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 말 기준 불법사금융예방대출 잔액은 3140억원, 연체잔액은 1391억원으로 집계됐다.
서민들의 불법사금융 유입을 막기 위해 마련된 정책금융상품마저 상환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차주가 늘고 있다. 불법사금융예방대출(불사예대)의 연체율이 44%를 넘어선 데다 20대 이하 차주의 연체율은 절반을 웃돌았다.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긴급 자금을 공급하는 정책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9월 말 불사예대 대출잔액은 3140억원, 연체잔액은 139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대출의 44.3%가 1개월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한 상태다.
연체율 상승 속도도 가파르다. 2023년 11.7%였던 연체율은 2024년 32.2%로 급등한 뒤 지난해 37.8%를 기록했다. 올해 6월에는 42%까지 올라섰고 3개월 만에 44% 선마저 넘어섰다. 대출 공급 이후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차주가 빠르게 늘어나는 양상이다.
청년층의 상환 여건은 더욱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이하 차주의 연체율은 50.7%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30대 역시 45.5%에 달해 청년층 두 연령대 모두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40대는 43.4%, 50대는 41.4%였으며 60대와 70대 이상은 각각 39.4%, 38.9%로 집계됐다. 연령이 낮은 차주일수록 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 셈이다.
불사예대는 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저소득·저신용층이 불법사금융에 노출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도입한 소액 정책대출이다. 생계비 등 긴급 자금이 필요한 차주에게 최대 100만원을 지원한다. 당초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이면서 신용평점 하위 20%에 해당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했으나, 지난 9월부터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근로장려금 수급자는 신용평점에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정부는 이 상품을 내년부터 가칭 'K-민생지킴대출'로 개편할 방침이다. 기존 불사예대의 지원 요건을 손질해 신용평점 하위 50% 이하 국민에게 소득과 관계없이 최대 100만원을 연 4.5% 금리로 빌려주는 방식이다. 상환 기간은 10년이며 중도상환도 가능하다. 원금을 성실하게 갚은 차주에게는 추가로 100만원을 지원하고 제도권 금융상품과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다만 소득 기준을 없애면 정책자금이 상대적으로 상환 능력이 있는 차주에게까지 배분돼 정작 지원이 절실한 저소득층의 이용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이와 관련해 소득 요건을 별도로 두지 않은 배경을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저신용·저소득층에 긴급 자금을 공급하되 재해나 질병 등 예외적인 상황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까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으려는 취지라는 것이다.
금융위는 대면상담을 통해 자금 지원의 필요성과 긴급성을 심사할 예정인 만큼 제도권 금융 이용이 가능한 고소득자에게 대출이 이뤄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대출 의원은 “정부는 취약계층이 빚을 갚고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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