임대주택 1층 분리수거장 앞에는 쓰레기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플라스틱, 종이, 비닐 등 분리배출이 가능한 시설이 있지만 무단으로 투기된 것이다. 일부 비닐봉투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담겨 악취가 났고 심지어 캐리어와 애완동물 용품 등 대형 폐기물도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해당 건물은 LH가 매입해 청년층을 위해 공급하는 매입 임대주택으로 지상 5층, 2개 동, A동 14실, B동 15실 등 총 29실로 구성된다. 매입임대주택은 LH가 도심 내 저소득 계층이 현 생활권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다가구 등 기존주택을 매입해 개·보수 후 시세보다 저렴한 수준으로 임대하는 곳이다.
LH는 성북구청으로부터 분리배출에 협조할 것을 통보 받기 전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LH는 청년과 신혼부부 등 특정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지만 명확한 관리 방안은 없는 실정이다. LH 강북 관리 사무소가 관리 주체이지만 건물을 관리하는 사무소는 없다. 특히 해당 건물은 길가에서 멀리 위치해 입주민이 아니라면 알아차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당 임대주택 입주자라고 밝힌 A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 글에서 "일반 원룸이었으면 집주인한테 얘기해서 금방 해결됐을 텐 데 여기는 해결될 기미가 없다"며 "입주는 까다롭게 받으면서 관리는 전혀 안 하는 LH에도 질렸다"고 밝혔다.
구청은 수차례 고시에도 분리배출이 이뤄지지 않자 관리 주체인 LH측에 과태료를 매긴다는 방침이다. 건물 곳곳에는 재활용품 및 쓰레기 분리수거 안내표와 함께 ‘무단투기 시 고발 조치 및 책임 규명’ 등이 고시돼 있었다. 일반적으로 구청은 쓰레기 분리배출이 되지 않은 경우 투기자를 추적해 과태료를 부과한다.
LH는 일주일 안으로 자체 운영비를 들여 쓰레기를 모두 수거한다는 계획이다. LH 관계자는 "LH 관리 사무소는 하자 보수 대행, 입주 지원 등을 책임질 뿐 쓰레기를 치워주는 곳이 아니다"며 "권역별 관리 사무소가 있지만 특정 건물을 관리하는 곳이 따로 없기 때문에 문제점을 바로 알아 차리지 못했다. 앞으로 철저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임대주택에 특정 성별만 거주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석관동 매입임대주택 입주자는 모두 여성으로 확인됐다. LH는 원칙적으로 여성을 위한 임대주택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입주자를 선정한 뒤 여성·남성 동을 나눠 임대주택을 배정한다. 다만 해당 임대주택의 경우 모두 여성이 거주하도록 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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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소재 임대주택 건물 곳곳에 분리배출과 불편사항 등이 고시돼 있다.(사진=신준혁 기자) |
한편 이번 사태로 정부가 조성하는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 관리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시는 지하철 역마다 청년 주택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지만 청년층과 사회 초년생만 생활하는 공간에 대한 대책과 관리방안은 구체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지하철 역세권은 유동인구가 많고 상권이 자리잡고 있어 범죄나 슬럼화 등으로 비화될 우려도 제기된다.
현행 공공주택 특별법상 반복적, 상습적으로 다른 임차인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폭행ㆍ재물 손괴 등 생명과 신체 또는 재산에 중대한 피해를 준 경우 강제 퇴거조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재계약을 거부할 수 있는 사례도 극히 제한적이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LH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공임대주택 입주민이 제기한 민원은 3만6460건에 달한다.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공공임대주택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사고는 271건으로 3일마다 1건꼴이다.
[에너지경제신문 신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