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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배 변호사 |
전기사업법은 다수의 일반 수요자에게 생활에 필수적인 전기를 공급하는 공익사업인 전기사업의 합리적 운용과 사용자의 이익보호를 위하여 계약자유의 원칙을 일부 배제하여 일반 전기사업자와 일반 수요자 사이의 공급계약조건을 당사자가 개별적으로 협정하는 것을 금지하고 오로지 공급규정의 정함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의 전기공급규정은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설비에 고장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때 한국전력공사는 전기의 공급을 중지하거나 그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전력공사는 수용가가 받는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만일 이 규정이 한국전력공사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까지 적용된다고 보는 경우에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이나 그 외의 경우에 한하여 한국전력공사의 면책을 정한 규정이라고 해석하는 한도에서는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전기산업의 경우 한국전력공사가 일반 수요자들에 대한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고, 관련 시설의 유지 및 관리에 필요한 기술과 책임도 사실상 단독으로 보유하고 있는 등 그 특수성에 비추어 전기공급 중단의 경우 한국전력공사의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 고의에 준하는 중대한 과실의 개념은 위와 같은 한국전력공사의 특수한 지위에 비추어 마땅히 해야 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현저히 하지 않았을 때로 봄이 상당하다.
딸기 재배농가 정전사고의 사례에서 법원은 한국전력공사가 소유·관리하는 전기공작물인 자동개폐기의 고장으로 인하여 정전사고가 발생하였고, 정전사고 당시 한국전력공사는 자동개폐기의 수명이 언제까지인지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점, 자동개폐기의 고장은 외부로부터 부싱에 가해진 충격으로 인한 미세한 균열 및 이에 따른 반복 단락현상에 의한 2차적 파손에 의한 것이므로 이는 상당한 기간 동안 진행된 결과로 보이는데, 한국전력공사는 그 자동개폐기가 설치된 이래 여러 번에 걸쳐 이설되는 과정에서도 단순히 외관 검사만을 실시하였을 뿐 그 탱크 내부에 대한 점검이나 측정을 전혀 실시하지 아니하였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한국전력공사의 이와 같은 사고 자동개폐기의 유지·관리는 그 주의의무를 심히 결여한 것으로서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미리 정전에 대비하지 못한 농민들의 과실을 60%로 평가하여 한국전력공사의 책임을 40%로 제한하였다.
앞으로 전력수급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므로 위 판례의 태도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