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지방의 재구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국가 생존의 조건이다.에너지경제신문은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시리즈를 통해, 인구 감소와 산업 기반 붕괴, 돌봄 공백 등 복합 위기 속에서 지속 가능한 전환을 모색하는 전국 기초지자체의 실험을 조명해 본다.그 첫 번째 순서는 경북 청도군. 행정과 농업, 의료, 지역 공동체를 '머무는 삶의 기반'으로 바꾸기 위해 작은 군이 내딛은 발걸음에 3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편집자주]
1-1.청도군, '머무는 농촌'을 위한 실험
1-2.“머무는 청도 만들기"… 정착·농업·의료, 3년 변화 눈에 띄네
1-3.“머무는 여행, 살아 있는 지역경제"… 청도가 선택한 체류형 농촌관광

▲사진=김하수 청도군수
◇“떠나는 청도에서, 돌아오는 청도로"
농촌 위기 한복판, 정주 기반부터 다시 짜는 작은 군의 3년 실험 고령화율 37.1%, 청년 유출률 전국 상위, 의료 공백, 농업 기반 침식,경북 청도군은 오랫동안 지방소멸 고위험 지역의 전형으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지난 3년, 청도군은 행정주도 방식에서 벗어나 실질적 삶의 기반을 중심으로 '머무는 지역' 만들기에 나섰다.
민선 8기 김하수 군수는 “청도는 떠나야 하는 곳이 아니라, 돌아오고 싶은 지역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군정의 핵심 축을 인구 정주, 농업 재생, 돌봄 확대, 지역경제 회복으로 잡았다.

▲도시재생뉴딜사업 제공=청도군
◇ 귀농·귀촌 1,630가구… “청년이 돌아오는 청도"
2022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청도에 유입된 귀농·귀촌 가구는 1,630가구에 이른다.
그중 40대 이하가 42%를 차지한다. 단순 유입이 아닌 '정착'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청도군은 귀농정책을 단순 지원금에서 벗어나, 주택 수리비 지원, 청년 농 창업자금, 귀촌인 교육 프로그램 등을 촘촘히 엮었다.
그 결과 정착률은 전국 평균(66.2%)보다 높은 76.3%에 달한다.청도군 관계자는 “정주 기반이 있어야 인구도 돌아온다. 집,일,네트워크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청도복숭아 판촉행사 제공=청도군
◇ 반시·미나리·스마트팜… 농업이 살아나니 지역도 숨 쉰다
청도는 전통 농업 중심지였지만, 고령화와 판로 부재로 한계에 봉착해 있었다.김 군수는 이를 구조적으로 되돌리기 위해 농업 재생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대표 특산물인 청도반시, 청도미나리에 대한 브랜드 재정비와 스마트팜 확대가 동시에 추진됐다.그 결과 농특산물 수출액은 2021년 16억 원 → 2024년 37억 원으로 2.3배 증가했고,스마트팜 면적도 6.5ha → 19.3ha로 확장됐다.
청년 농업인 121명이 창업에 성공하며, 농촌 산업의 세대교체 기반도 일부 마련됐다.

▲생활문화복합센터 제공=청도군
◇국도비 5,230억 확보… 지역 균형 투자의 밑그림
청도군이 지난 3년간 확보한 국도비는 총 5,230억 원, 연평균 1,700억 원 규모다.청도읍 도시재생, 운문면 농촌협약, 국도 확장 등 굵직한 공모사업이 잇따라 선정되며, 도시와 농촌의 균형 있는 기반 투자가 가능해졌다.
청도역 주변 상권은 도시재생 효과로 되살아나고 있고, 산업단지 정비 이후 중소기업 유치 문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청도보건소 전경 제공=청도군
◇ '작은 군에도 의료는 필요하다'… 21분 빨라진 응급 대응
청도군의 평균 응급의료 도착 시간은 3년 전 48분에서 현재 21분으로 크게 단축됐다.군립청도병원의 기능을 확장하고, 찾아가는 방문돌봄과 노인 커뮤니티 공간을 확충한 결과다.
고령 인구가 10명 중 4명에 달하는 지역에서, 이러한 변화는 생명과 직결된다.방문돌봄 이용자 수는 1,052명에서 2,318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청소년 전용문화공간, 여성·아동 친화도시 인증도 추가로 이루어졌다.

▲청도반시축제에 찾은 관광객 모습 제공=청도군
◇연간 관광객 200만 명 시대… 체류형 모델로 전환 중
단기 방문 중심의 농촌 관광에서 벗어나 '머무는 관광'으로의 전환도 시도 중이다.
청도반시축제, 청도코미디페스티벌, 야간 경관 콘텐츠 등이 주도했고,관광객 수는 2021년 126만 명 → 2024년 204만 명으로 증가했다.
관광소득 지역 환류율도 8.1% → 11.4%로 높아졌고, 청년 관광창업과 상권 회복이라는 부가 효과도 이어지고 있다.
김하수 군수는 “청도는 여전히 작지만, 사람과 자원을 품을 수 있는 그릇은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2년은 기반 위에 실질적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시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