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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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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EU ‘신약 패권’ 속도전…韓은 ‘게걸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7.07 19:34

美 하원 초당적 바이오 지원기구 창설 “中 위협 대응 목적”
中 보험급여 개선·EU 年100억유로 지원 “신약개발 장려”
바이오 강국간 경쟁가열 양상…‘추격자’ 韓 “바이오 뒷전”

바이오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이 '제29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중국이 신흥 바이오강국으로 급부상하면서 미국, 유럽, 중국이 글로벌 '신약 패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신약개발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올라서기 위해 R&D 투자·규제 완화 등 잇따라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이재명 정부 들어 오히려 추진력은 이전 정부보다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한국바이오협회 등 업계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공화당과 민주당이 모두 참여하는 초당적 바이오 지원기구 '바이오테크 코커스(BIOTech Caucus)'를 신설했다.


이 기구는 지난 4월 미국 신흥바이오기술 국가안보위원회(NSCEB)가 의회에 종합 보고서를 제출한 이후 출범한 기구로, 중국 바이오기술의 급부상에 대응해 향후 3년간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중국에 뒤쳐질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출범했다.


이 기구는 전문가 토론회 개최를 비롯해 생물보안법 제정 추진, 규제 간소화, 일자리 창출 등을 주요 추진 사항으로 제시했으며, 미 의회 차원에서 바이오 경쟁력 제고의 시급성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기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어 중국 국가의료보장국과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1일 '혁신 약물의 고품질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16개 조치'라는 제목의 혁신신약 연구개발 지원정책을 발표했다.


이 조치는 중국 건강보험 급여체계를 개선해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 골자로, 의료보험 데이터 활용 지원, 상업 건강보험회사의 혁신신약 연구개발 투자 장려, 혁신신약의 의료보험 급여기준 합리화 등을 담고 있다.


다음날인 2일에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오는 2030년까지 유럽연합(EU)을 세계 1위 생명과학 선도지역으로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하는 '2030년 글로벌 생명과학 리더 전략'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매년 EU 예산에서 100억유로 이상을 지원해 약 1조5000억유로 규모의 생명과학 분야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29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특히 이 발표는 유럽이 글로벌 생명과학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경고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미국 바이오테크 코커스 설립과 궤를 같이 한다. 이밖에 영국 정부도 지난달 23일 2035년까지 세계 3위 생명과학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6개 조치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바이오 양대 축이던 미국과 유럽은 중국이 신흥 바이오강국으로 급부상하면서 국가 차원에서 바이오산업 육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인 바이오산업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미 선도국인 미국, 유럽 등이 오히려 더 강하게 국가 차원의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추격자'인 우리나라는 오히려 새 정부 들어 바이오 육성 추진력이 이전 정부보다 떨어졌다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육성을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에서 상대적으로 바이오는 뒷전으로 밀린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이 정부 들어 눈에 띌만한 바이오 관련 정책 발표가 없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 때 출범한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가 새 정부 들어 역할 재정립 가능성이 전망되면서 주도권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월 출범한 국가바이오위원회는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바이오산업 컨트롤타워이지만 탄핵 정국 여파로 아직 대통령이 참석한 회의는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부 각 부처가 바이오 업계로부터 애로사항 등 의견수렴을 계속하고 있지만 이는 정부 실무부서의 통상적인 행정업무 수행 수준"이라며 “새정부 들어 새로운 정책 발표나 비전 제시 등 업계의 투자 분위기를 고취시킬만한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빅파마의 신약개발 파트너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모처럼 중흥기를 맞고 있지만 불과 몇년만 지나면 이 지위마저도 인도, 태국 등에 뺏길 수 있다"며 “바이오업계의 가장 큰 애로는 투자 확보의 어려움이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투자 분위기 조성이 가장 중요한데 새 정부에서는 아직 이를 위한 움직임이 안보인다는 게 업계의 아쉬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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