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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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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틱운임지수, 2년만에 최고…팬오션 ‘미소’, 포스코·현대제철 ‘비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2.01 15:14

해운 운임·용선료 대표지수 3.23%↑ 2년來 최고치
阿철강석 선적 본격화, 美 50% 관세로 ‘퍼펙트스톰’
팬오션·대한해운, 장기 계약·스팟 운임 상승에 수혜
철강은 물류비·관세 폭탄 속 고품위 광석 확보 총력

팬오션의 벌크선이 운항 중인 모습. 사진=팬오션 제공

▲팬오션의 벌크선이 운항 중인 모습. 사진=팬오션 제공

아프리카 기니발(發) '철광석 물류 혁명'이 글로벌 해운시장을 뒤흔들며 발틱운임지수(BDI)를 2년 만에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그 여파로 초대형 선박인 케이프사이즈(Capesize) 운임이 급등하면서 국내 대표 선사인 팬오션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는 반면, 포스코홀딩스·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는 미국발 고율관세에 엎친데 덥친격으로 해상운임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29일 기준 BDI는 전일 대비 3.23% 상승한 2560포인트(p)를 기록하며 2023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특히, 철광석과 석탄을 실어 나르는 초대형 선박인 케이프사이즈 지수(BCI)는 하루 만에 5.80% 폭등해 4481p를 찍으며 시장 상승을 주도했다. 반면에 중소형 선박인 파나막스 지수는 소폭 하락하며 선형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졌다.




BDI는 석탄·철광석·시멘트·곡물 등 원자재를 싣고 26개 주요 해상 운송 경로를 지나는 선적량 1만5000톤 이상 선박의 화물 운임·용선료 등을 종합해 산정하는 지수로, 경기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이번 급등세는 계절적 성수기 효과를 넘어선 복합 구조적 요인들이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BDI 급등의 진앙지는 서아프리카 기니의 '시만두(Simandou) 프로젝트'다. 세계 최대 미개발 철광석 광산인 시만두에서 지난 11월 첫 상업용 철광석 선적이 시작되면서 글로벌 물동량의 흐름이 바뀌었다.


기존의 호주-중국 항로보다 3배 이상 긴 기니-중국 간 약 1민1200해리에 이르는 항로에 대형 선박들이 투입되면서 선박이 바다 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톤-마일(Tonne-Mile)' 효과가 발생해 실질적인 선박 공급 부족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의 체질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부동산 침체로 철강 수요는 주춤하지만 전기차·데이터 센터 등 신형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알루미늄의 원료인 보크사이트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더욱이 기니산 보크사이트 수출은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37% 증가했고, 이 역시 철광석과 마찬가지로 장거리 항로를 이용해야 해 대형선 부족 현상을 심화시키는 '숨은 주역'으로 꼽힌다. 또한, 최근 미-중 무역 합의에 따라 중국이 미국산 대두 구매를 재개한 것도 파나막스와 중형 선박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무엇보다 '배가 없다'는 구조적 공급 부족이 운임 하단을 단단히 지지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조선소들이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선과 컨테이너선 수주에 집중하면서 벌크선 신규 발주는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현재 전 세계 벌크선 수주 잔량은 전체 선대의 10% 수준에 불과하며, 환경 규제 강화로 노후 선박들의 감속 운항이 일상화되면서 작은 수요 증가에도 운임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


이러한 시장 변화는 국내 해운사들에게 직접적인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팬오션은 케이프사이즈 선대 비중이 높고 비정기 단기 운송인 스팟 영업에 능해 운임 상승분이 실적에 빠르게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팬오션은 이미 포스코·발레 등과 대규모 장기 운송 계약을 체결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한 상태에서 이번 운임 급등으로 추가적인 이익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팬오션 관계자는 “해운업은 핵심 자원인 선박의 사·용선 비율을 최적으로 구성해 경쟁력 있는 선대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운 시황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사는 선박 운항·화물 운송 능력을 포함한 시황 변동에 따른 사업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갖춰 드라이 벌크선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의 표정은 복잡하다. BDI 상승은 곧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미국의 대(對)한국 철강 관세가 50%로 유지되는 등 보호 무역주의 파고가 높아져 비용 절감이 절실한 상황이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회사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는 철강 경기는 미국의 관세 정책과 주요국 건설 경기 침체 여파 등 부정적 요인으로 인해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철강업계는 이를 '위기이자 기회'로 보고 있다. 시만두 광산의 철광석은 철 함유량이 65% 이상인 고품위 광석으로, 제철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원가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포스코는 호주·아프리카 등 전세계 각지의 광산 지분 투자를 통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고 현대제철은 고부가가치 제품인 자동차 강판 판매 호조에 힘입어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1% 가량 급증하는 등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광석은 중장기적으로 브라질·호주 등 주요 원료 공급 국가의 신규 광산 가동·증산으로 공급 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자국내 조강 생산량 감축 시행에 따라 철광석·석탄 수요는 감소하고, 가격은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조선업계와 철강업계 간의 '후판(선박 건조용 두꺼운 철판) 가격 협상'은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톤당 80만 원 선에서 유지되는 분위기다.


조선업계는 중국산 저가 후판 유입을 근거로 가격 인하를 요구했으나 BDI 급등에 따른 철강사의 원료비 부담 가중과 정부의 중국산 철강재 반덤핑 조사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가격 방어 논리가 힘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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