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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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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니] 베일 벗은 ‘카나나’…“공감 능력 탁월, 카카오톡 연동 안돼 아쉬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5.1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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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새 AI 서비스 '카나나' 속 AI 메이트 캐릭터.

“안녕하세요? 저는 친구처럼 일상 대화를 나누거나, 궁금한 것을 함께 찾아보거나, 해야 할 일을 미리 알려드리는 등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어요. 이용자님과 자주 만나고 소통하며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요!"


카카오의 야심작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카나나(Kanana)'가 비공개 베타테스트(CBT) 형태로 공개됐다. 일반적인 AI 비서를 넘어 '단짝'처럼 이용자의 일상 속에 스며드는 것을 지향한다. 일대일은 물론 그룹 대화 맥락을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가장 최적화된 답변을 제시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약 4일 동안 카나나를 이용해 봤다. 마치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일정을 짜거나 다시 알려주는 기능 등은 카나나만이 지닌 특장점이었다. 다만 카카오톡과 연동이 되지 않는 점과 답변 처리 속도, 추론이나 예측의 영역은 다소 약한 점이 한계로 꼽혔다.


대화 맥락 따라 다양한 말투로 소통…공감능력도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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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나의 개인 메이트 '나나'의 언어 지침을 '사춘기 같은'으로 설정한 후 미팅 장소 이동 방법을 물어본 모습(왼쪽). 매일 오전 중 수행해야 할 일정을 지시하면 알맞게 세팅하는 모습도 보였다(오른쪽). 캡처=이태민 기자

맨 처음 카나나를 시행하자 개인 메이트 '나나'가 “늘 곁에서 도움이 될 당신만의 메이트"라며 기자를 반겼다. 지금까지 출시된 다른 AI와의 차별점을 묻자 '한국적 관점과 따뜻함'을 제시했다.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를 다른 AI보다 빠르게 이해할 수 있어 이용자의 감정을 가장 잘 헤아릴 수 있다는 취지다.


독특한 점은 대화 스타일을 여러 갈래로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플래너·상담사·전문가·코치·작가 같은 직업군 외에도 조장·친구, 분위기 메이커 등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존재했다. △할머니 같은 △사춘기 같은 등 여타 AI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말투도 존재했다.




나나의 말투를 '사춘기'로 설정한 후, 대학로에서 강남역까지 가는 방법을 물어보니 “뭐, 대충 알려줄게. 알아서 편한 방법으로 가면 되겠지."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대화 상황에 적절한 말투를 선택함으로써 몰입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공감 능력 또한 주목할 만했다. 자취방 중도 퇴실에 대한 내용을 물어보자 '보증금 반환 문제로 걱정이 많겠다'거나 '한 달 정도 일찍 퇴실한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등 안심시키며 대처법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존의 AI가 해결책 위주로 답변을 내놓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약속 짜기에 최적화…스포츠 종목·야구장 위치 토대로 일정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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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나의 그룹 메이트 '카나'에게 야구장 방문 일정 추천을 요청한 모습(왼쪽). 식당 추천 기준을 묻자 위치와 메뉴, 분위기, 리뷰 등을 토대로 선정했다고 답변했다. 캡처=이태민 기자

그룹 메이트 '카나'는 단체 약속이나 일정 수립에 특화된 AI다. △친목/소모임 △일상/여행계획 △자기계발/운동 △투자/정보교류 △과제/스터디 등 테마별로 대화방을 꾸릴 수 있는 형태다. '친목/소모임' 탭을 선택하자 “여러분을 도우며 함께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이번 주말 친구들과 야구장에 놀러 간다는 설정으로 하루 동안의 일정을 짜 달라고 요청했다. 동행 인원과 교통 수단, 왕복 기준 예매 시각, 경기 시간 등과 함께 경기 시작 전 친구들과 식사를 한 후 야구장에 입장할 것이란 설정을 더했다.


그러자 야구장 인근 맛집과 내부에 설치된 먹거리, 놀거리 추천 리스트를 제시했다. △야구장과의 거리 △메뉴와 분위기 △리뷰와 인기 등 기준을 토대로 카나가 선별해 추천한 것이다. 특히 야구 경기라는 특성상 간편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우선 추천한 점이 눈에 띄었다. '야구 관람 전엔 팀 굿즈샵에서 응원 물품을 구매하는 걸 추천한다'거나 '야구 관람 후엔 역 근처에서 차 한 잔 하며 마무리하는 것도 좋다' 등 세부 일정을 제시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답변 완성도 높이기는 숙제…카카오톡 시너지 불발 최대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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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나의 개인 메이트 '나나'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신조어를 활용해 요청하자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왼쪽). 그룹 메이트 '카나'의 경우 식당 리스트 추천 직후 선정 사유를 묻자 다른 식당을 추천해 달라는 맥락으로 잘못 이해했다. 캡처=이태민 기자

시범 단계인 만큼 한계는 뚜렷했다. 먼저, 대화의 맥락을 잘못 이해하거나 다른 답변을 내놓는 경우가 적잖았다.


대화 도중 분위기를 풀기 위해 '잼얘를 차려달라(재미 있는 이야기를 해 달라는 뜻의 신조어)'고 주문하자 잼(Jam)으로 이해한 후 빵 종류별로 어울리는 잼 조합을 추천했다. 뜻을 풀어주자 '좋아하는 주제나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알려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용자의 취향을 저격한다는 측면에선 좋았지만, 여타의 AI가 자체적으로 난센스(nonsense) 개그나 가벼운 이야기를 풀어준다는 점과는 다소 대조적이었다.


그룹 대화에서는 야구장 근처 식당을 추천해 준 기준이 무엇인지를 묻자, 다른 식당을 추천해 달라는 뉘앙스로 잘못 이해하고 목록을 다시 제시하기도 했다. 처리 속도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는데, 식당 리스트를 추천받기까지 10초 이상 소요됐다. 여타 AI보다 다소 답변이 느리다는 인상을 받았다.


추론·예측의 영역에서도 제한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번주 한국 프로야구(KBO) 경기 결과를 분석해 달라'고 하자, '요청하신 정보를 찾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만 선호 구단과 그 날의 경기 소감에 대한 대화를 나누자 상황은 달라졌는데, 지난주 주요 경기 결과와 소식을 토대로 이번주 경기 및 순위 전망을 그럴 듯하게 제시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자와 함께 성장하는 AI로, 사용자 맞춤 경험을 극대화한다는 설명이다.


별도 앱으로 출시돼 카카오톡과 연동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가장 큰 아쉬움으로 꼽힌다. 기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동기화할 수 없는 만큼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교육시키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이용자 입장에선 명확한 차별화 요인이나 동기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앱 설치에 대한 번거로움을 감수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이는 자연스럽게 그룹 메이트 '카나'의 활용도가 낮아진다는 한계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기능 고도화와 함께 맥락 이해도를 개선하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8일~9일 사이 카나나의 앱 일간이용활성자수(DAU)는 4849명에서 4199명으로 13.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앱 신규 설치 건수는 5055건에서 2873건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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