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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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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갭투자 막겠다더니…‘빈틈’ 주상복합 3가구 청약에 12만명 몰렸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2.04 11:25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부적격 계약 해지…소송전 끝에 입주 2년 지나 무순위 청약
10·15 규제 ‘회피’ 전세금으로 잔금 내고 10억 시세차익 ‘꿀꺽’…3세대 모집에 12만명 몰려
청약통장도 소진할 필요 없어…남의 돈으로 갭투자 청약하는 ‘사각지대’ 노린 투기수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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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전경. 롯데건설

서울 주택시장에서 여전히 남의 돈으로 잔금을 치르고 시세 차익 투자에 나서는 '눈 먼 청약'이 횡행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에도 사각지대를 노린 투기 수요가 살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공시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계약취소분 3세대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전날 저녁 마감한 결과 총 12만5934명이 청약을 신청해 평균 경쟁률 4만1978대 1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지난 2023년 7월 완공된 단지로 이미 입주한 지 2년이 넘은 4개동, 1425세대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다.




이번에 계약취소분 3세대가 분양 물량으로 풀린 것은 2019년 8월 일반분양 당시 부적격 행위로 인해 계약 해제가 된 3세대가 다시 청약 시장에 나온 것이다. 특히 이번 무순위 청약은 시작의 배경부터 여러 논란이 겹친 상황이다.


인근 한 부동산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2019년 일반분양 당시 부적격 사실 여부를 놓고 당첨자와 조합 간 법적 소송전이 벌어졌고, 최근에서야 조합 측이 승소해 계약 해지가 이뤄졌다"며 “이에 따라 계약 해지분 잔여 물량 3세대에 대한 무순위 청약이 분양한 지 6년, 입주한 지 2년 이상이 지난 후에 이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3세대 무순위 청약 분양가는 평균 10억원 수준이다. 6년 전 일반분양가와 동일하게 책정됐다. 이 단지는 10월 24일 전용면적 84㎡(36평)이 19억5000만원(31층)에 팔리면서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고, 가장 최근 거래가는 이달 8일 84㎡가 18억원(19층)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현재 18억~20억원에 달하는 신축 아파트를 10억원에 분양 받을 수 있어 청약 당첨 시 10억원에 가까운 시세 차익을 보는 것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 단지가 이재명 정부의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인 10·15 규제의 빈틈을 파고 들어 일명 '줍줍'이라고 불리는 무순위 청약을 통해 투기 수요를 대거 끌여들였다는 점이다.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의 아파트가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3중 규제로 묶였지만 이 단지는 주상복합으로 분류돼 이 같은 규제를 모두 피했다.


즉, 지자체의 허가를 받지 않고 등기를 치는 것이 가능하고 전세를 놓고 잔금을 치룰 수도 있다. 청약 당첨자가 현금 10억원이 없어도 전세를 놓고 전세금을 받아 잔금을 낼 수 이다는 얘기다. 현재 이 단지의 36평형 전세금 시세는 8억~10억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산술적으로는 현금 한 푼 안 들이고 갭투자를 통해 청약 당첨자는 잔금을 내고 분양 계약을 마쳐 소유권 이전 등기가 가능하다.


10·15 대책의 3중 규제를 피해 갭투자를 통해 남의 전세금으로 등기를 받으면서 10억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다. 심지어 계약 해제 잔여 세대 무순위 청약이라 청약통장을 소진할 필요가 없어 '10억 로또'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12만명 이상 청약에 도전했다. 이에 정부가 3중 규제 시행에 있어 제도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가 10·15 대책을 통해 갭투를 막고 실수요 위주 시장을 형성하겠다고 서울 전역을 3중 규제로 묶었지만 정작 주상복합과 오피스텔 등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빈틈이 생겼다"며 “특히 서울엔 타워팰리스나 트리마제 등 고급 주상복합이 많고 이들 단지는 아파트 못지않게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 부동산 정책의 사각지대를 막는 당국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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