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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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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 항공 분야 온실가스 규제 최초 합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10.07 11:48

"특정 업계 대상 전 세계적 기후변화 협약은 사상 처음"

▲세계 191개국이 가입한 유엔 전문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이날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회의에서 향후 국제 항공사들의 탄소 배출량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하는 내용의 협정을 채택했다.(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그간 환경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항공기가 오는 2021년부터는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를 받게됐다. 6년간의 자율 규제를 거쳐 2027년부터 발효되는 이번 협약은 전 세계 도로에서 자동차 350만대를 매년 줄이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분석된다.

6일(현지시간) AP통신과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191개국이 가입한 유엔 전문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이날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회의에서 향후 국제 항공사들의 탄소 배출량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하는 내용의 협정을 채택했다.

특정 업계 전반에 걸쳐 전 세계적인 한도를 정한 기후변화 협약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2020년 이후 규정된 배출 한도를 초과한 항공사는 배출권(credit)을 사는 방식으로 초과분을 상쇄해야 한다. 첫 단계로 2021∼2026년 자율 시행한 뒤 2027년부터 의무 이행으로 전환된다. 이번 합의는 전체 항공 산업의 60%를 차지하는 국제선 항공기에만 적용된다.

현재까지 세계 최대의 항공시장 중 하나인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65개국이 참여를 약속했다. 급성장하는 국제 항공사들을 두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도 동참하기로 했다.

또 다른 대규모 항공시장인 러시아와 인도는 협정에 서명하지 않은 채 반대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기금(EDF)은 이 협정에 참여한 국가들이 2020년 이후 탄소 배출량 증가분의 77%를 배출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15년에 걸친 이번 합의가 완전히 이행되면 25억톤가량의 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매년 차량 3500만 대를 도로에서 없애는 효과와 맞먹는다.

ICAO는 이번 합의에 따라 2035년 항공사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53억 달러(약 5조9000억원)에서 239억 달러(약 26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항공사들이 지난해 쓴 연료비는 1810억 달러(약 202조2000억원)였다.

이 같은 부담에도 항공업계는 이번 합의를 지지하며, 좀 더 연료 효율이 높은 항공기를 운항하는 항공사들은 탄소배출권에 비용을 덜 쓰게 될 것이라고 AP는 전했다.

이번 합의는 작년 프랑스 파리에서 체결된 기후변화협정이 주요국 의회의 비준을 마치고 발효가 예고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앞서 루 레오나르드 세계자연기금 기후변화 부문 부대표는 "파리 협정에 비행기가 빠진 건 커다란 구멍"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파리 협정은 역내 규제에만 초점을 맞추며 비행기 등 국경을 넘나드는 이동 수단은 포함하지 않았다.

비올레타 불크 유럽연합(EU) 교통담당 집행위원도 "이는 국제 항공에 새 장을 여는 유례 없는 협정"이라며 "지속가능성이 결국 우리가 비행하는 방식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200여 개 항공사를 대표하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도 "중대한 협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이번 협정에 국내선 항공기가 포함되지 않은 것을 비롯해 여러 가지로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또 이 같은 협정이 해상 등 다른 업계로도 확대되길 기대하고 있다.

한편, 제트 블루 항공, 유나이티드 컨티넨털 홀딩스, 리차드 브랜슨 버진 그룹 등 대표적인 항공업체들은 전통 항공 연료인 석유를 대체해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기로 했다.

항공기업들은 "기후변화 위협이 현실화되고 온실가스 감축을 향한 정부의 요구도 강해지고 있다"며 "전기 비행기가 아직 실험단계에 있는 가운데, 현재로선 바이오 연료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입을 모았다.

각국에서는 친환경 전기 비행기 개발 및 상용화 움직임도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 항공기는 소음이 거의 없는데다, 항공유를 사용하지 않아 차세대 성장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독일항공우주센터와 독일 울름대는 앞서 지난달 29일 4인승 수소연료전지 비행기 ‘HY4’ 시험운행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비행기는 슈투트가르트 공항을 이륙해 15분간 시험비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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