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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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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우의 카워드] 음극 없이 더 멀리, 더 오래…무음극전지, 전기차 혁신 ‘기폭제’될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8.04 16:30

급변하는 전동화 시대, 자동차와 배터리 산업에서 쏟아지는 낯선 전문 용어들이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카워드'는 자동차와 관련한 어려운 용어들을 쉽게 풀어 설명하고, 관련 업계 동향을 함께 소개해서 독자들이 빠르게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리튬이온배터리와 무음극 전고체배터리. 사진=LG에너지솔루션

▲리튬이온배터리와 무음극 전고체배터리. 사진=LG에너지솔루션

“더 작고 가볍게, 그리고 더 오래."


전기차 혁신을 이끌 차세대 배터리 기술인 '무음극전지'가 업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배터리 부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음극층을 없애 무게와 부피를 줄이고, 에너지 밀도는 더욱 높인 초격차 기술이다.


특히 무음극전지는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에 최적화된 구조를 갖춰, 안정적인 양산이 가능해진다면 미래 전기차 시장을 이끌 주요 제품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무음극전지의 최신 기술 개발 이슈가 배터리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과 기업들은 무음극전지의 상용화와 성능 혁신을 목표로 연구 성과를 잇따라 발표하며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배터리와 완전히 다른 '혁신적 구조'

무음극전지는 기존 배터리의 음극 활물질을 없애거나 극소량만 사용하는 차세대 전지 기술이다. 충전 시 리튬이온이 음극 집전체(주로 구리 표면)에 리튬 금속 형태로 도금되고, 방전 시 다시 리튬 이온으로 돌아가는 방식이다.




즉, 음극의 '틀'만 남기고 활물질은 없애 부피를 줄이고, 에너지 밀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 리튬이온전지는 음극에 흑연이나 실리콘 등의 활물질을 포함해 셀 출고 시 이미 음극층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배터리 크기와 무게에 한계가 있다.


반면 무음극전지는 출고 시점에서 음극 활물질 없이 집전체만 존재하며, 충전 과정에서 리튬 금속이 음극 표면에 도금되는 구조다.


이 덕분에 기존 대비 에너지 밀도를 최대 두 배까지 끌어올릴 수 있고, 음극 공정이 단순화되어 제조 비용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무음극전지, 전기차 시장에 미칠 기대 효과

전기차의 성능을 좌우하는 배터리 무게와 주행거리에서 무음극전지는 큰 변화를 예고한다. 음극 활물질 부피를 줄이고 경량화하면서도 저장 용량을 늘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800㎞ 이상 주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고체 전해질과 결합하면 화재 위험을 줄이고, 배터리 수명도 1000회 이상 충방전을 견딜 수 있는 안전하고 튼튼한 전지로 발전하고 있다.


이 덕분에 무음극전지는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중 가장 주목받으며, 빠른 상용화가 기대된다.


전고체 배터리와 만나 완성되는 무음극전지

특히 무음극전지는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에 최적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무음극전지는 리튬이 도금됐다가 다시 회수되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러나 액체 전해질 기반의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에서는 충전 과정에서 리튬이 비가역적 물질로 변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부반응을 최소화하고, 도금-탈리 사이클이 더 안정적으로 반복되어 리튬 손실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무음극전지는 에너지 밀도가 기존 배터리보다 높아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된다"며 “전고체배터리와 접목하면 더욱 안전하고 고성능의 배터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극복 과제와 최신 연구 동향은?

무음극전지 기술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리튬 금속 도금 시 형성되는 덴드라이트(나뭇가지 모양 결정체)로, 이는 배터리 쇼트 및 폭발 위험을 높인다. 또 리튬 도금의 균일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배터리 용량 및 수명 저하 문제가 크다.


최근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은 '황화물계 전고체전지용 고체전해질 원천소재'를 개발해, 리튬 도금의 균일성을 높이고 덴드라이트 생성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소재는 기존 공정에 바로 적용할 수 있어 대량생산의 문턱도 낮췄다.


한국화학연구원과 충남대 연구진도 이황화몰리브덴 2차원 소재 박막을 집전체에 적용해, 무음극 전고체전지 수명을 기존 대비 7배 이상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최대 300시간 안정적 구동이 가능해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도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2029년 하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음극 집전체에 리튬 친화 금속 코팅 및 산화 공정 등 첨단 솔루션을 특허로 확보하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무음극전지는 전고체배터리의 기술 개발 로드맵과 동일하다"며 “2029년 하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미래기술센터를 비롯해 유관 부서 연구원들이 서로 협업하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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