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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공 아시아평화경제연구원 이사 |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계약 이론(Theory of Contract)’의 토대를 세운 올리버 하트(68) 하버드대 교수와 벵트 홀름스트룀(67) MIT 교수를 선정했다.
영국 출신의 하트 교수는 1980년대 ‘불완전 계약 이론’을 통해 계약의 불완전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를 연구해 계약 이론의 확장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트 교수는 모든 경제 관계를 계약의 시각으로 보고 "계약 과정이 투명하고 상호 합의가 될수록 사회 전체 효용이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조직이 비대하고 구성원이 감시당한다는 생각을 가질 경우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며 "도덕적 해이가 혁신의 장애물"이라고 강조했다.
핀란드 출신인 홀름스트룀 교수는 ‘본인-대리인 문제’ 등 비대칭 정보하의 인센티브 연구 분야의 권위자다. 특히 그는 고용주와 피고용인 간에 ‘최적의 계약’을 도출하기 위해 인센티브와 도덕적 해이, 무임승차 등의 주제를 심도 있게 연구했다. 이를 통해 그는 "성과에 따른 비대칭적 보상이 있을 때 기업 이익이 극대화된다"며 ‘기업 거버넌스’로까지 연구 범위를 넓혔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를 지냈던 김종인 의원은 "하트, 홀름스트룀 두 교수가 연구한 ‘계약이론’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것은 한국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계약이론은 정보 비대칭성을 보정하려는 연구이기에 우리 경제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가 부와 권력을 좌우하는 21세기에는 정보의 비대칭이 시장의 혼란과 막대한 피해를 야기할 것"이라며 "나아가 점점 더 거대해지는 글로벌 기업들은 더 큰 자본으로 빅데이터를 독점하고 소비자의 선택권마저 좌지우지할 수 있다. 자본도 하나의 권력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내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의 ‘국민성장론’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공정성장론’을 겨냥해 "계약 이론은 경제민주화가 한국경제 전체의 기반의식구조 변화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실 경제학상은 정식 노벨상(Nobel Prize)이 아니다. 경제학상은 1968년 스웨덴 중앙은행인 리스크방크가 창립 300주년을 맞아 경제학상을 만들고, 상금을 노벨재단에 기탁하는 조건으로 노벨상에 편입됐다. 그래서 공식 명칭도 ‘알프레드 노벨을 기리는 경제 과학상(Prize in Economic Science dedicated to the memory of Alfred Nobel)’이며, 줄여서 경제학상이라고 부를 뿐이다. 경제학(Economics)이 아니라 경제 과학(Economic Science)이라고 명기한 점도 특이하다.
최근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경제학상이 아니라 사회학상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숫자가 아닌 사람 측면에서 경제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상을 타고 있다. 2014년도 수상자인 장 티롤(Jean Tirole)은 시장과 정부규제의 관계를 연구했다. 2015년 수상자 앵거스 디턴(Angus Deaton)은 소비와 가난, 복지와 분배 문제에 대한 연구를 했다. 게다가 역대 수상자의 3분의 2가 미국인이고 남성이며 대부분 보수적 경제학자라는 등 수상자의 편중성이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한편 ‘노벨상 수상 요인’의 저자, 애브너 오퍼(Avner Offer) 영국 옥스퍼드 대학 경제사 석좌교수는 "현대 사회를 관리, 경영하는 파워엘리트 가운데 경제학자들만 노벨상을 받는다"며 경제학상 선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시장이 실패한 만큼,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경제민주주의에 보다 큰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퍼 교수에 따르면, 노벨상 수상자들의 연구 독창성이 어디에 있든, 노벨상이 주는 후광 효과는 공익을 해치는 정부 정책에 신뢰성을 줄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경제불평등을 심화시키거나 금융위기를 발생시킬 수 있는 정책도 노벨상 수상자의 이론에만 기반하면 믿을 만하다는 인식을 준다"고 경계한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시장’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실증적 사례연구에 매몰되곤 한다. 그러나 그 결과는 일반성, 보편성의 희생이다. 임의로 선택해 통제한 환경에서 국지적 실험을 통해 경제이론을 추출하려는 것은 ‘사회적 공익’이라는 광범위한 비전을 대체할 수 없다. 이를 극복하려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제대로 선정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오퍼 교수의 일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