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성 산업부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올해 3분기 성적표가 속속 공개되고 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4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반면, 대한유화는 44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중동전쟁에 따른 일시적 호황이 잦아들면서 같은 업황 속에서도 기업별 수익성은 엇갈렸다.
실적만큼이나 엇갈리는 것이 구조조정 속도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는 대산 사업재편을 통해 연간 110만톤(t) 규모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줄이기로 했다. 여수에서도 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DL케미칼 등이 여천NCC 2·3공장 가동 중단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울산의 에쓰오일·SK지오센트릭·대한유화 간 사업재편 논의는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온도차가 구조조정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기업이 막대한 비용을 감수해 공급과잉을 완화하면 그에 따른 시황 개선 효과는 경쟁사에도 돌아간다. 반대로 감축 규모가 충분하지 않고 공급과잉 해소 효과가 미미하다면, 먼저 구조조정에 나선 기업들만 비용을 떠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기업들의 자발적인 구조조정 참여를 저해할 수 있는 셈이다.
가장 먼저 사업재편에 나선 기업들조차 수혜를 쉬이 예단할 수 없다는 점은 이 같은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HD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국내에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상황으로, 수급 환경이 향후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현 시점에는 어느 시점에 정상적인 공급 수요 상황으로 돌아설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조정에 선제적으로 호응한 기업조차 그 효과가 언제 나타날지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선발대가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사이 후발대는 실익을 가늠할 무형의 이익(시간)을 누리는 꼴이 됐다.
정부는 석유화학 구조조정에 무임승차하려는 기업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대산과 여수의 사업재편이 구체화하는 동안 울산에서는 여전히 기업 간 이해관계 조율이 과제로 남아 있다. 구조조정 참여 여부에 따른 부담과 혜택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다면, 정부의 경고는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물론 기업별 설비 경쟁력과 경영 여건이 다른 만큼 일률적인 감축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선제적으로 결단한 기업이 비용과 불확실성을 떠안고, 관망하는 기업이 시간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방치해서도 안 된다. 정부가 증명해야 할 것은 구조조정의 당위성이 아니다. 먼저 움직이는 기업이 불리하지 않도록 만드는 정책의 실행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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