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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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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리포트] 건물부문 탄소중립 핵심 전략은 ‘단열·전기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1.11 10:27

신축과 기존 건물에 맞춤형 전략 필요
신축 건물 에너지 자립률 100% 달성
리모델링은 재생에너지 생산과 연계
탄소 배출 계수 낮은 전력 사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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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이지하우스'. 이지(EZ, 에너지 제로) 하우스는 태양광 패널로 전력을 생산하고 단열 설비로 에너지 효율을 높여 연간 에너지 사용과 생산 총량을 0으로 만든다. (사진=서울 노원구청)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탄소 중립은 시대적 과제가 됐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한 한국 역시 모든 산업 분야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건물 부문은 전력 사용으로 인한 간접 배출량을 포함할 경우 국가 전체 배출량의 24.6%를 차지하는 주요 배출원으로,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국내 건물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는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2018년 5210만톤에서 2050년 620만톤으로 88.1%나 감축해야 한다. 이러한 야심 찬 목표를 어떻게 달성해야 할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정학근 책임연구원과 연세대·고려대·KAIST 등 연구팀은 탄소중립을 위해 국내 건물 부문이 추진해야 할 세 가지 핵심 전략과 시기별 목표를 제시했다. 이 내용은 최근 국제학술지 '에너지'에 논문으로 발표됐다.



◇전략1 - 신축 건물: 제로 에너지 건물 의무화


탄소중립 달성의 첫걸음은 새로 짓는 건물부터 에너지를 절약하고,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제로에너지건물(ZEB)은 건물이 사용하는 에너지(냉난방, 급탕 등)와 건물 내에서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하는 에너지를 상쇄해 에너지 자립률 100%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2050년에는 모든 신축 건물이 에너지 자립률 100%(ZEB 1등급)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신축 건물에 대해 의무화가 적용되고 있지만, 기존 건물 대비 신축 건물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ZEB 시나리오 단독으로는 전체 배출량 감축 효과가 크게 미미하다(현재 수준 대비 2050년 CO2 약 15만톤 감축 예상).


연구팀은 “당장은 효과가 크지 않아도 신축 건물의 에너지 성능을 매년 크게 향상시키고, 더 나아가 플러스 에너지 건물로 나아가는 것은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략2 - 기존 건물: 그린 리모델링 확대


건물 부문 탄소 감축의 핵심 열쇠는 건물 재고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존 건물, 특히 20년 이상 노후화된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린 리모델링(green remodelling)은 벽 단열 보강, 창호 교체, 고효율 설비 설치 등을 통해 기존 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2018년 대비 30% 이상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내에서는 20년 이상 된 건물을 노후 건물로 지정하고 에너지 효율 개선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2050년까지 모든 기존 건물에 그린 리모델링 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현재는 비용 문제나 적용 범위의 한계 탓에 그린 리모델링의 효율 개선은 약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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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3 -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 전기화


건물 전기화(electrification)는 냉난방·급탕·취사 등에 화석연료(석탄·석유·가스)를 사용하는 설비를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는 설비(예: 히트 펌프, 전기 스토브)로 대체하는 기술이다. 이는 건물에서 발생하는 직접 배출을 제로로 만들 수 있다.


문제는 건물 전기화가 진정한 탄소중립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 계획(energy transformation plan)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발전 부문에서 전력의 탄소 배출 계수가 낮아져야 간접 배출까지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환 없이 건물 부문의 전기화만 진행할 경우, 2050년 탄소 배출량은 오히려 전기화를 적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증가할 수 있다. 반면, 에너지 전환 계획과 함께 전력화를 적용하면 2050년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2035년까지의 핵심 과제: 속도와 효율의 향상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특히 중기 목표인 2035년까지 그린 리모델링과 건물 전력화의 준비를 완료하고 속도를 높여야 한다.


우선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달성하고, 그린 리모델링을 통한 효율 개선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정부는 2030년 건물 부분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32.8%, 최근 발표한 2035 NDC에서는 50% 이상을 줄이는 것으로 설정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린 리모델링의 효율 개선이 현재 수준(30%)을 넘어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리모델링 시 신재생에너지원을 적극적으로 통합해 에너지 자립률을 10% 이상 추가로 확보해야 함을 의미한다.


2050년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 이후에도 그린 리모델링 효율이 40% 이상으로 개선돼야 한다.


이와 함께 2035년부터는 건물 전기화가 실질적으로 시작돼야 한다. 건물 전기화는 전력의 탄소 배출 계수가 낮아져야 의미가 있는데, 연구 모델에 따르면 전력의 탄소 배출 계수가 건물에서 주로 사용하는 가스(천연가스)의 배출 계수보다 낮아지는 시점은 2035년부터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건물 전기화의 의무 적용 시기는 이 에너지 전환 계획에 맞춰 2035년부터 시작, 2050년까지 100% 전기화를 달성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에 앞서 2035년 전기화 시행을 위해서는 정책 및 기술적 준비(예: 히트 펌프 기술 개발 및 비용 절감, 전력망 안정화)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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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일체형 컬러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사례. (사진=서울 노원구)


◇세 전략의 통합: 2050 목표 달성 가능성


개별 전략(시나리오)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신축 건물의 제로에너지건물 적용만으로는 감축 효과가 제한적이고, 기존 건물의 그린 리모델링과 건물 전력화 전략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에너지 전환 계획에 기반한 건물 전기화 전략은 2050년 CO2 배출량을 약 1791만5000톤이나 줄이는 효과가 예상된다.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세 가지 전략을 모두 적용할 경우 2050년 건물 부문 탄소 배출량은 605만톤까지 줄어 2050년 목표치인 620만톤을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연구팀은 “세 가지 전략은 각각 건물의 에너지 성능을 향상시키는 '다리'와 같고, 이 다리가 서 있는 '바닥'이 바로 에너지 전환 계획"이라면서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이 탄소 배출이 없는 청정 에너지로 바뀌지 않는다면 탄소 배출은 줄어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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