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클 버리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이자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마이클 버리가 그동안 보유했던 주식들을 거의 모두 처분한 데 이어 주가 하락에 대한 베팅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버리의 헤지펀드 사이언 에셋 매니지먼트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25년 1분기 13F 공시에 따르면 버리는 올 1분기 보유 주식을 거의 모두 매도했다. 미국 주식에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기관들은 분기마다 SEC에 13F 공시를 통해 롱포지션을 취한 지분 현황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13F 공시는 기관들의 현재 보유량을 반영하지 않는 데다, 숏포지션(공매도)과 미국 외 주식은 포함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구체적으로 버리는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전자상 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보유량을 지난해 4분기 15만주에서 1분기 모두 매각했다. 포트폴리오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바이두, 징둥닷컴은 물론, 그가 보유했던 나머지 주식들도 모두 처분됐다.
1분기 보유량을 늘렸던 종목은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로더(10만주→20만주)가 유일했다.
같은 기간 버리는 인공지능(AI) 대장주인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주식에 대한 풋옵션(매도 권리)을 90만주 사들였다. 주식풋옵션 매수는 공매도처럼 주가 하락시 이익이 나는 구조다.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미국 빅테크 못지않은 성능의 AI모델을 선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딥시크가 처음으로 주목받기 시작하자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1월 28일 17% 폭락해 당시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5890억달러(약 847조원) 증발했다.
이와 함께 버리는 알리바바에 대한 풋옵션을 20만주 매수했고 테무 모회사 핀둬둬(PDD) 홀딩스, 징둥닷컴, 트립닷컴, 바이두의 풋옵션도 각각 20만주, 40만주, 20만주, 10만주 사들이는 등 중국 기업들의 주가 하락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써 버리가 운용하는 포트폴리오에서 풋옵션 비중이 93%로, 주식풋옵션 가치는 모두 합해 1억8600만달러(약 2600억원)에 달한다.
13F 공시엔 주식 매수·매도 시점 등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이 예측하긴 어렵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지난 4월 발표될 때까지 버리가 풋옵션을 보유하고 있었으면 상당한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 주가는 1월 초에서 4월 저점까지 약 30% 급락했다. 미국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상호관세가 발표됐던 지난달 2일 이후 8일까지 12% 하락했다.
버리는 또 중국 주식들을 1분기에 모두 처분했던 것으로 나타난 만큼 이에 따른 수익도 실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주식들은 딥시크의 등장으로 3월 중순까지 크게 올랐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홍콩증시에 상장된 대형 기술주 30개로 구성된 항셍테크지수는 종가 기준 지난 1월 13일 4221.92로 저점을 찍은 후 3월 18일 6105.50까지 45% 가량 폭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