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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화재에 ESS설비 시설이 멈춰서 있다. (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이현정 기자]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 원인 조사에서 참고자료로 사용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보고서 80% 이상이 ‘논단 불가’라는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민관 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위원장 김정훈 교수)가 국과수 법안전감정서를 참고해 원인 조사 분석을 한 만큼 처음부터 결론을 낼 수 있는 근거 자체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국가기술표준원이 김규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과수 법안전감정서 총 6건 가운데 5건이 ‘논단 불가’라는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총 23건의 화재 가운데 국과수가 감식했던 현장은 ▲전북 고창 (2017년 8월 2일 화재발생/Top) ▲전남 해남 (2018년 7월 12일 화재발생/LG) ▲경남 거창(1)(2018년 7월 21일 화재발생/삼성) ▲충북 영동(2018년 9월 1일 화재발생/LG) ▲전남 완도 (2019년 1월 14일 화재발생/인셀) ▲울산 (2019.01.21 화재발생/삼성) 등으로 6 곳이었다.
국과수는 감식했던 총 6곳의 현장 중 5곳에 대해 ‘발열요인 및 모듈 결함 여부는 논단 불가’, ‘발화원으로 직접 작용된 요인에 대한 논단은 불가’, ‘발화개소 및 발화원인의 단정은 어려움’, ‘발화개소 및 발화원인은 논단이 불가함’, ‘구체적인 발화원인에 대한 논단은 불가함’ 등의 감정결과를 내놓았다. 지난 1월 발생한 울산화재의 경우에만 ‘배터리 팩 및 내부 배터리 셀에서 발화원인으로 작용 가능한 전기적 용융 흔적이 식별됨’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No | 법안전 감정서 |
감정 의뢰일 | 감정완료일 | 국과수 감정부서 | 경찰청 의뢰부서 |
1 | 전북 고창 법안전감정서 |
‘18.8.2 | ‘18.8.29 | 광주과학수사 연구소 |
전북 지방경찰청 |
감정결과 : 발열요인 및 모듈 결함 여부는 논단 불가 | |||||
2 | 전남 해남 법안전감정서 |
‘18.7.20 | ‘18.8.1 | 광주과학수사 연구소 |
전남 지방경찰청 |
감정결과 : 발화원으로 직접 작용된 요인에 대한 논단은 불가 | |||||
3 | 경남 거창(1) 법안전감정서 |
‘18.7.21 | ‘18.8.21 | 대구과학수사 연구소 |
경남 지방경찰청 |
감정결과 : 발화개소 및 발화원인의 단정은 어려움 | |||||
4 | 충북 영동 법안전감정서 |
‘18.9.3 | ‘18.9.27 | 대전과학수사 연구소 |
충북 지방경찰청 |
감정결과 : 발화개소 및 발화원인은 논단이 불가함 | |||||
5 | 전남 완도 법안전감정서 |
‘19.1.15 | ‘19.1.28 | 광주과학수사 연구소 |
전남 지방경찰청 |
감정결과 : 구체적인 발화 원인에 대한 논단은 불가함 | |||||
6 | 울산 법안전감정서 |
‘19.1.21 | ‘19.2.19 | 부산과학수사 연구소 |
울산 지방경찰청 |
감정결과 : 배터리 팩 및 내부 배터리 셀에서 발화원인으로 작용 가능한 전기적 용융 흔적이 식별됨 |
문제는 민관조사위가 해당보고서를 참고한 뒤 ESS 화재사고 원인을 발표했다는 데 있다. 보고서의 ‘분석 불가’ 내용을 두고 어떻게 화재원인을 발표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조사위는 지난 달 11일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운영환경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통합보호·관리체계 미흡 등 4가지를 직·간접 화재원인으로 꼽았다. 또 일부 배터리셀의 제조상 결함도 발견됐으나 이는 화재 원인으로 확인되지는 않았고 화재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과수 법안전감정서 담당자는 "국과수 자료는 결과가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객관적인 자료라고 보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면서 "현장감식을 하고 자료를 받아보는 등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결과를 내는 방식이다"고 전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교수는 "화재 6건만 국한시켜서 보면 국과수에서 내놓은 보고서 가운데 4건이 민관조사위가 구성되기 전에 작성됐다. 민관조사위는 보고서만 보고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위가 참고했다는 국과수의 자료 결과가 분석불가인 것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조사위가 무엇을 근거로 화재원인을 밝힐 수 있었느냐는 의문이 남게 된다"며 "조사위의 결과 발표는 화재가 날 수 있는 상황을 열거한 것이지 23건의 화재원인을 발표한 것이 아님을 방증한 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