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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물꼬 튼 ‘배아줄기세포’ 연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07.15 00:52

김태공 아시아평화경제연구원 이사

▲김태공 아시아평화경제연구원 이사

[EE칼럼] 물꼬 튼 ‘배아줄기세포’ 연구

생명윤리 문제로 가로막혔던 체세포 복제방식의 줄기세포 연구가 7년 만에 기대와 우려 속에 다시 시작된다. 보건복지부는 11일 차병원그룹의 차의과대학이 제출한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계획’을 조건부 승인했다. 조건은 난자와 체세포 획득의 적법성, 인간 복제 가능성에 대한 감시 체계 마련 그리고 국내 생명윤리법상 ‘동결 난자’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란, 간단히 말하면, 희귀·난치병 치료 목적의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줄기세포는 신체를 구성하는 뼈, 근육, 피부, 신경 등 ‘조직’은 물론 뇌, 신장, 허파 등 모든 인체 ‘기관’으로 분화하기 때문에 ‘만능세포’라고 불린다. 줄기세포는 수정란 분화와 체세포복제를 통해 만들어지는 ‘배아줄기세포’와 성숙한 조직과 기관 속에 들어있는 ‘성체줄기세포’로 나뉜다. 10여년 전 황우석 사태 이후 국내에서는 이제까지 대부분 성체줄기세포 연구에만 머물러 왔다.

차의과대학 부속병원인 차병원은 2009년 한차례 연구 승인을 받았지만 국내에서 줄기세포주(株)를 만드는 데 실패했고, 2년 전 미국에서 ‘신선 난자’를 활용해 성공한 바 있다. 차의과대는 2020년까지 5년간 600개의 난자를 이용해 시신경 손상, 뇌졸중, 골연골 형성이상 등 난치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연구승인을 받은 체세포 복제방식은 핵을 제거한 난자에 난치병 환자의 체세포 핵을 이식해 ‘핵이식 난자’를 만든 다음 전기자극 등 외부의 힘으로 세포를 융합하는 과정을 거쳐 배반포기(복제배아) 단계까지 배양한다. 배반포기 단계에서 난자는 치료용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는 공 모양의 ‘세포덩어리(내부세포덩어리’와 태반으로 형성되는 ‘영양배엽세포’로 분화되는데, 내부 세포 덩어리를 떼어내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할 수 있는 배반포기 단계까지를 ‘치료용 복제’라고 한다.

차의과대학 이동률 교수는 "이번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공용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용줄기세포란 모든 사람이 함께 쓸 수 있는 줄기세포를 말한다. 0.5% 정도의 사람은 공용으로 쓸 수 있는 체세포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이용해 면역거부반응을 피하는 줄기세포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의학계는 얼리지 않은 상태의 신선 난자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이번 연구의 한계로 지적하고 있다. 체세포 복제배아 방식의 줄기세포 제조에서 가장 큰 관건은 얼마만큼 신선한 난자를 사용하느냐는 것인데 우리나라 생명윤리법은 동결 난자만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미국 등의 경우 시험관 수정 후에 남는 난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기증자가 있어도 난자를 동결해야만 잔여 난자로 인정받는다. 차의과대학이 2009년에 시행한 동일한 연구에서 실패한 것도 동결 난자 사용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연구에는 5년 동안 600개의 난자가 사용되는데, 이 중에는 비동결 난자 100개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100개의 비동결 난자도 신선 난자가 아닌 미성숙, 비정상, 수정실패 난자 등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교수는 "비동결 난자는 줄기세포주를 만드는 데는 사용할 수 없고, 조건을 확인하거나 검증용으로만 사용하라는 지침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체세포복제 연구 재개에 따른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 종교계와 윤리학계는 ‘배아도 생명’이라는 주장과 함께 생명을 파괴하는 배아연구를 중단할 것을 과학계와 정부에 꾸준히 요구해왔다.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과정에서 더 나아가 배반포기 단계의 난자를 여성의 자궁에 이식시키면 이는 바로 ‘인간 복제’가 되기 때문이다.

가톨릭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는 이번 연구의 조건부 승인에 대해 "난치병 치료 연구가 인간 생명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은 정당치 못하다"며 "가장 연약하고 무고한 인간 배아를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관련 전문가들로 ‘차의대 체세포복제배아연구 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난자의 기증부터 연구에 사용된 난자 및 배아의 폐기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하도록 하고, 또 관리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하는지 매년 현장 점검할 계획이다.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인간 복제와 생명 경시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안전판이 마련된 가운데, 성체줄기세포는 물론 배아줄기세포 분야에서도 의미있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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