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 경제에 대한 글로벌 기관들의 암울한 전망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지난 5일 분석 보고서에서 내년 1분기 한국을 방문할 중국인 관광객이 83만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19%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관광객들이 사회 불안에 대한 우려로 방한 시기를 미룰 것이며 이런 우려는 음력 설 연휴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내년 2분기부터 관광객 유치 활동과 위안화 대비 원화 절하 등에 힘입어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컨설팅 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은 8일 보고서에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더 불안정한 위기를 막더라도 “정치적 마비는 이미 성장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경제에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시위 증가와 더불어 파업과 더 폭력적인 형태의 반대 시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짧은 계엄령 사태의 여파'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평균보다 낮은 1.8%로 유지하지만 리스크는 점점 더 하방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과거의 정치적 혼란은 성장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고 분석했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앞선 두 사례에서 한국 경제는 2006년 중국 경기 호황과 2016년 반도체 사이클의 강한 상승세에 따른 외부 순풍에 힘입어 성장했다"며 “반대로 2025년 한국은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지닌 국가들과 함께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외부 역풍에 직면해 있다"고 짚었다.
단기적으로는 사실상 '관리인(caretaker) 정부'가 금융 시장과 거시경제 안정성 확보·유지에 힘쓰며 기존 정책을 시행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민연금의 대규모 해외자산 보유액이 과도한 시장 불안과 원화 가치 급락 발생 시 증권·외환시장을 지원하는 데 사용될 수 있고, 통화·재정 정책 여력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긴급 유동성 지원과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예고한 추가 정책금리 인하 등 추가적인 통화 부양책이 이미 준비 중에 있다"며 “정치적 안정이 회복되고 잠재적인 과도기적 조치가 명확해지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 정부 부채를 고려할 때 향후 재정 완화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지 않으면서 성장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야당의 추가 탄핵안 발의와 과도기적 내각 구성, 개헌 논의 등을 주목해야 할 주요 이벤트로 꼽았다.
한편, 탄핵 대치 장기화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은 또 다시 출렁이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41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보다 2.47% 급락한 2368.19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는 1.47% 내린 2392.37에 개장한 후 낙폭을 키우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6089억원, 142억원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기관은 5285억원 순매수 중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4.41% 하락한 632.15를 기록 중이다. 코스닥 지수 역시 전 거래일보다 1.81% 하락 출발한 뒤 낙폭을 키우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은 1130억원 순매도 중이고,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616억원, 584억원 매수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한주 약 2% 급등한 데 이어 현재 0.78% 오른 달러당 1435.19원을 보이고 있다.
대신증권의 이경민 전략가는 “코스피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누적된 피로감, 실망감, 매우 위축된 투자심리 등의 영향으로 상황이 조금만 움직여도 코스피는 휘청일 수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