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롬 파월 연준의장(사진=AP/여합)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9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예고했던 관세 등의 정책과 인플레이션 흐름을 우선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으로, 금리인하 기조를 사실상 중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준금리를 4.25~4.5%로 동결했다. 이날 회의는 2025년 처음이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리는 금리 결정 회의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이후 세 차례 통화정책 회의에서 이어진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이 일단 중단됐다. 인하 개시 전 미국 기준금리는 5.25~5.5%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 스탠스 변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금리가 예전만큼 미국 경제를 제한시키지 않는다고 짚었다.
이어 3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금리를 내리기 위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되풀이해 강조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관련해선 “위원회는 어떤 정책들이 시행되는지 관망하고 있다"며 “정책들이 경제에 미칠 영향이 어떤지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정책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제시되길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끈적한 상황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들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추가 인하 회의론을 키운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FOMC 결정을 두고 “인하를 건너뛰는 것이 아니라 중지일 수 있고 연장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과 전문가들은 연준의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연준이 3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77%로 반영, 전날의 69%에서 상승했다. 5월 회의에서도 금리 동결 가능성이 전날 49%에서 현재 58%로 올랐다.
스왑 트레이더들도 이날 파월 의장 발언 이후 금리인하 기대감을 1회로 낮췄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BNP파리바의 구니트 딩그라 미국 금리 전략 총괄은 “채권 시장에선 향후 몇 분기 동안 홀딩 패턴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준은 올해 내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TV에 출연한 JP모건 자산관리의 밥 미셸레 글로벌 채권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이 다음 금리인하 기회를 노리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집권 1기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로이터/연합)
연준의 이같은 금리인하 중단 기조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마찰을 키우는 요인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쏠린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를 통해 파월 의장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파월과 연준이 키웠던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해지 못했다"며 “미국 에너지 확대, 규제 완화, 국제무역 재균형, 미국 제조업 부흥 등을 통해 내가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문제 해결을 넘어서 미국을 재정적으로 강하게 만들 것"이라며 “연준은 은행 규제와 관련해 형편없었다. 재무부가 불필요한 규제 감축을 위한 노력을 주도하고, 모든 미국인과 사업자들을 위해 대출을 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연준이 DEI(다양성·공평성·포용성), 성 이념, 청정에너지, 가짜인 기후변화에 더 적은 시간을 할애했다면 인플레이션은 결코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신 우린 역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세계경제포럼(WEF) 화상 연설에서 “유가가 떨어지면서 난 금리를 즉시 내리라고 요구하겠다"며 적절한 시기에 파월 의장과 대화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우리의 정책 수단을 활용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집중하면서 묵묵히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하며 독립성 수호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이 중장기적으로 연준의 정책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인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미국경제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은 통화정책에 개입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이런 개입은 인사권과 더불어 연준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여러 시도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