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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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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 공사에 원자잿값만 ‘93%’…건설사 남는 것 없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2.09 14:42

공사비 급등에 3분기 매출원가율 93%…3년 만에 5.5%p ↑

일부 건설사 매출원가율 95% 이상, 수익성 악화

악성 미수금과 매출채권도 1년9개월 만에 10조 이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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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건설 공사 현장 전경. 연합뉴스

건설업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건설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심각하다. 보통 80% 중반에서 움직이던 매출원가율(매출에서 제품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최근 몇년 동안 급등하며 90%를 넘어가고 있다. 일부 건설사는 95%를 넘어서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DL이앤씨,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10개사의 3분기 기준 평균 매출원가율은 93.0%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87.5%) 대비 5.5%포인트(p) 상승한 것이다. 매출원가율이 93%라는 것은 매출액이 1억원일 때 원자잿값이 9300만원이고 남은 700만원으로 각종 세금, 영업인력 운용 비용, 판매관리비 등 다른 비용을 빼고 건설사들이 이익을 가져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에 따르면 과거 급격한 건축비 인상이 없는 상태에서는 건설사 매출원가율이 80% 중반을 유지해 왔다.


건설사별로 보면 현대건설의 매출원가율이 주요 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다. 3분기 말 기준 현대건설의 매출원가율은 95.1%였다. 코오롱글로벌(94.8%), 포스코이앤씨(93.7%)도 90%를 훌쩍 넘은 매출원가율을 기록했다.


매출원가율의 급등은 건축비의 상승 때문이었다. 한 건설업계 전문가는 “2021년부터 2022년에 건축비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원가율이 오르는 것은 물론 건설사들의 이익 또한 크게 줄었다"라고 말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설공사비지수 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0.32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2020년(100)을 기준으로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다. 지수가 130이라는 것은 2020년보다 30% 이상 건축비가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출원가율이 높아질수록, 공사 규모가 크다고 하더라도 건설사의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이처럼 수익성이 악화되면 건설사들이 위기와 경기 침체에 대응할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책임준공 확약 등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고 손실이 발생하면, 건설사에 거대한 타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코오롱글로벌의 경우 올해 3분기 205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는데, 이는 공사원가 급등으로 인한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이어진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매출원가율이 상승하면서 보통 7~8%를 유지하던 주택사업의 영업이익률이 3% 전후까지 떨어진 건설사들이 허다하다"면서 “현재 건설사들은 남는 게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수금 등 건설사들이 받지 못한 돈도 늘어나 매출채권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2022년 말 20조5000억원이던 매출채권 규모는 지난 9월 말 기준 31조9000억원으로 무려 55.5%(11조4000억원) 증가했다. 매출채권 규모 증가에는 경기침체로 건설사들이 분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건설사 자체 사업장의 분양 미수금이 늘어났고, 건설사가 발주처에 공사비를 청구하지 못한 미청구공사가 증가한 것이 주효했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짧은 시간 안에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한 건설업계 전문가는 “시장에 개선 신호가 없고 비용 상승의 문제 또한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부문 투자 확대 및 규제 완화,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미반영 등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전혀 없다"며 “언제 건설사들의 이익률이 정상화될 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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