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진행 중인 'K-조선 글로벌 미래 초격차 기술 확보 토론회' 현장. 사진=박규빈 기자
국내 조선업계의 미래 초격차 기술 확보 공론장에서 업계와 연구 기관, 정부 관계자들이 생존을 위한 기술 초격차 확보와 구조적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중국과의 격차 확대, 친환경 연료 전환, 자율 운항 기술 선점 등 조선업의 현안과 과제를 공유하고 민·관·학이 함께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뜻을 함께했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안도걸·허성무 의원 공동주최 'K-조선 글로벌 미래 초격차 기술 확보 토론회'는 국가 전략 차원의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해법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조선업계와 연구기관 전문가들은 “조선업의 국가전략산업 지정은 출발선일 뿐이고, 향후 기술 초격차 확보를 위한 실질적 지원과 구조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3년 한국 조선업은 1100만 CGT를 수주하며 선별적 수주 전략을 택했지만, 중국은 설비 확충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양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 우량 조선사는 고부가 선박 중심으로 오는 2028년 물량도 대량 확보했고, 중형 조선사들도 2027년까지 충분한 일감을 따냈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이와 달리,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는 오는 2027년까지만 도크가 차게 되고, 이후는 없다는 현실을 우려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된 'K-조선 글로벌 미래 초격차 기술 확보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이 연구위원은 “중국이 건조 물량을 기반으로 조선 생태계를 강화해나가는 구조적 확장 국면에 진입했다"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공급과잉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조선 산업 밸류 체인 측면에서 2022년까지 줄곧 1위를 유지했던 한국 조선업계 종합 경쟁력은 2023년 2위로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자재·연구·개발(R&D)·설계·조달 등 기술 부문에선 중국을 앞서 있지만, 생산·수리·수요 부문에서는 이미 열세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국영 조선 기업 중국선박그룹(CSSC)은 설계부터 주요 기자재 생산까지 전 과정을 자체 수행할 수 있는 반면, 한국은 민간 주도로 개별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구조적 불균형이 발생한 데에 기인한다.
차제에 조선업은 신규 수요보다 노후 선박 대체 수요와 환경 규제 대응 중심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따라 저탄소·무탄소 연료 투자, 에너지 절감 장치 장착 수요 등이 장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라서다.
이 연구위원은 “단순 기술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수요·금융·인력까지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며 “조선을 안보 산업으로 격상해 정부 차원의 지원 조직과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김형택 HD한국조선해양 상무는 조선업 현장의 기술적 도전과제와 전략 방향을 보다 실무적인 시각에서 설명했다.
IMO의 친환경 규제 강화와 디지털·스마트 기술 확산으로 기존 노동 기반 전통 제조업이던 조선업계에서는 파괴적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오염 물질 배출 저감과 무탄소 추진선 기술 선점 필요성이 대두됐고, 해상 안전과 선원 부족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지능형 자율 운항 선박 기술 확보 역시 중요해졌다.

▲김형택 HD한국조선해양 상무가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된 'K-조선 글로벌 미래 초격차 기술 확보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김 상무는 “이제는 친환경·자율운항 선박으로의 대전환, 디지털 운영모델 구축, 스마트 야드 구현 등이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라며 “연료 전환에 따른 안전 확보와 실증 불가능 환경, 막대한 R&D 비용 등은 민간 기업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조선업은 제품 하나 개발함에 있어 수천억원이 소요되고 실증 시범 선박조차 만들기 어려운 구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선업이 국가 전략 기술로 지정된 것은 기술 개발 투자 확대와 세제 혜택 확보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는 “HD현대를 비롯한 국내 조선 3사는 액화 천연 가스(LNG)·암모니아·수소 기반 선박 개발은 물론, 인공 지능(AI)·디지털 기반 자율 운항·안전 관리 시스템까지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이미 중국 조선소가 메탄올·LNG 추진선 수주에 성공하고 있고, 일본도 기자재 협력을 바탕으로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와 실증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상무는 끝으로 “K-조선은 수출과 고용, 안보까지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라며 “한미 협력 확대와 통상 전략 연계 차원에서도 조선업 기술 경쟁력은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관리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후 이어진 토론회에서 좌장인 김명현 대한조선학회장은 “초격차 기술 확보는 지정 이후 액션 플랜이 중요한데, 현재는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냉정한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민·관·학 협력 강화가 절실하다"고 언급했다.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된 'K-조선 글로벌 미래 초격차 기술 확보 토론회' 현장. 사진=박규빈 기자
김현수 인하공업전문대학 수송기계공학부 조선기계공학과 교수는 안보적 관점에서 조선업 중요성을 짚었다. 그는 “인력 양성과 기술 고도화는 함께 진행돼야 한다"며 전략 기술 지정 이후 대학의 R&D 참여 기회 확대 요청했다.
김승혁 삼성중공업 기장 설계팀장(상무)은 “국산 LNG 화물창 원천 기술 확보와 실증·상용화가 경쟁력 핵심인데 기술 개발에 실증 리스크가 높다"며 “정부가 리스크를 분담해줘야 기술 혁신 가속을 이뤄낼 수 있다"고 했다.
석욱희 경상남도 주력산업과장은 “자체 조사 결과 조선업의 핵심 과제는 무인·무탄소 기술 부족과 인력 감소, 재래식 공정 구조 등인 것으로 확인됐디"며 “미래 초격차 기술 선점과 스마트 생산 시스템 구축, 전문가 인력 양성이 핵심 전략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의중 산업통상자원부 조선해양플랜트과장은 “조선업은 현재 중국과의 경계선에 놓인 산업이고,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은 '늦은 필요 조건'일 뿐, 민관 합동 빠른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고 설파했다.
문경호 기획재정부 조세제도특례과장은 “조선업은 미래형 운송 수단 분야의 국가 전략 기술로 지정됐다"며 “조선업의 국가 안보·경제 견인 역할을 기대한다"고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