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의 CXL 2.0 기반 CMM(CXL Memory Module)-DDR5 제품.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 시장 선점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CXL(Compute Express Link) 2.0 기반 DDR5 메모리 모듈에 대해 고객 인증을 완료하며, 제품의 성능과 안정성을 공식적으로 입증했다.
SK하이닉스는 23일 자사의 'CMM(CXL Memory Module)-DDR5 96GB' 제품의 고객 인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CXL은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 메모리 등 컴퓨팅 자원을 고속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기존 방식보다 훨씬 빠르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러 장치 간 자원을 공유하고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메모리 풀링(Pooling)' 기능도 지원한다.
쉽게 말해, 서버 안의 메모리를 마치 “공유 자원"처럼 여러 장치가 필요에 따라 나눠 쓸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이로 인해 기존보다 더 적은 장비로도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어, 전력과 공간, 비용을 절감하는 데 효과적이다.
최근 인공지능(AI) 칩의 핵심 부품으로 부상한 HBM(고대역폭메모리)과 '궁합'이 맞는 메모리로도 평가된다. HBM이 연산 속도를 책임진다면, CXL은 그 연산이 끊기지 않도록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저장소 역할을 한다.
이번에 인증을 완료한 DDR5 96GB 모듈은 기존 DDR5 대비 용량은 50%, 데이터 전송 대역폭은 30% 향상돼 초당 36GB의 데이터 처리 성능을 제공한다.
SK하이닉스는 이와 함께, 128GB 대용량 모듈 제품에 대해서도 고객 인증을 진행 중이다. 해당 제품은 10나노급 공정을 기반으로 제작돼 전력 효율성이 한층 강화됐다.
SK하이닉스는 공식적으로 고객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 분석에 따르면 이 제품을 가장 먼저 도입할 가능성이 높은 곳은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AWS, Google Cloud, Microsoft Azure, Meta 등)이다.
이들 기업은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하고 운영하기 위한 서버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메모리 용량과 처리 속도에 민감하다. 특히 CXL 컨소시엄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이기도 해 기술적 수용성이 높다.
서버 제조업체(델, HP, 레노버 등)나 하이퍼스케일러 전용 서버를 공급하는 QCT, Supermicro 등의 ODM 업체들도 주요 고객군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CXL 2.0을 지원하는 최신 인텔 제온6, AMD 5세대 EPYC 서버 플랫폼을 기반으로 CXL 메모리를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Yole Group에 따르면 CXL 시장은 2028년까지 150억달러(약 2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며, 이 중 CXL DRAM 모듈이 120억달러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이번 고객 인증을 계기로,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 초까지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구축해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